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올해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가 21일(현지 시간) 파리 외곽 롤랑 가로스 코트에서 개막했습니다. 아직은 예선. '클레이코트 위의 테니스 향연'이라는 별명처럼 프랑스 오픈은 4대 메이저 대회 중 유일하게 흙바닥에서 열리는 대회. 물론 맨땅은 아니고 앙투카라는 흙에서 경기를 치릅니다.

바닥만 다를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공도 다릅니다. 국제테니스연맹(ITF)은 테니스공을 3가지 형태로 구분하는데요, 클레이코트에서는 주로 타입1을 씁니다. 타입2나 타입3보다 타입1이 더 딱딱합니다. 이 때문에 라켓에 맞았을 때 변형이 적습니다. 당연히 공이 더 빨리 날아가겠죠.

구분 속도 코트 포워드 변형량(㎝) 리턴 변형량(㎝)
타입1
빠름
클레이 0.495~.0597 0.673~0.914
타입2
보통
하드 0.559~0.737 0.800~1.080
타입3
느림
잔디

바볼랏 사(社)에서 만드는 프랑스 오픈 공인구(아래 사진)는 일반 타입1보다도 더 딱딱합니다. 그래서 공이 너무 빠르고 원하는 곳에 보내기도 까다롭다는 평이 많습니다. 로저 페더러(스위스·세계랭킹 4위)는 "아주 좌절스러운 수준"이라고 공 품질을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클레이코트의 황태자' 라파엘 나달(스페인·3위)은 "클레이코트에 딱 맞는 공"이라고 추켜세웠습니다. 회전을 걸기 쉽다는 이유였습니다.


가만, 프랑스 오픈 공인구가 따로 있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테니스공 제조 회사들은 메이저 대회 때 쓰는 공을 따로 만듭니다. 펠트(테니스공 맨 바깥쪽 모직 부분) 재질을 다르게 하거나 공 내부 기압을 다르게 해 프로 선수들 강한 파워에도 공이 상하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또 그랜드슬램 공인구의 또 한 가지 특징은 TV 중계 때 잘 보이도록 형광 물질을 바르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사실 테니스공이 지금처럼 노란색(혹은 연두색)을 띄게 된 것부터가 TV 중계 때 잘 보이도록 하려는 조치였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테니스공 색깔을 쓰기 시작한 건 1977년 호주 오픈 때부터. 그 전에는 하얀색 테니스 공이 ITF 공인구였습니다. 하얀색이 흑백TV에서 잘 보였기 때문이죠. (축구에서 유니폼 색깔이 비슷할 때 한 팀이 흰색 유니폼을 입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다 컬러TV 시대가 되면서 공 색깔을 바꾼 겁니다.

지금 우리가 테니스공이라고 알고 있는 형태는 1960년대 나온 '던롭포트(Dunlop Fort)'가 효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현대 테니스공은 겨우 50년 전에 나온 거죠. 시대를 거슬러 가보면 1940년에 지금처럼 부드럽고 두터운 펠트로 공을 감싸기 시작했고(아래 사진 ①), 1930년대에는 공기가 빠지지 않도록 캔에 공을 넣어 보관하기 시작했습니다. 공 안에 공기를 넣기 시작한 건 1920년대부터(②). 그 전에는 천을 겹쳐 말고 실로 동여매년서 공 모양을 만들었다(③)고 합니다. 이 모든 게 시작된 게 19세기 후반입니다.


처음 테니스(정확히는 테니스 비슷한 종목)가 세상에 등장했을 때는 배드민턴처럼 공을 공중에서 주고받는 방식이었습니다. 모양에 관계없이 딱딱한 공이 좋은 공이었죠. 그러다 바닥에 한번 바운드한 공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경기가 변하면서 부드러운 공을 선호하게 된 겁니다.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장은 "처음에는 둥근 공을 만드는 기술이 프랑스에만 있었기 때문에 영국 같은 나라에 비싸게 파는 수출품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위에서 살펴 본 것처럼 현재 우리가 쓰는 테니스공 안에는 공기가 들어 있습니다. 공을 캔에서 꺼내는 순간 공기가 빠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라켓으로 때리면 공기가 더 빨리 빠지는 게 당연한 일. 이 때문에 주요 대회 때는 9게임마다 공을 바꿉니다. 처음에만 경기 전 연습 시간을 감안해 7게임하고 공을 바꾸죠.

그럼 한 대회에서는 공을 몇 개나 쓸까요? 정답은 '6만 개 정도'입니다. 너무 많은 것 같다고요? 주 회장은 "메이저 대회 때는 일반 남녀 선수들뿐 아니라 주니어, 장애인(휠체어), 레전드 선수들까지 참가해 900경기 가까이 치른다"며 "이 정도는 돼야 원활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언제든 잘난 척 하나 할 수 있는 간단한 '산수'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메이저대회 남녀 단식에는 각각 128명이 참가해 토너먼트를 벌입니다. 그럼 단식 토너먼트에서 우승자를 가리려면 총 몇 경기를 치러야 할까요? 정답은 127경기입니다. 그냥 ‘총 경기 숫자=토너먼트 참가 선수(팀)-1'이라고 외우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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