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이 사진 속에서 시몬(30·전 OK저축은행)은 쿠바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2020년 도쿄(東京) 올림픽 때는 캐나다 대표로 나설지도 모르겠습니다. 해외 배구 소식을 전하는 '발리우드'는 "아직은 루머일 뿐"을 전제로 시몬이 지난주에 캐나다를 찾아 배구협회를 방문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에 제보한 소식통은 "(브라질 리그에서 뛰고 있는) 시몬이 정말 정말 올림픽에 나서고 싶어 한다. 그는 친구인 (요안드리) 레알(29)이 몇 년 전 브라질 대표팀에서 뛴 적이 있기 때문에 브라질 유니폼을 입을 생각은 없다. 시몬은 레알을 존경하기 때문에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나라별로 귀화 선수 1명만 대표팀에 뽑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단일민족 국가'라는 신화(myth) 속에 살고 있는 한국 사람들은 운동 선수가 다른 나라에 귀화하는 건 물론이고 한국으로 귀화하는 것도 별로 반기지 않습니다.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31)가 러시아로 귀화해 2014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했을 때는 문자 그대로 난리가 났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봉주(47) 이후 한국 마라톤이 무너진 지 오래인데도 2시간5분13초에 마라톤 풀코스를 뛴 적이 있는 에루페(29·케냐)는 귀화 신청을 해도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반면 해외 언론에서는 꼭 부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소위 올림픽 종목 선수가 국적을 바꾸는 걸 프로 스포츠 자유계약선수(FA)가 팀을 옮기는 것처럼 보도하는 일도 있으니까요. 당장 안현수만 해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에서도 안현수를 귀화시키려 했지만 러시아가 제시한 금전적인 유혹(financial enticement)이 매력적이었다"고 보도할 정도입니다.


사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 헌장은 "올림픽 경기는 개인 또는 팀 간 경쟁일 뿐 국가 간 경쟁이 아니다(The Olympic Games are competitions between athletes in individual or team events and not between countries)"고 못 박고 있습니다. 근대 올림픽 초기에는 혼성국 팀이 메달 17개를 따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1908년 런던 여름올림픽 때부터 각 나라 체육회(NOC)에 출전 선수 선발권을 주면서 국가 대항전처럼 보일 뿐입니다. 그러니 꼭 태어난 나라 대표로 출전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습니다. 한 나라 대표로 뛴 지 3년이 지난 선수는 얼마든 국적을 바꿔 올림픽에 나설 수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 체조 대표 옥사나 추소비티나(42)는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까지 올림픽에 7번 출전했는데 그 사이 대표팀을 세 번 바꿨습니다. 첫 출전인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때는 옛 소련이 사라져 만든 독립국가연합(EUN) 소속으로 참가했습니다. 1996년 애틀랜타,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대회 때는 우즈베키스탄 대표였죠. 그러다가 백혈병을 앓는 아들 치료비를 모두 부담하겠다는 제안에 따라 2008년 베이징(北京), 2012년 런던 대회 때는 독일 대표로 뛰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는 다시 우즈베키스탄 대표로 나섰습니다.


물론 한국 남자 배구 대표팀이 도쿄 올림픽 본선에 나갈 확률이 현재로선 희박한 게 사실. 하지만 왜 우리는 시몬 같은 선수를 귀화시킬 생각은 못할까요? 물론 저는 프로 리그가 국제대회 성적을 내려고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반대합니다. 그냥 프로 리그는 그 자체로 재미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그래도 시몬이라면 어떨까요? 문자 그대로 한국 배구판을 뒤흔든 시몬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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