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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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린 시절 전래 동화 한 줄 요약: 아들 하나는 부채를 팔고, 다른 하나는 우산을 파는 어머니는 날이 좋다고 걱정 흐려도 걱정이었다.

2. 2010년 한국시리즈 한 줄 요약: 큰 아들은 SK 외야수, 둘째는 삼성 3루수인 어머니는 SK가 이겨도 삼성이 이겨도 걱정이었다.

이제는 유명한 얘기가 된 조동화 동찬 형제 이야기다. 그렇다고 구천서 재서에서 시작한 '형제 프로야구 선수' 역사를 늘어놓자는 건 아니다. 다름 아닌 시구 이야기다.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와 시타는 SK 와이번스 광팬인 박진석 최정윤 씨 부부가 맡았다. 이를 나무랄 사람이 있을까? 시즌 홈 경기 전부를 관람한 남편과 3경기 모자란 아내라면 누가 봐도 열혈 SK 팬이다. '팬 퍼스트(Fan First)'는 언제라도 개념 찬 행동이다. (엄지)

2차전 시구는 송영길 인천시장 차지. 송 시장이 SK 와이번스가 정규 시즌 1위를 달성하는 데 물밑 지원을 아끼지 않았나 보지? 아니면 SK가 시장이 바뀌고 나서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가? 아, 2002년, 2004년에도 새로 바뀐 대구시장이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자였지?

3차전 시구는 탤런트 박민영 씨가 맡았다. 이 친구 평소에 야구 중계 때 화면에 자주 잡힐 만큼 야구팬이었나? 아니면 김광현 이상형이 이 친구라서? 그래서 굳이 대구에서까지 김광현한테 힘을 불어넣어줘야 하나? 아, 주얼리 박정아는 2003년 7차전, 2004년 1차전에 연달아 등판하기도 했는데 뭘?

4차전 시구자도 결정됐다. 이인중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이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 회장이 대구 지역 발전에 공헌한 점을 고려해 홈팀 삼성과 협의를 거쳐 시구자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단다. 이런 분이 시구를 하시면 안 된다는 건 아니지만 "이명박 대통령하고 고려대 경영대 동문이기도 하다"고 덧붙이면 좀 더 솔직한 이유가 아닐까?

이제 맨 위에 조동화 동찬 형제 이야기를 꺼낸 이유를 얘기해보자. 올해 한국시리즈 5차전이 열릴까? '모른다.' 알 수가 없다. 만약 SK가 지금 분위기 그대로 3, 4차전도 차지한다면 5차전부터는 없다. 그게 4차전까지 시구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조동화 동찬 형제 부모님을 시구자로 뽑으면 삼성 팬이 반대할까? SK 팬이 반대할까? 두 구단에서는 반대할까? 큰 아들은 '가을 동화'라 불리고 다른 아들은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인데?

이 분들보다 송영길 시장, 박민영 씨, 이인중 회장이 주목받는 자리에 서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 그냥 저렇게 '짬뽕' 유니폼 하나 만들어 시구 시타 하면 큰 일 나나? 아니면 한 분은 SK, 한 분은 삼성 유니폼 입어도 나무랄 사람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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