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줄 제대로 잡았습니다. 프로야구 넥센은 박병호가 홈런 2방을 터뜨리며 '넥엘라시코' 3연전을 싹쓸이로 마무리했습니다. 넥센은 3승보다 더 큰 수확을 얻었고 LG는 3패보다 더 심한 내상을 입었습니다. 활활 타오른 주말 3연전에서 넥센은 숯이 됐다면, LG는 재가 된 느낌입니다.
사실 이번 3연전에서는 박병호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넥센 타자들이 한번씩 자기 몫을 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강정호도 3점 홈런과 적시타로 자기 몫을 해줬고, 이택근도 6타점을 올리면서 점점 더 '캡틴' 지위를 굳혀가고 있습니다. 2번 타자 이성열도 성공적이었고, 문우람은 더 말해봤자 입만 아플 정도였습니다. 김지수는 또 어떻고요!
그러나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특히 1차전 선발 밴헤켄은 확실히 어떤 식으로든 조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난 글에서 '보통'이면 충분하다고 했는데 그것조차 못 해줬죠. NC와 한화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피칭을 보여준 게 언제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넥센이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고 '사건'을 저지르지는 못할 것 같지만, 그렇대도 밴헤켄은 불합격입니다.
팀 사정도 그렇고, 물리적으로도 사실상 외국인 선수 교체가 불가능한 시점인 만큼 2군에 내려 좀 영점 조절을 하고 올라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강윤구가 강진에 다녀온 뒤 '최창호 마사지'를 받고 나서 '강윤쿠팩스 모드'를 보여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죠. 5일 경기 때도 LG 타자들이 잘 받쳐놓고 치는 걸 보면 '쿠세(くせ·투구 때 버릇)'가 읽힌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건데, 염경엽 감독이 삼중도루 성공 뒤 "작전이었다"고 털어놓은 것도 사실은 조금 못 마땅합니다. 역대 5번밖에 나오지 않은 기록이니 또 써먹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한 팀을 이끄는 감독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작전이나 사인이라고 하더라도 일부러 확인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는 말씀입니다.
사실 5일 경기에서 지고 있을 때 "들러리 하지 말고 주인공이 되는 야구를 하자"는 내용으로 글을 쓰려고 했습니다. 이병규한테 역대 최고령 사이클링 안타를 얻어맞은 직후였죠. 그러면서 "사이클링 안타가 빛이 바랬다"고 쓰는 게 주인공이 되는 야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현실로 일어났습니다.
종전까지는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한 팀은 14번 모두 이겼습니다. 오늘 넥센은 사이클링히트를 내주고도 이긴 최초의 팀이 됐고, LG는 반대로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한하고도 패한 최초의 팀이 됐습니다. 이병규의 기록이 묻히네요
— 이재국 기자(스포츠동아) (@keystonelee) July 5, 2013
705대첩은 그런 점에서 넥센은 한 동안 들러리에서 다시 주인공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사건이었다고 봅니다. 그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고 그 결과 '당당한 승자'로 환호 속에 고개 들고 경기장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6, 7일 경기는 그 연장선이었고요.
다들 40승 선착이라고들 하는데 넥센(70경기)보다 삼성(68경기)이 게임수가 적습니다. 그저 경기가 먼저 끝나는 바람에 괜한 흰소리가 떠돌고 있는 것뿐이죠. 3연전만 보면 잘 나갈 때 모습을 되찾은 게 사실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고삐를 조여야 합니다.
장마철이라 몇 게임이나 열릴지 모르겠지만 주중 3연전에서 롯데한테 빚을 갚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겁니다. 나흘 쉬고 만나는 SK한테도 마찬가지. 어려운 팀을 만나 좋은 경기를 펼치는 건 뿌듯한 일이지만, 이겨야 할 팀을 못 잡고서는 강팀이 될 수 없습니다. 제발 이번에는 SK 경기 한 번 편하게 봐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