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아시아 남자 선수 최초 메이저 결승

일본에선 니시코리 게이(錦織圭·25·사진)가 해냈습니다. 테니스 역사상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결승전에 오른 아시아 남자 선수가된 겁니다. 그것도 세계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27·세르비아)를 꺾었습니다.

랭킹 11위 니시코리는 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플러싱 메도 빌리진 킹 국립 테니스 코트에서 열린 2014 US 오픈 남자 단식 준결승전에서 조코비치에 3-1(6-4, 1-6, 7-6, 6-3) 승리를 거뒀습니다. 게이는 사흘 전에는 일본 남자 선수로는 96년 만에 US 오픈 4강에 진출하는 기록을 쓰기도 했습니다.

이 대회 전까지는 2012년 호주 오픈 8강이 최고 성적이었던 니시코리는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돼 아주 기쁘다"며 "마이클 창 코치님(42)이 나를 아주 거세게 밀어붙인 게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1989년 역대 최연소(17세)로 프랑스 오픈 정상에 오른 창 코치도 유전적으로 아시아인이지만 대만계 미국인으로 미국 국적자입니다.

창 코치는 "아직 한 경기가 더 남았다. 내일이 되면 '아직 우승한 게 아니다'고 잔소리를 늘어놓어야 한다"며 "최고 상태로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모든 준비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니시코리는 오른쪽 엄지 발가락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중입니다. 그는 "사실 이번 대회에 참가해야 하는지 자신이 없었다. 지금은 일단 이기는 데만 집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프로젝트 45

니시코리는 일본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한 선수입니다. 10년 전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닉 볼리티에리 아카데미에 도착했을 때 이미 소니 후원을 받던 선수였으니까요. 이 아카데미에서 니시코리는 '프로젝트 45'라는 별명으로 불렸는데, 당시에는 마츠오카 슈조(松岡修造·47)가 기록한 46위가 일본 남자 선수가 기록한 최고 세계랭킹이었습니다.

영어를 할 줄 몰랐던 니시코리는 부끄럼을 많이 타는 성격이었지만 코트 안에서는 누구보다 대범했습니다. 니시코리는 2011년 46위에 오르며 타이 기록을 세웠고, 그해 10월에는 일본 남자 선수 최고 랭킹을 30위까지 올렸습니다. 소니에서 처음 세운 계획보다 7년 빠른 행보였죠. 니시코리는 올해 5월에는 9위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번 대회가 끝나면 9위도 그저 추억이 될 겁니다. 최고 기록을 갱신할 테니까요.

당연히 일본 내에서 인기도 수준급입니다. 아니, 이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선수가 됐습니다. 여자프로테니스(WTA)에서 리나(李娜·33)을 앞세워 아시아 시장을 공략한 것처럼 니시코리는 남자프로테니스(ATP)가 신흥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끔 해주는 최고 스타가 된 겁니다.  


언제까지 이형택?

반면 우리 선수 중에서는 249위 정현(18·삼일상고)이 현재 남자 최고 랭킹입니다. 삼성증권 후원을 받는 정현은 올해 US 오픈 2회전까지 올랐으니 랭킹이 오르겠지만 니시코리하고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 그 다음은 393위 임용규(23·당진시청)입니다. 여자 선수들 사정도 비슷합니다. 2008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때 동메달 두 개에 그친 건 우연이 아니었던 겁니다.

그리하여 대한테니스협회는 이번 인천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이미 은퇴했던 이형택(38)을 급하게 대표팀에 불렀습니다. 이형택이 세운 최고 랭킹은 36위(2007년)지만 벌써 7년이 지난 일. 결국 부상으로 '이형택 복귀 프로젝트'는 없던 일이 됐습니다.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 성적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이유입니다.

지난해 1월 취임을 앞둔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장을 인터뷰했을 때 "아시아 선수들은 국제무대에선 힘들다고들 했지만 요즘 중국하고 일본은 그 말이 잘못됐다는 걸 증명했다. 유망주 발굴과 지도자 육성에 최선을 다하겠다. 남들은 내가 이형택과 조윤정을 키웠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 둘이 나를 키웠다. 메이저 본선 진출 선수를 꼭 배출해 어린 유망주들에게 꿈을 주는 회장이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우리는 언제쯤 진짜 '제2의 이형택'을 볼 수 있게 될까요?


사정이 이런 데도 대한체육회는 테니스를 인천 아시아경기 '메달전략종목'으로 선정했습니다. 이는 정구(soft tennis)가 테니스 하위 종목으로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정구는 역대 아시아경기서 우리나라가 메달을 가장 많이 딴 구기 종목입니다. 테니스와 정구 차이를 보여주는 인포그래픽도 확인해 보셔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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