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텍사스州에서 첫 번째 월드 시리즈가 열린다. 텍사스 공화국이 성립됐던 1836년으로부터 169년, 텍사스가 미국의 한 주가 되었던 1845년으로부터 160년, 메이저리그가 처음 태동했던 1869년으로부터 136년, 월드 시리즈가 처음 열렸던 1903년으로부터 102년, 텍사스州에 처음으로 빅 리그 팀이 생겼던 1962년으로부터 43년, 팀이 애스트로스로 명칭을 변경했던 1965년으로부터 40년만의 일이다.

그리고 이제 너무도 다른 환경에서 월드 시리즈가 재개된다. 윈디시티(Windy City)라는 닉네임답게 찬바람이 불고 비까지 부슬 내렸던 시카고. 그러나 이제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건조하고 뜨거운 텍사스다. 카우보이, 총잡이 그리고 보완관의 땅 텍사스. 게다가 이제 경기는 내셔널리그 룰로 치러지게 된다. 지명타자 없이 투수도 타석에 들어서야만 하는 NL룰 말이다.

덕분에 화이트삭스의 지명 타자, 칼 에버렛의 활용 방안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에버렛은 지난 두 경기에서 7타수 3안타, .429의 타율을 기록 중이다. 외야수로 출장 가능한 선수이기는 하지만, 포세드닉-로원드-다이가 지키는 외야엔 빈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럴 필요성도 그리 느껴지지 않는다. 따라서 그는 기껏해야 경기당 한 타석의 기회밖에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상황이 경기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아주 높은 순간일 수도 있다는 점은 명심해야겠다. 그는 정규 시즌 팀내 타점 2위, 그만큼 해결사 기질이 있다는 얘기다.

휴스턴에서는 부상으로 인해 정상적인 수비가 불가능한 제프 백웰 역시 핀치 히터라는 원래의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다시 지명타자로 전 경기를 소화하기 위해서, 얼마 안 될 그 기회를 살려내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본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난 2경기에서 6타수 1안타, 타율 .167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게 사실이지만, 그 1안타가 어제 경기 9회초 동점을 이루는 신호탄이 됐다는 점은 승리를 향한 그의 열망을 보여주는 단적인 보기라고 하겠다.

그밖에도 화이트삭스는 티모 페레스, 파블로 오수나, 제프 블럼 등의 벤치 멤버가 포진해 있다. 물론 아지 기엔 감독의 스타일상 이들을 중용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투수 타석에 대타를 넣어야 한다는 점, 따라서 더블 스위치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지난 2경기보다 이들의 가치를 높일 것이 틀림없다. 한편, 휴스턴에는 버크, 버크먼, 램, 비스카이노, 에릭 브런틀렛 등 두 개 이상의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이 제법 된다. 이것의 원인인지 결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필 가너 감독은 되도록 모든 선수를 기용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비스카이노 선수가 결정적인 한방으로 경기를 동점으로 끌고 간 것처럼, 이들이 언제 경기에 투입되는지 살펴봐야 할 요소다.

사실 화이트삭스는 NL룰 아래서도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이번 시즌 NL 구장에서 치른 인터 리그 9경기에서 7승 2패를 기록했다. 54득점을 하는 동안 24실점. 2패 모두 한점 차 패배였다. 따라서 지명타자가 없다고 해서 그들이 큰 영향을 받을 걸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9번 타순에 투수가 들어선다는 점은, 하위 타순 타자들에게 치고 달리기 작전을 거는 데 있어 다소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화이트삭스가 다소 자신들의 스타일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2승 무패로 시리즈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이들의 자신감을 배가 시킬 것임에 틀림없다. 그들은 홈런 역시 때려낼 수 있는 팀이고, 휴스턴 구장은 우타자가 홈런을 치기에 유리한 구장이다.

미닛 메이드 파크는 우타자에게만 유리한 구장이 아니다. 그건 애스트로스 선수단 전체에게 그렇다. 애스트로스 타자들의 홈 타율은 .271, 원정의 .242와 비교할 때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홈런 수 역시 93대 68로 홈에서 타자들이 훨씬 강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투수진은 타자들에게 유리한 구장에서 오히려 더 강했다. 홈 구장 방어율 3.07, 원정 경기에서는 3.98이었다. 따라서 그 결과 홈 경기 성적 53승 28패. ML 소속 30개 팀 가운데 2위다. 그만큼 홈에서 막강한 애스트로스였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게 지난 시즌 NLCS다. 마찬가지로 원정에서 2연패로 무너진 뒤, 홈에서 내리 세 경기를 따냈다. 비록 다시 원정에서 무너지며 리그 타이틀을 세인트루이스에게 양보해야 했지만 말이다. 이번에도 휴스턴이 다시 홈에서 3연승을 거둘 수 있을지, 아니면 시카고가 그대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3차전을 주목해 보자. 3차전 휴스턴 선발 로이 오스왈트는 지난 2년간 미닛 메이드 파크에서 20승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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