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의 오름세가 매섭습니다. SK는 19일까지 최근 10경기에서 7승 1무 2패를 기록하며 4위 넥센을 4.5경기 차로 뒤쫓아 왔습니다. 지금 페이스라면 '4강 진출'이라는 꿈도 기적처럼 보이지만은 않는 모양새입니다.
그래도 아쉬운 건 발동이 뒤늦게 걸렸다는 거죠. SK는 8월 중순이 돼서야 KIA를 밀어내고 6위로 올라 왔습니다. 올 시즌 남은 35경기에서 6할 넘는 승률을 거둬야 포스트 시즌 진출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최근 상승세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가을야구 DNA'는 함부로 사라지지 않는가 봅니다. 이미 SK에는 최근 5년간 마지막 한 달 승률(0.590)이 6할에 육박했던 전통이 있습니다. SK 팬들은 여전히 기적을 믿는 이유죠.
한국 프로야구에서 인천 팀은 퍽 오랫동안 꼴찌의 상징이었다. 그 덕에 프로 원년(1982년)부터 7년 동안 구단주가 세 번이나 바뀌었습니다. 1996년 현대가 구단을 인수하면서 처음으로 부자 주인을 맞이했지만 현대는 2000년을 앞두고 "서울로 가겠다"며 인천을 떠났습니다.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천에 들어온 게 SK. 사실상 전북 팀 쌍방울의 후신이었던 SK를 인천 야구팬들은 낯설어 했습니다. 인천 팬들이 다시 야구에 정을 붙이기 시작한 건 2007년 김성근 감독 부임 뒤부터였죠.
김 감독은 부임 첫 해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이듬해도 연패(連覇)에 성공했습니다. 한 해 걸러 2010년에도 다시 우승. 2000년대 중후반 SK는 30년 넘는 프로야구에서 손에 꼽히는 '왕조'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문제는 2011년 중반 구단과 마찰로 김 감독이 물러났다는 것. SK는 2011, 2012년에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김성근 후광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절해 했습니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는 "잘해야 4강 싸움을 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었죠.
예상대로 SK는 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에 처졌고 이만수 감독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과연 SK는 4강 진출이라는 기적을 일으키며 여전히 가을야구 DNA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이 감독의 지도력이 또 한 번 시험대 위에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