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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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는 있는데 리그는 없다.

넥센 히어로즈에서 뛰는 애드리안 번사이드는 호주 출신입니다. LG 트윈스에서 뛰었던 크리스 옥스프링, 한화 이글스에서 뛰다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로 건너 간 브래드 토마스도 마찬가지죠.

또 호주 야구라면 '딩고' 데이비드 닐슨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닐슨은 1999년 타율 .309/.400/.554를 때려내면서 올스타에 뽑히기도 했습니다. 홈런은 21개. 그런데 닐슨은 이 시즌이 끝나고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로 이적합니다. 570만 달러였던 연봉도 200만 달러로 깎았죠.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그 해 열린 시드니 올림픽에 참가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일본 리그에서는 성적 부진으로 중도 퇴출됐지만 호주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는 조국에 은메달을 안기기도 했습니다. 이 해 올림픽 때 우리는 본선 진출권을 따내지 못했었죠.

호주 야구 실력이 아주 얕잡아 볼 정도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현재 호주에는 프로야구가 없습니다. 1989년 ABL(The Australian Baseball League)이 출범했지만 1999년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호주식 럭비(Australian Football)와 크리켓 등에 밀려 흥행에 실패했던 탓입니다.


11년이면 그리울 때도 됐지.

이번에는 메이저리그에서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리그 지분 75%를 메이저리그에서 갖는 방식입니다. 야구 전문가들은 호주가 남반구에 있어 미국과 계절이 다르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팀들이 유망주나 부상 회복 선수를 보내 실전 경험을 쌓는 장소로 ABL을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호주 정부도 40만 달러를 지원금으로 내놨습니다. 케이트 엘리스 호주 체육부 장관은 "호주 야구는 메이저리그와 손잡고 선수를 발굴하고 저변을 확대하는 등 좋은 성과를 올렸으며 이번 자금은 차세대 호주 야구 선수들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ABL 재창단 첫 시즌은 올해 11월에 시작합니다. 현재 애들레이드, 퍼스, 브리즈번, 멜번, 시드니에서 팀을 확정한 상황이고 캔버라도 스폰서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총 6팀이 재당단 첫 시즌을 치르는 셈이죠. ABL은 한 시즌을 40경기로 구성할 계획입니다.


생각보다 뿌리 깊은 호주 야구 역사

호주에 야구가 첫 선을 보인 건 1856년이었습니다. 호주 금광에서 일하던 미국 광부들이 심심풀이로 야구 경기를 벌였던 거죠. 19세기에 이미 메이저리그를 배출할 정도로 실력도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1928년 미국 스탠포드대 선수들이 시드니를 방문해 벌인 친선 경기에 4만 명이 모였다고 하니까 인기도 나쁘지 않았죠.

야구 인기는 1934년 클랙스턴 실드(The Claxton Shield) 창설로 이어집니다. 클랙스턴 실드는 호주 각 지역 자존심을 건 최고 아마추어 대회였습니다. 이 대회는 1988년까지 계속됐지만 ABL이 생기면서 문을 닫습니다.

대회가 다시 열린 건 2002년이었습니다. 1999년 ABL이 문을 닫은 이후 대회 방식을 두고 실험을 벌이다 결국 예전 콘셉트로 돌아간 거죠. 지난 시즌에는 팀당 경기 수를 25 경기로 늘리면서 리그 전환을 시도했고 그 결과가 ABL 재출범으로 나타난 겁니다. 물론 그 배경에는 메이저리그 지원이 있었고 말입니다.

예전에 호주 여행을 하면서 '아, 여기 야구 리그만 있으면 정말 와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호주로 이민 안 가는 다른 핑계를 준비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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