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5일 프로야구에서는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고, 포수가 세 번째 스트라이크를 놓쳤는데도 '낫아웃'이 아닌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야구 좀 봤다는 이들에게도 낯선 장면,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또 권용관이 끝내 허준의 태그를 피했다면 LG는 연장에 갈 수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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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이 타자로 나온 까닭

광주구장에서 열린 SK와 KIA 경기. SK 김성근 감독은 연장 12회 2사 때 김광현을 '대타'로 투입했습니다. 이때 전광판에 표시된 7번 타자는 투수 '정대현'. 이상하다? 야구에서 투수는 타격을 안 한다고 했는데?

맞습니다. 우리 프로야구는 '지명타자' 제도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명타자는 '투수를 대신해' 타격만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선수입니다. 하지만 지명타자가 여러 이유로 수비를 하러 나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지명타자를 쓸 수 있는 '권리'가 사라지기 때문에 투수가 타격을 해야 합니다.

"지명타자가 수비에 나갔을 때는 지명타자의 타순은 변경하지 않고 이와 관련된 교대에 따라 물러난 야수의 타순에 투수가 들어간다." ─ 야구규칙 6.10(b)⑤ⓐ

SK 김 감독은 11회말 수비 때 지명타자 김재현에게 1루 수비를 맡겼습니다. 유격수 나지환을 쉬게 해주려는 수비 이동이었습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때 SK 투수였던 정대현이 나주환 자리였던 7번 타순에 들어서야 했던 것입니다.

보통 감독들은 이럴 때 '대타'를 많이 씁니다. 투수는 타격 실력이 떨어질 분더러 투수와 타자는 사용하는 근육이 다르거든요. 자칫 타격을 하다가 괜한 부상을 입을 우려가 있습니다.

그런데 SK는 야수를 이미 다 교체해 마땅한 '대타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투수 중 '막내'인 김광현이 타석에 들어선 것입니다. "넌 막내니까 다쳐도 괜찮다"는 게 아니라 그래도 가장 최근까지 타격을 해본 선수니까요.


낫아웃(not out)은 아웃이 아니다?

야구를 잘 모르는 팬도 스트라이크 세 개면 삼진이라는 건 압니다. 야구를 조금 더 본 팬은 세 번째 스트라이크를 포수가 놓치면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상태가 돼 타자가 공보다 먼저 1루에 도착하면 살 수 있다는 걸 압니다.

사직에서 열린 두산 대 롯데 경기. 롯데는 2 대 0으로 앞선 5회말 1사 1, 3루 찬스를 잡습니다. 타석에는 이미 2안타를 날린 박정준.

박정준은 카운트에서 김상현이 던진 8번째 공에 헛스윙했지만 공이 바운드되면서 두산 포수 김진수가 공을 뒤로 흘립니다. 공은 뒤쪽 멀리 굴러갔고 박정준이 공보다 먼저 1루에 도착합니다. 낫아웃 규정에 따르면 박정준이 그대로 1루 주자가 되는 상황.

하지만 낫아웃은 1사 이전에는 1루 주자가 없을 때만 적용되는 규칙입니다.

"노아우트 또는 1아우트 때 1루에 (1.2루, 1.3루, 1.2.3루 때도 같음) 주자가 있을 경우에는 제 3스트라이크로 선언된 투구를 빠뜨리거나 또는 그 투구가 주심의 마스크 등에 들어갔을 경우에도 이항이 적용되어 타자는 아우트가 된다." ─ 야구규칙 6.05(c)註
이 규칙에 따라 박정준은 이미 자동 아웃됐기 때문에 1루로 뛸 필요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하나 더. 낫아웃으로 최기문이 홈에 들어왔지만 박정준은 타점도 얻지 못합니다.)

이런 규칙이 있는 이유는 수비 팀이 '낫아웃'을 이용해 병살이나 삼중살을 부당한 방법으로 유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사 만루에서 포수가 일부러 공을 떨어뜨린 다음, 홈 베이스를 밟고 2루 송구에 공을 던지면 손쉽게 아웃 카운트 2개를 늘릴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려는 것입니다.

※낫아웃 규칙이 생긴 이유와 이 규칙을 항상 적용하지 않는 이유는 좀 더 알고 싶으시면 여기를 참조하세요.


태그 안 됐는데 아웃?

잠실경기에서는 9회까지 2 대 0으로 뒤지던 LG가 마지막 공격에서 동점 기회를 맞이합니다.

박병호와 권용관이 모두 볼넷으로 걸어나가 2사 1, 2루. 손인호가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날려 박병호가 추격점을 올립니다. 1루에 있던 권용관이 홈으로 파고든 사이 히어로즈가 재빨리 공을 홈으로 송구합니다. 권용관은 옆으로 태그를 피하면 물러났지만 결국 아웃.

물론 히어로즈 포수 허준은 권용관이 홈플레이트에 닿기 전에 먼저 태그를 했습니다. 하지만 권용관이 먼저 홈플레이트에 도달했다고 해도 아웃 판정이 났을지 모릅니다.

야구규칙 7.08(a)①은 "주자가 태그당하지 않으려고 루간(壘間)을 연결한 직선으로부터 91.4cm(3피트) 이상 떨어져서 달렸을 경우"에 주자는 아웃이 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런 규칙이 없다면 정말 발이 빠른 주자는 야구장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태그를 피하려 할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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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에 가 보시면 1루 쪽에 파울라인과 나란히 가는 선이 그어져 있습니다. 이 선이 바로 스리피트 라인으로, 심판이 위 규칙을 빨리 적용할 수 있도록 표시해둔 것입니다.

나머지 주로(走路)에는 이 선 표시가 없을 때가 대부분이지만 심판들은 '가상의 라인'을 설정해 판정을 내리게 됩니다. 이 규칙에 따라 아웃을 당한 주자는 실제로 태그를 당하지 않았어도 기록은 '태그아웃'이 된 걸로 처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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