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크 존은 타자에 따라 변합니다. 키가 큰 타자는 스트라이크 존도 넓고 작으면 반대죠. 홈런은 구장 영향을 받습니다. 어떤 구장에서 홈런이 될 타구도 다른 구장에선 평범한 플라이 볼이 되고 맙니다. 파울은 아닙나다. 파울 라인 바깥에 떨어진 공은 어떤 타자가 때렸든 어떤 구장이든 파울입니다.
야구장에 가보면 홈플레이트에서 시작한 하얀 선(線)이 외야 펜스까지 길게 뻗어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 선이 바로 '파울 라인'입니다. 파울 라인 안쪽에 있는 부채꼴 모양이 페어(fair) 지역이고, 바깥쪽이 파울 지역입니다.
수원 야구장, 이미지 출처: 구글어스
타자가 때린 공(타구)이 페어 지역에 들어가면 선수들은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면 됩니다. 공을 때린 선수(타자 주자)는 1루→2루→3루→홈을 향해 부지런히 뛰어야 하고 야수는 타자 주자를 막으려고 수비를 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심판이 타구를 파울로 판정을 하면 경기는 그 순간 정지됩니다. 이를테면 1루 주자가 2루 안착에 성공했다고 해도 다시 1루로 돌아가야 하는 거죠. 타자는 볼 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를 하나 받습니다. 단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파울볼을 아무리 때려도 볼카운트에 변함이 없습니다.
여기서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2스트라이크 이후에 타자가 번트(방망이를 휘두르는 대신 길게 잡고 방망이에 공을 맞추려고만 하는 플레이)를 하다가 파울 판정을 받으면 타자는 아웃입니다. 이 규칙이 없으면 타자는 치기 까다로운 공을 번트로 계속 걸러낼 테니까요.
어떤 타구가 파울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기준은 딱 두 개입니다. 공과 파울라인이죠. 야수(수비수)가 어디서 공을 잡았느냐 하는 건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 외야로 날아간 공이 파울 라인 바깥에 처음 떨어지면 파울입니다. 또 내야에서 야수가 페어 지역에서 공을 처리했다고 해도 해도 1)공이 '완전히' 멈춘 지점이 파울 지역이거나 2)땅볼이 파울 지역에 있을 때 야수가 공을 집었다면 파울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식입니다. 타자가 땅볼(검은 점선)을 때렸다고 칩시다. 수비수가 ⓐ 지점에서 공을 잡으면 페어입니다. ⓑ에서 파울 라인 바깥으로 나가면 이 공은 파울이 됩니다. ⓒ에서 다시 페어 지역으로 들어오면 판정도 다시 페어. 하지만 뜬공(붉은 점선)으로 날아간 공이 ⓓ에 떨어지면 그 순간 다시 파울입니다. 페어 지역으로 들어와도 그대로 파울입니다.
내·외야 기준이 다르지만 내야에서 페어 판정을 받은 공이 외야에서 파울 지역으로 굴러가도 페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럼 내야와 외야를 구분하는 기준은 뭘까요? 그라운드 왼쪽은 3루, 오른쪽은 1루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각 베이스 끝 모서리가 기준입니다. 외야 쪽으로 베이스에서 가상의 선을 그리면 그곳이 내·외야 구분점이 되는 셈이죠.
그래서 타자가 친 땅볼이 위 그림처럼 흘러갔다면 ⓐ는 페어, ⓑ는 파울입니다. ⓑ는 내야에서 공이 파울 지역으로 나간 경우고 ⓐ는 내야에서 페어이던 공이 외야 파울 지역으로 굴러간 사례니까요.
그러면 조금 어려운 문제를 풀어봅시다. 다음 그림은 파울일까요? 아닐까요?
페어 지역과 파울 라인을 가르는 기준이 '파울 라인'이라고 했습니다. 그럼 '파울 라인'은 페어 지역일까요? 파울 지역일까요? 계속 파울 라인 '바깥'이라고 말씀드린 게 힌트입니다. 파울 라인은 페어 지역입니다. 공의 어떤 부분이라도 파울 라인에 닿았다면 그 공은 페어입니다. 공이 완전히 파울 라인 바깥으로 벗어났을 때만 파울입니다. 그래서 이 공은 페어. | |
파울 라인은 없지만 홈 플레이트와 파울 라인 사이에 가상으로 선을 그리면 공은 현재 페어 지역에 있습니다. 지금 공이 있는 자리는 타자가 공을 때릴 때 들어서는 타자석입니다. 타자석 일부는 페어 지역, 나머지는 파울 지역입니다. 타자가 자기가 때린 공을 타석에서 맞았을 때도 파울입니다. | |
위 그림과 크게 다르지 않죠? 공이 홈플레이트 위에 멈춰 섰습니다. 홈플레이트는 페어 지역일까요? 파울 지역일까요? '파울 라인 바깥'만 파울 지역이고 나머지는 모두 페어 지역이라고 했으니까 홈플레이트 위도 자연스레 페어 지역입니다. 정답은 페어. |
파울라인과 외야 펜스가 맞닿은 곳에는 '파울 폴(pole)'이라고 부르는 노란색 기둥이 서 있습니다. 플라이 타구가 그대로 날아가 이 폴을 때렸습니다. 그럼 홈런일까요? 파울일까요?
간혹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나가다 맞으면 홈런, 그 반대면 페어라고 우기는 이들이 있는데 둘 다 홈런입니다. '파울 라인 어디라도 걸치면 페어이고, 파울 폴은 파울 라인을 세워놓은 것뿐이니까요.' 이 기둥을 때렸을 때 파울이었으면 이름부터 '페어 폴'이었겠죠.
하나 더. 파울이냐 아니냐는 구장에 따라 달라질 일이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구장마다 파울 지역 넓이가 다릅니다. 그래서 파울 플라이냐 아니냐는 구장 영향을 받습니다. 파울 구역이 넓으면 파울 플라이를 잡을 확률도 올라가겠죠? 파울 존이 좁으면 관중석으로 들어갔을 공이 아직도 그라운드 위에 떠 있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