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최근 자주 가는 사이트(www.istat.co.kr)에서 '최다안타 타이틀'을 놓고 설왕설래(說往說來)가 오갔다.

역시나 등장한 세이버메트릭스에 대한 비난 혹은 오해.

이미 수 없이 언급한 것처럼 타자는 기본적으로 때리는 사람이다. 그 무엇도 이 사실을 대신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안타를 많이 때리는 타자가 좋은 타자다.

단, 두 가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1) 이 타자가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타석에서는 무엇을 했는지 2) 어떤 종류의 안타를 때렸는지 하는 것 말이다.

타자가 안타를 때려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타자는 때려서 '득점'을 만드는 사람이다.

그래서 개발된 메트릭이 바로 그 유명한 RC(Runs Created)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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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 최다 안타 타이틀을 거머쥔 타자 28명(1983, 2000년 공동 수상)의 RC(Runs Created)를 더하면 2566점이 나오고, 중복된 타자 가운데 높은 쪽을 선택해 더하면 2420점이 된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해 보면 홈런왕은 2558점, 타격왕은 2381점이다.

단순히 비교하자면 홈런, 최다안타, 타율 순으로 득점 공헌도가 높은 것이다.

그런데 프로원년부터 지난해까지 안타를 제일 많이 친 선수와 RC가 제일 높은 선수를 비교해 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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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 시즌까지는 안타를 가장 많이 친 타자가 곧 가장 많은 득점을 만들어내는 타자였다.

그 이후 10년간은 최다 안타왕 가운데 40%만 최고 RC의 주인공을 차지한다.

최근 10년 동안은 전무하다.

패러다임 자체가 변한 것이다.

여전히 감독들은 1980년대 초반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작전을 구사하고, 일부 해설자들은 오히려 그때보다도 못한 이야기를 늘어놓기 바쁘지만 분명 우리 야구는 그것이 성장이든 변화든 그 무엇이든간에 달라진 것임에 틀림없다.

이런 것을 밝히는 것이 바로 '세이버메트릭스'다.

안타를 많이 때리는 것이야 말로 타자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지만, 그것보다 더 팀에 도움이 되는 방식도 존재할 수 있다는 해명.

기록이 가진 가치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밝히는 발굴.

그에 따라 전통적인 기록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탐사.

야구는 변한다. 그럼 우리가 야구를 보는 눈도 변할 필요가 조금 쯤 있는지 모른다.

최다 안타 타이틀의 가치는 충분하다.

양준혁의 2000 안타는 진심으로 대단한 기록이다.

하지만 역대 최고인 RC 1528점도 그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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