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BC TV '무한도전'은 "봅슬레이 특집"이라는 콘셉트로 3주 시리즈를 방영하고 있습니다. 이 기획 모티프가 된 것은 단연 디즈니 영화 '쿨러닝(1993년)'입니다. 눈 구경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자메이카 육상 선수 네 명이 펼치는 좌충우돌 '봅슬레더' 되기.
특히 영화 막판 금메달을 눈 앞에 두고 썰매가 전복되는 불운을 겪고도 당당히 썰매를 어깨에 짊어지고 나오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자메이카 최초의 봅슬레더라는 자부심!"
4분30초부터 경기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정말 그랬을까요? 봅슬레이는 최고 630㎏까지 나갑니다. 네 사람이 들기엔 확실히 버거운 무게입니다. 썰매가 전복된 것은 맞지만, 실제로는 안전요원들이 밀고 나옵니다. 아래 동영상은 유튜브에 올라온 1988년 캘거리 동계 올림픽 실제 경기 장면입니다.
동영상에 나오는 것처럼 실제 성적도 금메달을 노릴 정도는 못 됐고 8위권이었습니다. 또 2분 20초에 설명하는 것처럼 이들은 '오스트리아'에 있는 실제 트랙에서 훈련을 받았습니다. 영화에서는 이렇게만 연습한 것처럼 돼 있죠.
게다가 실제로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은 '육상 대표'가 좌절된 선수들도 아닙니다. 출전 선수 4명 중 3명은 당시 군인 신분이었습니다. 선수가 차를 팔아서 출전 경비를 댄 것도 당연히 아닙니다.
영화 개봉 당시 미국은 봅슬레이 4인조에서 금메달을 딴 적이 없기 때문에 이들을 지도하는 어빙 블리처 역시 가상 인물입니다. 또 자메이카 팀 코치가 한 명도 아니었습니다.
열대 기후에 속한 나라 중 최초로 동계 올림픽에 참여한 나라도 자메이키가 아니라 필리핀이었습니다. 벤 나나스카가 필리핀 대표로 1972년 사포로 동계 올림픽 스키 활강 대회전에 출전해 73명 중 42위를 기록했습니다.
늘 그렇듯 영화는 영화고, 역사는 역사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