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4·스위스·세계랭킹 2위·사진)가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서 1000 번째 승리를 거뒀습니다. 페더러는 11일 호주 브리즈번 열린 ATP 투어 '브리즈번 인터내셔널' 단식 결승전에서 밀로시 라오니치(25·캐나가·8위)를 3-1(6-4, 6-7, 6-4)로 꺾고 우승으로 통산 1000승을 자축했습니다. 페더러는 "정말 특별한 순간이다. 오늘 승리를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픈 시대 이후 1000승을 거둔 선수는 지미 코너스(63·미국·1253승), 이반 렌들(55·체코·1071승) 두 명뿐이었습니다. 렌들은 이날 "이렇게 오래 꾸준히 활약하려면 정말 엄청난 연습이 필요하다. 승리에 대한 굶주림 없이는 절대 1000승을 이룰 수 없다"며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에도 이겨야 하는 경기를 꼭 잡겠다는 집념이 없다면 절대 이룰 수 없는 목표"라고 페더더를 치하했습니다.


페더러가 전설을 쓰기 시작한 건 1998년 툴루스 그랑프리 1라운드. 그는 이 경기서 기욤 라우(45·프랑스·은퇴)를 2-0(6-2, 6-2)으로 완파하고 ATP 투어 첫 승을 거뒀습니다. 2004년 US 오픈에서 레이턴 휴잇(34·호주·은퇴)을 꺾고 통산 300승을 거둔 페더러는 3년 뒤 몬테 카를로 마스터즈 8강전에서 다비드 페레르(33·스페인·10위)를 제물로 역시 2-0(6-4, 6-0) 승리를 거두며 500승을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7년이 지나기 전에 500승을 거뒀으니 500승 때보다는 페이스가 더 빠른 셈입니다. 초(超) 전성기를 지나왔으니까요.


페더러는 1000승을 거두는 동안 275명을 꺾었는데, 가장 많이 이긴 상대는 앤디 로딕(33·미국·은퇴)입니다. 페더러는 로딕을 상대로 21승 3패를 기록했습니다. 그 다음은 니콜라이 다비덴코(34·우크라이나·247위)와 노바크 조코비치(28·세르비아·1위). 두 선수는 모두 페더러에게 19번 패했습니다. 물론 다비덴코가 페더더를 2번 이기는 동안 조코비치는 17번 이겼지만요. 페더러는 1000승을 거두는 동안 227번 패했는데 가장 많이 진 상대는 역시 라파엘 나달(29·스페인·3위)입니다. 페더러는 나달을 상대로 10승 23패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실 페더러가 상대 전적에서 밀리는 선수는 나달 한 명뿐입니다.


2004년 2월 2일부터 2008년 11월 8일까지 237주 연속으로 랭킹 1위 자리를 지켰던 때하고 비교하면 최근 페더러는 좀 힘이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2010년 6월 7일 랭킹 1위 자리를 내준 뒤 4년 반이 지나도록 다시 그 자리를 되찾고 있지 못하니까요. 그래도 누가 페더러를 비난하겠습니까. 페더러 말고 누가 또 '전염성 단핵증(mononucleosis)'이라는 희귀병을 이겨내고 다시 랭킹 1위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올 시즌 첫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통산 1000승도 기록한 만큼 여세를 몰아 올 시즌 다시 한번 1위 자리를 되찾는 페더러가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미 전설이지만 진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 세대 최고 테니스 선수로 남아주기를…



댓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