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올 1월에 기사로 쓴 것처럼 올해로 출범 40년을 맞은 여자프로테니스(WTA)는 나날이 상한가를 갱신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중반 데뷔한 윌리엄스 자매(미국)가 여자 테니스 수준을 한 단계 높였고 안나 루크니코바, 마리야 샤라포바(이상 러시아) 같은 미녀 스타들도 등장했기 때문이죠.


비단 서양에서만 그런 건 아닙니다. 리나(李娜·세계랭킹 5위)는 2011년 프랑스 오픈 여자 단식에서 우승하며 중국 여자 테니스의 자존심을 세웠습니다. 펑슈웨이(彭帥·34위), 정지에(鄭潔·44위) 같은 중국 선수들도 세계랭킹 50위 안에 들었습니다.


일본도 모리타 아유미(森田あゆみ·50위), 다테 기미코(伊達公子·78위), 도이 미사키(土居美笑·86위) 같은 선수들이 세계랭킹 100위 이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만도 100위 안에 시에 슈웨이(謝淑薇·38위), 찬융잔(詹詠然·89위) 2명입니다.


그럼 우리 선수 중에서 가장 세계랭킹이 높은 선수는 몇 위일까요? 정답은 313위. 주인공은 한성희(KDB산업은행)입니다.


이어서 이소라(삼성증권·367위), 류미(강원도청·547위), 김소정(고양시청·580위), 김나리(NH농협은행·605위) 순서입니다.


정말 변방도 이런 변방이 없습니다. 1970년대 후반 이덕희가 세계랭킹 34위까지 올랐던 걸 감안하면 우리 테니스 문화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셈.

국제 대회 경험이 부족한 것도 아닙니다. 최근 10년 동안 국내에서는 챌린저 대회 38번, 서키트 대회 25번 등 국제대회가 총 63번 열렸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열린 챌린저 대회 5번 모두 남의 잔치가 될 정도로 성적이 형편없었습니다. 한성희가 김천, 고양에서 4강에 든 게 국내 선수 중 가장 높은 성적이었습니다.


도대체 문제가 뭘까요?

한민규 여자 테니스 국가대표팀 코치는 테니스코리아 인터뷰에서 "외국 여자 선수들은 남자 선수들하고 훈련량이 맞먹는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은 힘든 것을 못 참고 소극적이다"면서 "국내 여자 선수들은 '여자 테니스 선수'이지 '테니스 선수'는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한 코치는 유망주들에게는 전담 코치를 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전했습니다.

최종현 경동도시가스 감독도 같은 인터뷰에서 "요즘 여자 선수들 머릿속에는 '힘들더라도 이겨내고 침패언이 되겠다'는 생각 대신 '계약 기간이 끝나면 어디로 갈 것인가'하는 생각밖에 없다"며 "절박함이 없으니 훈련에 임하는 태도도 나태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요즘에는 간섭을 하지 않는 지도자를 좋은 지도자라고 부른다. 그래서 감독들이 선수들 훈련하는데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꼬집으며 "이런 지도자 밑에서 어떻게 훌륭한 선수가 나올 수 있겠는가?"하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신순호 명지대 감독은 "스타가 있어야 후배들도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부모들도 기대감을 안고 테니스를 시킨다. 언론조차 외면하는 비인기 종목을 누가 시키겠는가?"하고 되물으며 "지금 당장 실력이 떨어지더라도 스타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수를 육성하는 것이 과제다. 그래야 그 선수들을 보고 희망을 갖는 선수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과연 우리는 언제 다시 세계랭킹 100위 안에 드는 여자 테니스 스타를 만나볼 수 있을까요. 한국 여자 선수가 세계랭킹 100위 안에 든 건 2006년 3월 6일 조윤정(전 삼성증권·89위)이 마지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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