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건 그래프로도 그릴 수 있습니다. 야구는 기록의 경기. 당연히 야구 경기도 그래프로 그릴 수 있습니다. 이미 이 블로그에서 이렇게 소개했고, 또 메이저리그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에서 이렇게 소개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2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SK-롯데 경기는 역전에 역전을 반복하는 멋진 승부였습니다. 결국 8-7로 롯데의 승리. 롯데는 홈 5연패를 끊었습니다. 일도 아닌데 넥센 야구가 아닌 야구를 열심히 본 김에 이 경기를 그래프로 한번 그려봤습니다. 그럼 아래 그림처럼 나옵니다.


뭔가 경기 내용을 제대로 짚어내긴 한 것 같은데, 정확하게 감이 안 오신다고요? 이 그래프를 그리는 데 쓴 숫자는 WP(Win Probability)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하면 수학자들이 6만 경기가 넘는 메이저리그 게임을 분석해 각 이닝별, 아웃카운트별, 주자 상황별 승리 확률을 계산한 자료입니다. 그 다음 통계적 보정을 거쳐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결과가 나온다고 할 수 있다'고 정리한 게 WP값입니다.

정근우가 3점 홈런을 친 SK 6회말 공격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2-2로 맞선 상황에서 원정팀 SK가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이때 SK가 이길 확률은 네 50%, 즉 0.5입니다. 첫타자 임훈의 중견수 플라이로 1아웃. SK 승률은 46.5%로 줄어듭니다. 이때 조인성과 조동화가 연속 안타를 때려내며 무사 1, 2루. 이때 SK 승률은 54.8%로 올라갑니다. 그때 정근우가 홈런을 때려내며 SK 승률은 83.8%까지 치솟습니다. 정근우가 홈런 한방으로 승률을 29%포인트나 올린 거죠.

그렇다면 박종윤은 역전 3루타로 롯데의 승률을 얼마나 올렸을까요? 황재균의 희생플라이로 동점이 됐을 때 롯데가 이길 확률은 59.2%였습니다. 박종윤은 이를 93.1%로 올렸습니다. 33.9%포인트를 끌어올린 거죠. 어떤 팀이든 승률을 50%포인트 끌어올리면 이기는 게임. 결국 박종윤의 그 한방이 오늘 경기 전체 결과 67.8%를 좌우한 셈입니다.

어때요? 흥미롭지 않습니다. 혹시 한국시리즈 역사상 가장 극적인 순간으로 손꼽히는 2002년 6차전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 순간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이 링크를 방문하시면 정답을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WP 그래프에 대한 좀더 자세한 설명도 링크에 포함돼 있습니다.


댓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