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모든 사람이 전설을 인정하게 되면 전설이 사실이 되는 거다. 굳이 '전설에 따르면'이라고 할 이유가 없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로 유명한 유홍준(76) 명지대 석좌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박종인(59) 조선일보 기자는 자기 책 '광화문 괴담'에서 이 발언을 소개하면서 유 석좌교수를 이렇게 비판했습니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전설을 거듭 말하면 사람들이 믿게 되고 그 믿어진 전설(근거가 있든 없든)이 사실을 대체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하거나 대체하기를 기대한다는 뜻이다.

 

전설이 사실을 이기는 것이다.

 

그래서? 재미와 교훈은 찬란하게 빛나고 진실은 '사망'한다.

 

그렇다면 '20, 30대 여성이 프로야구 1000만 관중 시대 주역'이라는 전설은 어떨까요?

 

광주구장에서 응원 중인 여성 팬들. KIA 제공

해마다 '프로야구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한국갤럽은 2025년 조사 결과를 2일 공개했습니다.

 

이 여론조사 업체는 지난달 25~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국내 프로야구 관심 정도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20대 이하 + 30대' 남성 가운데 '프로야구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4%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40.3%에서 6.3%포인트가 빠진 것.

 

관점에 따라 '집토끼가 사망했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결과입니다.

 

반면 같은 또래 여성 관심도는 지난해 21%에서 올해 24.9%로 3.9%포인트가 올랐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20, 30대 남성 관심도가 같은 또래 여성보다 36.5% 높습니다.

 

지난해에는 1.9배 차이

이 조사 결과가 올해 관중 숫자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요?

 

지난해 썼던 포스트에 힌트가 들어 있습니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에서 해마다 펴내는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kini註 - 2024년) 이전에 관중이 가장 많았던 2017년에는 남성이 57.9%, 여성이 42.1%였습니다.

 

그다음으로 많았던 2016년에는 남성 57.1%, 여성 42.9%였습니다.

 

그러니까 여성이 프로야구 관중 숫자에 큰 영향을 끼치는 변수인 건 맞지만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논할 때는 남성 관중이라는 상수도 중요하다는 겁니다.

 

요컨대 맛있는 초콜릿 케이크를 만들 때는 당연히 초콜릿이 맛있어야 하지만 시트가 없으면 케이크 자체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같은 이유로 여성 팬이라는 '산토끼'가 관중 숫자를 폭발하게 만든 건 사실이지만 남성 팬이라는 '집토끼'가 없으면 관중 신기록은 무리입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집토끼'가 야구에 관심을 줄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관심도 역시 지난해 39%에서 올해 35%로 줄었습니다.

 

3년 만에 하락세

물론 관심도와 관중 숫자가 일대일로 대응하는 건 아닙니다.

 

지난달 총관중 숫자는 73만3284명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61만9507명)과 비교하면 18.4%가 늘어난 상황.

 

올해도 '역대급' 관중을 불러 모으기 충분한 분위기였습니다.

 

다만 창원구장에서 관중 사망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에 분위기가 변할 수 있습니다.

 

프로야구 역사상 구장에서 일어난 사고로 관중이 목숨을 잃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교과서 같은 얘기지만 이 구장을 안방으로 쓰는 NC를 시작으로 각 구단과 지방자치단체, 한국야구위원회(KBO)까지 팬들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트라우마를 호소 중인 NC 팬덤 분위기를 전한 연합뉴스 기사. 홈페이지 캡처

특히 KBO가 전설을 지키려고 안달이 난 상태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신원철 SPOTV 기자는 (저와 함께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린 책) '프로야구 넘버스 북 2025'에 "여성 팬 증가에 주목해야 하는 진자 이유는 이들이 '전파력'에서 남성 팬들과 차이를 보이는 경향이 두드러져서다"라고 썼습니다.

 

이 전파력이 좋은 일에만 해당할 리는 없습니다.

 

여성 팬 김모(30) 씨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당시 숨진 피해자분 뒤편에서 매점 대기 줄을 서고 있었다"며 "사고 장면이 눈을 감을 때마다 머릿속에 떠오른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잠을 깊게 자본적 없다"며 "평생 야구장에는 못 갈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두려움이 퍼지지 않도록 각별하게 신경을 써야 합니다.

 

엘롯기? 기한롯!

아, 올해 구단 선호도 조사에서 1위에 오른 팀은 디펜딩 챔피언 KIA였습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13%가 KIA를 가장 좋아하는 프로야구 팀으로 꼽았습니다.

 

프로야구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팬 가운데 KIA를 최애 구단으로 꼽은 비율은 22%였습니다.

 

프로야구 관심층에서 이 비율이 20% 이상인 팀이 나온 건 2019년 이후 6년 만입니다.

 

당시에도 KIA가 20%에게 선택을 받았습니다.

 

KIA에 이어 한화(16%), 롯데(15%), 삼성(14%)도 프로야구 관심층으로부터 10%가 넘는 지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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