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드디어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가 막을 올립니다. 이에 맞춰 한국야구위원회(KBO) 홈페이지를 포함해 각 팀 홈페이지도 새 단장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먼저 홈페이지 개발 및 디자인하신 분들께 고생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__)

그래도 2% 아쉬운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한 동안 잘 가지 않던 미국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를 요즘 자주 드나들게 됐기 때문일 겁니다. 대한민국은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데 왜 우리는 이렇게 근사한 사이트를 만들 수 없는 걸까요?


시장엔 늘 빈 틈이 있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보도자료를 하나 냈습니다. 유튜브 SPOTV 채널에서 프로야구 경기를 생중계하게 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주문형비디오(VOD)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한 유튜브는 최근 생중계 시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초음속 자유낙하 상황을 생중계한 게 대표 사례죠. 생스포츠 중계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 있기는 하지만 이동 중 프로야구를 시청할 수 있는 채널이 하나 늘어났다는 건 야구 팬 한 사람으로서 반길 만한 일입니다.


MLBAM "찾았으면 채운다."

메이저리그 팬은 사실 오래 전부터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앳배트(At Bat) 앱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메이저리그 경기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08년 7월 10일 시장에 나온 이 앱은 해마다 300만 명 이상이 내려받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온라인 중계권을 갖고 있는 메이저리그 어드밴스드 미디어(MLBAM·Major League Baseball Advanced Media)의 혜안이 빛을 발한 거죠. 사실 2008년 7월 10일은 애플 앱스토어 개장일입니다.

MLBAM은 2002년부터 온라인으로 메이저리그 경기를 중계하기 시작했습니다. 온라인에서 경기를 중계하면 TV 시청률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게 당연한 일. 게다가 메이저리그 30개 팀은 각 방송사하고 복잡한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이미 야구팬들이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그러나 메이저리그의 철학은 분명했습니다. 로버트 바우먼 MLBAM 최고경영자(CEO)는 "TV를 놔두고 컴퓨터 모니터나 스마트폰, 태블릿PC 화면을 선택할 야구팬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팬들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야구를 볼 수 없던 빈틈을 채워주는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MLBAM에서 자체 개발해 MLB.TV 방송에 쓰는 온라인 스트리밍 기술(비디오를 온라인에서 끊김없이 전달하는 기술)은 CBS, ESPN 같은 방송사에서도 채택해 사용할 정도가 됐습니다. 자신들이 원하는 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에도 또 다른 수익원도 얻게 된 거죠.


www.koreabaseball.com과 www.mlb.com의 차이

MLBAM은 공식 홈페이지 관리를 맡고 있기도 합니다. MLBAM이 출범하기 전까지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메이저리그베이스볼닷컴(www.majorleaguebaseball.com)'이라는 긴 주소를 썼습니다. 케비오닷컴(www.kbo.com)이라는 주소를 아무도 쓰고 있지 않은데도 코리아베이스볼닷컴(www.koreabaseball.com)을 고수하는 KBO처럼 말이죠. 지금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주소는 엠엘비닷컴(www.mlb.com)입니다.

MLBAM은 또 출범과 함께 30개 모든 팀 홈페이지를 통합했습니다. 야구팬들은 어떤 팀을 응원하든 똑같은 사용자 경험(UX) 환경에서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이와 함께 각 팀 별로 기자를 한 명씩 고용했습니다. "LA 다저스 공식 홈페이지는 류현진의 투구를 어떻게 평가했다"는 국내 기사에 등장하는 그런 기자를 쓰는 기자들이죠.

바우먼 CEO는 "우리는 홈페이지를 단순히 마케팅이나 홍보 수단이라고 보지 않았다. 야구팬을 끊임없이 유혹하려면 편집권이 있는 언론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외부에서 기사를 제공받았다면 야구팬들이 읽고 싶어 하는 기사를 가장 적절한 시점에 제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홈페이즈는 각종 기록도 아주 상세히 싣고 있습니다. 현재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는 하루에 평균 1000만 명이 방문해 1억2000만 페이지(PV)를 읽습니다.

MLBAM은 또 2005년 티켓닷컴을 인수했고 중고 거래 전문 사이트 스텁허브하고도 제휴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현재 전체 메이저리그 티켓 중 절반 정도가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에 팔립니다. MLBAM은 이와 함께 각 팀 기념품도 팔고 있습니다. MLBAM은 올해 매출 5억 달러를 넘길 전망입니다. 


스포츠 브랜드 가치 10위

이렇게 꾸준히 사업을 다각화하고 또 기술 진보를 거듭했으니 회사 가치가 올라가는 게 당연한 일.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지난해 가장 가치 있는 스포츠 브랜드를 꼽으며 MLBAM을 10위로 꼽았습니다. 야구 한 종목만, 그것도 온라인과 모바일만 맡고 있는 회사로서는 대단한 성과입니다. MLBAM의 성공 이후 미국 4대 프로스포츠 공식 홈페이지는 이 방식을 따라 사업 모델을 구축하기도 했습니다.

왜 우리는 이렇게 못할까요? KBO 관계자는 "우리라고 시도 안 해본 게 아니다. 그런데 각 팀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며 "몇몇 인기 구단에서 '이미 우리는 잘 나가고 있는데 왜 비인기구단하고 같은 방을 써야 하냐'고 불평하면 우리로서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사업 모델이 B2C(기업 대 고객)만 있는 건 아닙니다. KBO는 B2B(기업 대 기업)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죠.  그러나 누군가는 사막에 가서도 담요를 팔고, 시베리아에서도 냉장고를 팝니다. 정말 프로야구로 창출할 수 있는 온라인 B2C 시장이 모두 다 차 있는 걸까요? KBO에서 올해 어떤 모델을 찾아낼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과제가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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