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축구를 싫어한다.
전(前) 축구협회장 아들 앞에서 "축구는 사람을 파쇼로 만든다"고 말했을 정도다. (물론 그때는 정모 기자가 그런 인물인 줄 몰랐지만, 알았더라도 다르게 말했을 것 같지는 않다.)
축구를 싫어하게 된 건 2006년 월드컵이 한 달 쯤 남았을 때였다. 당시에도 나는 축구에 '무관심한' 녀석이었다.
그래서 그때 다니던 사무실에서 빨간 리본을 하나 씩 나눠주고 응원문구를 적어 내라고 했을 때 한 줄도 쓰지 않았다.
리본을 걷어가던 담당자가 내게 물었다.
"넌 오직 야구뿐이냐?"
난 그저 "축구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요"하고 솔직하게 답했지만 "축구를 안 좋아하다니 역적이네"하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이런 일은 이때가 처음은 아니었고, 이후에도 반복됐다. 도대체 축구랑 애국심은 왜 그렇게 늘 붙어 다니는 걸까?
내가 '축구에 무관심하다'고 말한 건 지극히 일반적인 표현이었다. 지난해 K리그 득점왕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이들이 왜 월드컵 때만 되면 다들 그렇게 열혈 축구 팬이 되는 것일까?
그날은 내가 응원하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가 라이벌전을 벌이던 날이었고, 현대 유니콘스는 연승을 거두고 있었다.
나는 한 달이나 남은 '미래'보다 내 앞에 펼쳐진 '현재'에 더 충실하고 싶었을 뿐이고, 그 현재를 집요하게 방해하는 '축구'라는 훼방꾼이 싫었을 따름이다.
나는 소심하게도 마음속으로만 "왜 당신이 야구를 보지 않는 건 아무 상관이 없지만, 내가 축구를 보지 않으면 왜 애국심을 의심받아야 하느냐"고 외쳤다.
그때 내게는 '축구에 무관심할 수 있는 자유'가 진심으로 필요했다.
이 사소한 자유가 무시되면서 나는 축구를, 아니 "축구 권하는 사회"를 싫어하게 됐다.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는 축구를 따라다니는 '빌어먹을' 애국심이 너무나도 부럽다. 어떤 이유로든 공중파에서 월드컵 생중계를 포기한다면 비난은 방송사로 향했을 테니 말이다.
SBS는 2006년 2010, 2014 월드컵 중계권료로 1억2500만 달러를 지불했다. 단순 계산하면 월드컵 대회 한 번에 6250만 달러다.
이번에 WBC 중계권을 사들인 IB스포츠는 450만 달러를 썼다. 1회 대회 중계료 250만 달러보다 두 배 가까이 많지만, 월드컵과 비교할 때 13분의 1 수준밖에 안 되는 금액이다.
이 돈을 가지고 IB스포츠와 공중파를 대표한 KBS가 티격태격 싸움을 벌이고 있다.
IB스포츠는 당초 KBS에 공중파 중계권료로 300만 달러를 요구했다. KBS는 130만 달러를 주장해 협상이 결렬됐다.
재판매 조건도 차이가 났다. KBS는 중계권을 사들인 뒤 MBC SBS에 재판매해 비용을 공동 부담하겠다는 의견이고 IB스포츠는 각 방송사별 계약을 주장했다.
IB 스포츠가 주장한 '각 방송사별 계약'은 지상파 3사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었다.
방송사들은 중계권을 확보하면 자회사, 그러니까 KBS는 KBSN, MBC는 MBS-ESPN, SBS는 SBS스포츠에 재판매할 계획이었다. IB스포츠는 케이블 채널과도 직접 협상하겠고 맞섰다.
얼핏 국민의 '볼 권리'를 가지고 장사하는 IB스포츠가 비난받아 마땅한 상황처럼 보인다. 쓸데없이 외화를 낭비했다는 '애국적' 비판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외화 낭비'는 월드컵의 10%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170만 달러는 현재 환율로 계산해도 26억3900만원밖에 안 된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MBC 직원 1700여 명의 평균 연봉은 1억1400만원이다.
26억3900만원을 마련하려면 직원들 평균 연봉을 158만원 깎으면 된다. 월급으로 계산하면 13만원 정도다.
달리 말해 MBC 월급이 937만원만 되면 WBC를 실시간으로 공중파에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월드컵은 "보편적 시청권"이 보장된다. WBC는 다르다. IB스포츠와 공중파간 협상이 최종 경렬되면 실시간 생중계는 없다.
IB스포츠는 3일 재판매 금액을 200~250만 달러로 낮췄고, 방송 3사 동시 중계도 허용했다. 그런데도 공중파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프로농구 중계권 다툼을 비롯 IB스포츠와 공중파 방송사 사이에 계속된 '힘 겨루기'가 또 고개를 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송사로서는 IB스포츠가 '돈벌이'하는 게 싫은 건 당연하다. '보편적 시청권 확보' 같은 재발 방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에 앞서 공중파가 진정 공중파를 자처하려면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분명한 상황이다.
전(前) 축구협회장 아들 앞에서 "축구는 사람을 파쇼로 만든다"고 말했을 정도다. (물론 그때는 정모 기자가 그런 인물인 줄 몰랐지만, 알았더라도 다르게 말했을 것 같지는 않다.)
축구를 싫어하게 된 건 2006년 월드컵이 한 달 쯤 남았을 때였다. 당시에도 나는 축구에 '무관심한' 녀석이었다.
그래서 그때 다니던 사무실에서 빨간 리본을 하나 씩 나눠주고 응원문구를 적어 내라고 했을 때 한 줄도 쓰지 않았다.
리본을 걷어가던 담당자가 내게 물었다.
"넌 오직 야구뿐이냐?"
난 그저 "축구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요"하고 솔직하게 답했지만 "축구를 안 좋아하다니 역적이네"하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이런 일은 이때가 처음은 아니었고, 이후에도 반복됐다. 도대체 축구랑 애국심은 왜 그렇게 늘 붙어 다니는 걸까?
내가 '축구에 무관심하다'고 말한 건 지극히 일반적인 표현이었다. 지난해 K리그 득점왕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이들이 왜 월드컵 때만 되면 다들 그렇게 열혈 축구 팬이 되는 것일까?
그날은 내가 응원하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가 라이벌전을 벌이던 날이었고, 현대 유니콘스는 연승을 거두고 있었다.
나는 한 달이나 남은 '미래'보다 내 앞에 펼쳐진 '현재'에 더 충실하고 싶었을 뿐이고, 그 현재를 집요하게 방해하는 '축구'라는 훼방꾼이 싫었을 따름이다.
나는 소심하게도 마음속으로만 "왜 당신이 야구를 보지 않는 건 아무 상관이 없지만, 내가 축구를 보지 않으면 왜 애국심을 의심받아야 하느냐"고 외쳤다.
그때 내게는 '축구에 무관심할 수 있는 자유'가 진심으로 필요했다.
이 사소한 자유가 무시되면서 나는 축구를, 아니 "축구 권하는 사회"를 싫어하게 됐다.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는 축구를 따라다니는 '빌어먹을' 애국심이 너무나도 부럽다. 어떤 이유로든 공중파에서 월드컵 생중계를 포기한다면 비난은 방송사로 향했을 테니 말이다.
SBS는 2006년 2010, 2014 월드컵 중계권료로 1억2500만 달러를 지불했다. 단순 계산하면 월드컵 대회 한 번에 6250만 달러다.
이번에 WBC 중계권을 사들인 IB스포츠는 450만 달러를 썼다. 1회 대회 중계료 250만 달러보다 두 배 가까이 많지만, 월드컵과 비교할 때 13분의 1 수준밖에 안 되는 금액이다.
이 돈을 가지고 IB스포츠와 공중파를 대표한 KBS가 티격태격 싸움을 벌이고 있다.
IB스포츠는 당초 KBS에 공중파 중계권료로 300만 달러를 요구했다. KBS는 130만 달러를 주장해 협상이 결렬됐다.
재판매 조건도 차이가 났다. KBS는 중계권을 사들인 뒤 MBC SBS에 재판매해 비용을 공동 부담하겠다는 의견이고 IB스포츠는 각 방송사별 계약을 주장했다.
IB 스포츠가 주장한 '각 방송사별 계약'은 지상파 3사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었다.
방송사들은 중계권을 확보하면 자회사, 그러니까 KBS는 KBSN, MBC는 MBS-ESPN, SBS는 SBS스포츠에 재판매할 계획이었다. IB스포츠는 케이블 채널과도 직접 협상하겠고 맞섰다.
얼핏 국민의 '볼 권리'를 가지고 장사하는 IB스포츠가 비난받아 마땅한 상황처럼 보인다. 쓸데없이 외화를 낭비했다는 '애국적' 비판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외화 낭비'는 월드컵의 10%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170만 달러는 현재 환율로 계산해도 26억3900만원밖에 안 된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MBC 직원 1700여 명의 평균 연봉은 1억1400만원이다.
26억3900만원을 마련하려면 직원들 평균 연봉을 158만원 깎으면 된다. 월급으로 계산하면 13만원 정도다.
달리 말해 MBC 월급이 937만원만 되면 WBC를 실시간으로 공중파에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월드컵은 "보편적 시청권"이 보장된다. WBC는 다르다. IB스포츠와 공중파간 협상이 최종 경렬되면 실시간 생중계는 없다.
IB스포츠는 3일 재판매 금액을 200~250만 달러로 낮췄고, 방송 3사 동시 중계도 허용했다. 그런데도 공중파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프로농구 중계권 다툼을 비롯 IB스포츠와 공중파 방송사 사이에 계속된 '힘 겨루기'가 또 고개를 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송사로서는 IB스포츠가 '돈벌이'하는 게 싫은 건 당연하다. '보편적 시청권 확보' 같은 재발 방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에 앞서 공중파가 진정 공중파를 자처하려면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분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