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야구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서 비디오 판정을 늘려야 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이미 오래 전 블로그에 이런 포스트도 썼고, 올해에는 이런 기사도 썼습니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다소 다른 느낌. 비디오 판정 확대 반대에 대한 이유는 조금씩 다르지만 심판들도 '아는 얼굴들'이라는 점을 무시하기는 힘든 게 현실이겠죠.
그렇다면 비디오 판정 도입의 선구자격인 미식축구 사정은 어떨까요?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는 1986년부터 비디오 판정을 시작했습니다. 한 팀 당 두 번씩 비디오 판정을 신청할 수 있는 권리를 준 거죠. 2004년부터는 감독의 이의신청이 두 번 모두 맞았다면 세 번째 판정 신청 기회도 주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심판들 권위가 떨어졌을까요? 정답은 '아니요'입니다. NFL 심판 노조는 지난 시즌 개막을 앞두고 파업을 시작했고, NFL 사무국은 대체 심판을 투입해 한 달 넘게 경기를 치렀습니다. 그러자 재앙이 찾아왔습니다. 대체 심판들이 정말 함량 미달이었던 거죠. 파업이 끝나고 나서야 미식축구 팬들은 제대로 된 경기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역시 어떤 종목이든 최고 수준 플레이는 아무나 함부로 심판을 맡을 수 없는 거죠.
저는 우리 프로야구 심판들 수준이 미국 메이저리그보다도 높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오심 퍼레이드는 어떤 의미에서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죠. 이렇게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오심이 쏟아지는 건 확실히 드문 일일 테니까요.
아니, 왜 이렇게 갑자기 오심이 늘었을까요? 오심이 많이 '걸리기' 시작한 건 아닐까요? 사실상 전 경기를 중계하는 상황이 되고 보니, 예전에는 '의혹'이었던 게 '사실'로 굳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달리 말해 지금 중계 수준으로도 얼마든 정밀한 비디오 판독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비디오 판정은 절대 완벽할 수 없고, 아마 앞으로도 완벽한 비디오 판정 시스템 같은 건 세상에 나오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2013년이고 야구장에서 경기를 보는 동시에 스마트폰으로 그 경기 중계도 볼 수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제발 심판들이 1985년에나 먹어야 했던 욕 때문에 2013년에도 배 터지게 하지 말자고요. 6년 전 썼던 글이 여전히 유효한 이 현실은 서글프기도 합니다.
오늘도 우리는 심판들을 비난한다. 정확한 판정 100번 때문이 아니라 모호한 판정 단 한 번 때문에 말이다. 심판들에게 실수를 인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 그리고 우리 역시 우리의 실수를 인정할 수 있는 기회를 얻자. 비디오 리플레이 도입은 분명 지금보다는 많은 이들이 판정에 납득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적어도 2아웃 이후 득·실점 상황 정도만 비디오리플레이가 있어도 오늘 대구 경기처럼 선수도, 감독도, 관중도 심판들 순간적인 착각 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뻗치는 일 같은 건 사라지지 않을까요? 이런 타이밍이 아웃으로 판정 받는 일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