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애틀랜타 에이스가 된 크리스 세일 투구 장면. 애틀랜타 제공

사람에게는 역시 '풍경의 전환'이라는 게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크리스 세일(35)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보스턴에서 '떨이' 상품 취급을 받았습니다.

 

올 시즌 연봉 2750만 달러 가운데 1700만 달러(61.8%)를 보조하는 조건으로 세일을 애틀랜타로 트레이드한 것.

 

이 트레이드로부터 1년도 지나기 전에 세일은 내셔널리그(NL) 최고 투수로 우뚝 섰습니다.

 

2024 내셔널리그사이영상 수상자 크리스 세일. 애틀랜타=로이터 뉴스1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는 메이저리그 양대 리그 사이영상 투표 결과를 20일(이하 현지시간) 공개했습니다.

 

세일은 1위 표 26장, 2위 표 4장을 받아 총점 198점으로 잭 휠러(34·필라델피아)를 제치고 NL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세일이 사이영상을 수상한 건 이번이 개인 처음입니다.

 

이전에는 보스턴 소속이던 2017년 코리 클루버(38·당시 클리블랜드)에 이어 2위를 했던 게 최고 기록이었습니다.

 

보스턴 시절 크리스 세일.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세일은 사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 연속으로 사이영상 투표에서 5위 안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총 여섯 차례에 걸쳐 5위 안에 이름을 올린 뒤에야 사이영상을 차지한 세일이 처음입니다.

 

이전에는 지난해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 수상자 게릿 콜(34·뉴욕 양키스)이 다섯 차례로 이 부문 1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세일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다섯 번째로 많은 나이에 개인 첫 사이영상을 수상한 투수이기도 합니다.

 

▌개인 첫 사이영상 최고령 수상 톱 5
 이름  시즌  리그  팀  나이
 얼리 윈  1959  AL  시카고 화이트삭스  39세 8개월 23일
 데니스 에커슬리  1992  AL  오클랜드  38세 1일
 R A 디키  2012  NL  뉴욕 메츠  37세 11개월 4일
 워런 스판  1959  NL  밀워키(현 애틀랜타)  36세 5개월 6일
 크리스 세일  2024  NL  애틀랜타  35세 7개월 21일

 

2010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세일은 2016년 12월 6일 트레이드를 통해 보스턴 선수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적 첫해 바로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이름을 올렸고 2018년에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정하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냈습니다.

 

그러나 총액 1억500만 달러에 연장 계약을 맺고 시작한 2019년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종료한 뒤로는 '먹튀'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지난해 세일 트레이드 소식을 전하는 포스트를 쓰면서 '애틀랜타 가는 길에 또 다치지 말아라'고 덧붙여야 할 정도였습니다.

 

투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크리스 세일. 애틀랜타=로이터 뉴스1

세일은 애틀랜타 이적 첫해였던 올 시즌 177과 3분의 2이닝을 소화하면서 18승 3패, 평균자책점 2.38에 225탈삼진을 기록했습니다.

 

승리와 평균자책점, 탈삼진 모두 내셔널리그 1위 기록입니다.

 

야구에서는 한 투수가 이 세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을 때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사이영상을 시상하기 시작한 1956년 이후 지난해까지 트리플 크라운에 성공한 투수는 14명이고 이들 모두 사이영상을 탔습니다.

 

▌이적 첫해 사이영상 수상자
 이름  연도  리그  이전  이후
 게일로드 페리  1972  AL  샌프란시스코  클리블랜드
 마이크 마셜  1974  NL  몬트리올  LA 다저스
 게일로드 페일  1978  NL  텍사스  샌디에이고
 롤리 핑거스  1981  AL  샌디에이고  밀워키
 릭 셔클리프*  1984  NL  클리블랜드  시카고 컵스
 윌리 에르난데스  1984  AL  필라델피아  디트로이트
 그레그 매덕스  1993  NL  시카고 컵스  애틀랜타
 로저 클레먼스  1997  AL  보스턴  토론토
 랜디 존슨  1999  NL  휴스턴  애리조나
 로저 클레먼스  2004  NL  뉴욕 양키스  휴스턴
 로이 할러데이  2010  NL  토론토  필라델피아
 크리스 세일  2024  NL  보스턴  애틀랜타

 

보스턴을 떠난 선수가 이듬해 사이영상을 받은 건 1997년 로저 클레먼스(62) 이후 27년 만입니다.

 

클레먼스는 2004년에도 양키스에서 휴스턴으로 옮긴 뒤 바로 사이영상을 차지했습니다.

 

메이저리그 전체로는 세일이 이적 첫해에 사이영상을 받은 12번째 투수입니다.

 

그리고 이런 투수 12명 중 릭 서클리프(68)는 시즌 중에 팀을 옮긴 뒤 사이영상을 받은 유일한 케이스로 현재까지 남아 있습니다.

 

2024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태릭 스쿠벌. 디트로이트=로이터 뉴스1

AL에서는 태릭 스쿠벌(28·디트로이트)이 만장일치로 사이영상을 수상했습니다.

 

스쿠벌도 세일처럼 왼손 투수고 올 시즌 다승(18승), 평균자책점(2.39), 탈삼진(228개)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습니다.

 

양대 리그 사이영상이 전부 왼손 투수에게 돌아간 건 1977년, 2002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1996년 11월 20일생인 스쿠벌은 역사상 처음으로 생일날 사이영상을 받은 투수로도 이름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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