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이번에 저는 보즈니아키 편입니다. 7일(현지 시간) 열리는 2014 US 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1위 캐럴라인 보즈니아키(24·덴마크·사진)를 응원하겠다는 뜻입니다. 단지 보즈니아키가 세리나 윌리엄스(33·미국·1위)와 상대 전적에서 1승 8패로 뒤지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여태 제가 한 짓(?)에 대한 사과이기도 합니다.

프로 골퍼 로리 매킬로이(25·북아일랜드)가 올 5월 보즈니아키와 파혼한 뒤 사흘 만에 유럽프로골프투어 BMW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 저는 "사랑에 실패한 사내는 용서받을 수 있어도 이별에 실패한 사내는 용서받을 수 없다. 문자 그대로 죽을 것처럼 힘들지만 이겨내야 하는 게 이별이다. 남자는 이별하는 법을 배울 때 소년에서 사내가 된다"고 썼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매킬로이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터. 하지만 그로부터 이틀 뒤 보즈니아키가 프랑스 오픈에서 첫판 탈락했을 때는 "남자와 여자 중 누가 더 이별에 괴로워할까. 정답은 '차인 쪽'이다. 보즈니아키가 매킬로이에게 차였다는 게 정설로 굳어지고 있는 이유"라고 보즈니아키를 놀렸습니다.

지난달 매킬로이가 세계랭킹 1위를 되찾았을 때는 "상대밖에 보이지 않는 걸 연애라고 부르고, 주변이 전부 보이는 걸 사랑이라고 부른다. 그런 의미에서 매킬로이에게는 확실히 새로운 사랑이 찾아왔다. 이번 사랑은 498일 만에 가장 높은 곳에서 세상을 전부 바라볼 수 있도록 그를 이끌었다"고 쓰기도 했습니다.

저도 사람이니 보즈니아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한 일. 게다가 보즈니아키는 2010~2011년 67주 동안 세계랭킹 1위를 지켰던 선수고, 22차례 챔피언을 차지했지만 여태 메이저 대회 우승 경험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2009년 US 오픈에서 준우승한 게 메이저 최고 성적. 이런 선수가 결승전에 올랐자면 응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결승전에 특별히 세리나를 응원할 이유가 없으시다면 여러분도 같이 보즈니아키를 응원해 보시면 어떨까요? 아 참, 약간 꼼수는 필요하지만 US 오픈 홈페이지에서 결승전을 생중계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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