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지만 이탈자가 있었습니다.
이치로!(52)가 아시아 출신 선수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됐습니다.
다만 만장일치 입성 기록까지는 남기지 못했습니다.
명예의 전당 입성자를 선정하는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는 21일(이하 현지시간) 올해 투표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그 결과 이치로!는 전체 394표 가운데 딱 한 표가 모자란 393표를 받았습니다.
1936년 설립 이후 BBWAA 투표에서 만장일치로 명예의 회원 자격을 얻은 선수는 '모(Mo)' 마리아노 리베라(56)뿐입니다.
한 표 차이로 만장일치에 실패한 건 데릭 지터(52) 이후 이치로!가 두 번째입니다.
이치로!가 메이저리그(MLB) 선수 생활 19년 중 14년을 보낸 시애틀 구단은 이 결과가 나온 뒤 그가 쓰던 등번호 51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아시아 선수 등번호를 MLB 구단에서 영구결번으로 처리하기로 한 것도 이치로!가 처음입니다.
시애틀 안방 구장 세이프코 필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치로!는 "1표가 부족해 정말 다행(1票足りなかったのはすごく良かった)"이라며 "(뉴욕 양키스 시절 팀 동료였던) 지터와 함께라 더욱 좋다"며 웃었습니다.
이치로!는 계속해 "불완전함 속에서 나름대로 완벽함을 추구하면서 나아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한다(不完全な中で自分なりの完壁を追い求めて進んでいくのが人生だと思う)"고 말했습니다.
이어 "불완전하다는 건 살아가는 데 좋은 일이라고 새삼 살펴보게 됐다(不完全であるというのは生きていく上でいいなあと改めて考えさせられた)"고 덧붙였습니다.
이치로!는 문고리가 야구공 모양으로 된 문을 그린 티셔츠를 입고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했습니다.
이치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꿈을 향해 뛰어들자, 그 문을 열어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自分が好きなことを見つけて夢中になれることに飛びこんでいこう、そのドアを開けてみようという意味をこめている)"고 설명했습니다.
이치로!가 2001년 시애틀에 입단하면서 MLB 문을 처음 두드렸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우세했던 게 사실.
이치로!는 1973년생이니까 당시에 한국 나이로 스물아홉 살이었습니다.
이치로!는 "내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이날을 맞는다는 건 2001년에는 지구상의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自分が殿堂入りのこの日を迎えるということは、2001年には地球上の誰も想像していなかったのではないか)"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치로!는 2001년 아메리칸리그(AL) 타격 1위(타율 .350), 최다 안타 1위(242개), 도루 1위(56개)를 기록하면서 신인상과 최우수선수(MVP)를 동시에 차지했습니다.
이치로!는 2012년까지 시애틀에서 뛰다 그해 7월 23일 시애틀 방문 경기 중이던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됐습니다.
이후 마이애미를 거쳐 2018년 3월 7일 다시 시애틀로 돌아왔습니다.
이로부터 두 달이 지나지 않아 이치로!는 방출 형식으로 필드를 잠시 떠났습니다.
이듬해 1월 시애틀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이치로!는 그해 3월 20, 21일 도쿄돔에서 열린 개막 시리즈를 마지막으로 결국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은퇴 후 5년이 지나 명예의 전당 입후보 자격을 얻은 올해 바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습니다.
이치로!는 MLB에서 총 19년을 뛰면서 타율 0.311, 3089안타, 117홈런, 509도루, 780타점, 1420득점 등을 기록했습니다.
이치로!가 2004년 기록한 262안타는 여전히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치로!는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에서 기록한 1278안타를 포함해 28년 프로 선수 생활 동안 총 4367안타를 남겼습니다.
피트 로즈(1941~2024)가 남긴 MLB 통산 최다 안타 기록(4256개)보다 111개 많은 숫자입니다.
이치로!와 함께 CC 사바시아(45)와 빌리 와그너(54)도 이날 명예의 전당 회원 자격을 얻었습니다.
2019년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사바시아는 342표(86.8%)를 받아 역시 입회 자격을 갖춘 첫해에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됐습니다.
거꾸로 2010년 MLB 무대를 떠난 와그너는 마지막 기회에 득표율 82.5%를 기록하면서 명예의 전당 입성에 성공했습니다.
BBWAA는 은퇴 5~15년 차 선수를 대상으로 표를 던지기 때문에 와그너는 올해가 지나면 후보 자격을 잃게 되는 상태였습니다.
BBWAA 투표를 통해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되려면 득표율 75% 이상을 기록해야 하며 득표율이 5% 미만일 때는 다음 해부터 투표 대상에서 빠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