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아, 이게 육망성존(六罔星 zone)의 위력인가"

16일 열린 삼성과 두산의 2008 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 선발 김선우는 첫타자 박한이에 볼넷을 내주자 긴장한 기색을 드러냈다.

다음 타자 조동찬은 섣불리 초구를 건드려 그대로 물러났지만, 양준혁은 역시 노련했다.

"암, 육망성존을 처음 경험할 때는 흔들리게 마련이지"

그는 침착하게 볼을 골라 1루로 걸어 나갔다.

국내 복귀 첫해 김선우는 1500개가 넘는 공을 던졌지만, 구심이 김풍기인 때는 한 번도 없었다.

결국 김선우는 3회를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날 김선우는 삼진 두 개를 기록했지만 모두 상대 타자가 헛스윙 해 준 덕분이었다.

김선우는 "분명 (존을) 통과했다고 생각한 공도 많았지만 심판의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며 "미국이었다면 분명 스트라이크로 인정됐을 공이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여태 우리가 '스트라이크 존'이라고 생각했던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육망성존.


김선우보다 1년 먼저 미국에서 돌아온 LG 봉중근은 "올해 리그에서 가장 많은 공(3015개)을 던졌지만 육망성존을 한 차례도 경험하지 않아 다행"이라며 "봉미미 이미지를 탈피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털어놨다.

육망성존 극복에 성공한 롯데 임경완은 "육망성존을 지배하는 것은 결국 혼"이라고 강조한다.

임경완이 올해 던진 603개 공 가운데 구심이 스트라이크 판단을 내린 것은 모두 329개. 스트라이크 비율은 28.6%였다.

김풍기가 구심일 때 이 비율은 58.3%로 2배 이상 늘어난다.

임경완은 "육망성존의 회전 궤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이는 마지막까지 작품을 완성시키고야 말겠다는 작가 혼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선발 투수 가운데서는 한화 정민철이 돋보인다.

31.5%인 그의 스트라이크 비율은 육망성존에서 48.8%로 늘어난다.

정민철은 "올해는 50%에 도전했는데 실패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커브가 좀 밋밋하게 떨어지면 혼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 같았다"고 역시 '혼'을 강조했다.

하지만 평소 5.23인 평균자책점은 김풍기를 만나면 7.94로 치솟았다.

두산 이혜천은 "그건 육성망존에 홀려 스트라이크를 넣는 데만 너무 몰입했기 때문"이라며 "투수는 심판이 아닌 타자를 상대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천의 스트라이크 비율은 평소 33.5%에서 40.5%로 1.2배 느는 데 그쳤지만, 평균 자책점은 4.69에서 0.69로 완전히 다른 면모를 보였다.

거꾸로 김풍기 심판이 가장 혼이 없다고 생각하는 투수는 KIA 한기주다.

한기주가 김풍기 주심을 만나면 28.7%이던 스트라이크 비율은 12.8%로 줄고, 1.71이던 평균 자책점도 5.40으로 솟구친다.

김풍기 심판은 "한기주가 베이징 간다는 말을 들었을 때 불안함을 숨길 수가 없었다"며 "혼을 강조하는 것인 이미 세계적인 추세가 됐다"고 말했다.


2008 플레이오프가 7차전까지 진행되면 투수들은 육망성존을 한 번 더 경험해야 한다.


※ 이 글에 등장하는 숫자는 '팩트'지만 내용 자체는 '픽션'이며, 맨 마지막 사진도 네티즌이 만든 '짤방'으로 등장 인물도 실제 김풍기 씨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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