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김시진(55) 감독이 "선수 시절 나보다 못했던 두산 김진욱 감독이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건 커피 덕일지 모르겠다"며 아이스라테를 들이키고 있습니다. 그는 "냉수 먹고 속 차리라는 속담이 떠올라 이러는 건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제가 지어낸 농담입니다.)
넥센이 창단 6년 만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습니다. 이걸 다른 말로 바꿔 말하면 롯데가 5년 만에 가을야구를 할 수 없게 됐다는 뜻입니다. 넥센은 지난해까지 김시진 감독이 이끌던 팀이고 롯데는 올해 이끌고 있는 팀이죠.
넥센 염경염(45) 감독은 가을야구 진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내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만들었다기보다 김시진 감독님이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시며 팀 기반을 쌓으셨다"며 "그게 밑바탕이 돼 만들어 낸 영광이다.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장석 대표님, 제가 그때는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몰랐습니다.)
그러나 열심히 팀 기반을 쌓기만 하면 뭘할까요. 염 감독마저 포스트시즌에 진출을 확정하면서 김 감독은 9개 팀 현역 감독 중 유일하게 가을야구 경험이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김 감독은 벌써 6년째 프로야구 감독을 하고 있지만 팀은 번번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고 있습니다.
물론 김 감독에게 면죄부가 없는 건 아닙니다. 처음 감독을 맡았던 2007년 현대는 매각을 앞두고 있던 상황이라 팀 분위기가 어수선했습니다. 넥센은 메이저리그식 경영을 도입해 '선수팔이'로 연명하던 팀이었죠. 올해 롯데 역시 자유계약선수(FA) 김주찬(KIA)과 홍성흔(두산)이 팀을 떠난 상태로 시즌을 시작했습니다. 불운이라면 불운인 셈이죠.
문제는 김 감독에게 이런 불운을 기회를 만들 깜냥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제 응원팀 감독 시절 여러 번 지적했지만 김 감독 야구에는 무엇보다 독기가 없습니다. "사람 좋으면 꼴찌"라는 말이 왜 야구에서 나왔는지를 몸소 증명하고 있다고 할까요. 영리하지 못한 야구를 하다 보니 수가 다양하지도 않고 색깔도 없습니다. 그래서 쓰는 투수만 죽어라 쓰고, 투수를 두 명이나 타석에 세우는 해프닝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언제까지나 '아, 그래, 팀 사정이 어려우니 이런 성적은 정상참작이 필요해'하고 말하려면 감독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 성적을 끌어 올리는 이를 스포츠 팬들은 흔히 '명장'이라고 부릅니다. 아직까지 김 감독이 보여준 모습은 확실히 명장하고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게다가 롯데는 넥센처럼 동정표가 통하지 않는 구단이니 김 감독에 대한 비판이 점점 거세질 게 당연한 일입니다.
김 감독은 내년에 일단 '학습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합니다. 불미스러운 일로 물러나기는 했지만 양승호 전 롯데 감독은 '감독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는 것 같다'는 말을 들을 만큼 뛰어난 학습 능력을 자랑하면서 팬들에게 어느 정도 인정 받았던 상황. 내년에도 이렇게 어정쩡한 성적이라면 '김시진 감독'은 다시 볼 수 없는 호칭이 될지도 모릅니다. 물론 배워야 할 게 너무 많다는 게 고민이라면 고민이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