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Vs  
 
"시간제한이 없는 게임의 묘미를 알려주지."
 
아다치 미츠루가 그린 만화 H2에서 주인공 히로가 축구부를 그만 두고, 다시 야구 애호회에 들어가면서 내던진 대사입니다. 오늘 NLDS, 애틀랜타와 휴스턴의 대결은 바로 이 대사를 상기시키는 멋진 한판이었습니다. 4차전 얘기는 좀 뒤로 미루기로 하고, 우선 시리즈 전체를 한번 간략하게 훑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14시즌 연속으로 지구 1위 팀을 차지한 전통의 명문입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월드 시리즈 우승은 1회밖에 차지하지 못할 정도로, 막상 가을 야구와는 그리 큰 인연이 없는 팀이기도 합니다. 올해 초반엔 다소 기대 이하의 성적을 올리며 14년 연속 지구 우승은 어려운 게 아닐까 했습니다만, 결국 저력을 발휘 지구 1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파드레스와 필리스 혹은 애스트로스 가운데 어느 팀이 NLDS 파트너가 될지 기다리던 상황이었습니다.
 
한편, 휴스턴은 시즌 최종일이 되어서야 와일드카드 확보,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시즌 성적은 89승 73패, 와일드 카드 2위를 차지한 필라델피아의 성적은 88승 74패였습니다. 정규 시즌 최종전에서 휴스턴이 지고 필라델피아가 이겼더라면, 양 팀 모두 88승 74패로 동률 1위, 원게임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6회말 휴스턴이 경기를 뒤집으며 승리, 와일드카드를 차지하며 플레이오프에 올랐습니다.
 
휴스턴의 가장 큰 무기는 확실한 투수진입니다. 선발 3인방 ; 로이 오스왈트, 로저 클레멘스, 그리고 앤디 페팃. 정말 이름만으로도 상대를 공포에 떨게 만들 만한 선발진입니다. 여기에 마무리 투수 브래드 릿지까지. 타선 역시 킬러-B로 대변되는, 한 방 터지기만 하면 무서운 타선입니다. 잘 안 터진다는 게 시즌 동안, 특히 로켓맨이 등판했을 때 더더욱 문제가 됐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사실 플레이오프에 오른 팀 가운데서, 투수들의 구장인 펫코 파크를 쓰는 샌디에이고를 제외하고는 최저 득점을 기록했을 만큼 공격력이 의심스러운 건 사실이었습니다.
 
애틀랜타 역시 엄청난 투수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올 시즌 다시 선발로 복귀한 스몰츠를 시작으로,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 팀 허드슨, 호르헤 소사까지. 게다가 시즌 중반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카일 판스워스가 뒷문을 책임지면서 불펜진의 안정성도 높아졌습니다. 판스워스는 애틀랜타로 트레이드 된 이후 27 1/3 이닝 동안 방어율 1.98을 기록하며 센세이셔널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여기에 NL 홈런왕 앤드루 존스(.263 / .347 / .575), 치퍼 존스(.296 / .412 / .556)를 시작으로 루키 프랑코어(.300 / .336 / .500)까지 엄청난 공격력을 보유한 팀이 바로 애틀랜타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휴스턴은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 역시, 애틀랜타를 가을 잔치에서 조기 탈락시키며 NLCS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지난 시즌은 5차전가지 3승 2패, 이번 시즌엔 3승 1패, 다시 한번 애틀랜타는 디비전 시리즈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14년 지구 1위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인 것입니다.
 
1차전은 10월의 사나이 앤디 페팃과 오클랜드에서 건너온 팀 헛슨간의 맞대결이었습니다. 승부처는 4회말이었습니다. 4회말에만 2점을 추격 4대 3까지 따라온, 1사 1,2루.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습니다. 그러나 브라이언 조던 선수의 병살로 이닝이 마무리되게 됩니다. 이 찬스를 놓친 이후 페팃에게 7회까지 꽁꽁 묶이게 됩니다. 8, 9회 각각 한점씩 뽑기는 했지만, 이미 경기를 뒤집기는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페팃 선수가 승리 투수, 헛슨 선수가 패전 투수로 기록되게 됩니다. 페팃 선수는 포스트 시즌 통산 14승을 올리며, 10월의 사나이라는 닉네임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존 스몰츠의 역대 최다 기록과 똑같은 승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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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은 싸이영 수상자간의 대결, "로켓맨 " 로저 클레멘스와 존 스몰츠가 각각 양 팀의 선발 투수였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로켓맨은 2회말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맥칸 선수에게 3점 홈런을 얻어맞으며 무너지고 맙니다. 결국 로켓맨 선수 5이닝 동안 5실점, 체면을 구기고 마운드에서 내려갑니다.
 
반면 존 스몰츠 선수 7회까지 삼진 5개를 곁들이며 1실점, 예전 애틀랜타 3인방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선수로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다시 한번 팬들에게 확인시킵니다. 애틀랜타에서는 레이츠마 선수에 이어 판스워스 선수가 등판 각각 1이닝씩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경기를 매조지었습니다. 존 스몰츠 선수, 다시 포스트 시즌 통산 15승, 바로 전 경기에서 타이기록을 세웠던 페팃 선수보다 다시 한 걸음 앞서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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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 1패로, 호각세를 이룬 가운데 휴스턴의 홈 구장 미닛 메이드 파크로 옮겨 치러진 3차전. 양 팀 선발은 로이 오스왈트와 호르헤 소사. 애틀랜타의 홈 구장 터너 필드가 투수들에게 유리한 구장이라면, 휴스턴의 홈 구장은 타자들에게 유리한 구장입니다. 그리고 역시 홈런이 승부를 갈랐습니다. 2 대 2로 동점을 이룬 3회말 2아웃, 마이크 램 선수의 우월 홈런이 터지면서 휴스턴이 3대 2로 앞서 나갑니다. 그리고 다시 7회에 4득점 하며, 상대를 무릎 꿇게 만들었습니다.
 
마이크 램 선수와 함께 경기를 이끌어준 선수는 18년차 베테랑 크렉 비지오 선수였습니다. 5타수 3안타, 2득점. 안타 세 개는 모두 2루타였습니다. 그리고 이 팀의 마무리 투수 릿지 선수, 9회초 마운드에 올라 마지막 타자 오어 선수를 우익수 플라이로 유도하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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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승 1패로, 시리즈를 끌려가며 탈락 직전에 몰린 애틀랜타. 다시 한번 팀 헛슨을 마운드에 올리며 승부수를 던집니다. 헛슨 선수 7이닝 3실점에 삼진 5개를 곁들이며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에서 내려갑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경기가 세 시간 이상 더 진행되리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승기를 먼저 잡은 쪽은 애틀랜타였습니다. 7회까지 6:1, 거의 승리가 굳어져 가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8회말에 터진 랜스 버크만 선수의 만루 홈런으로 6:5까지 추격, 9회말 역전의 가능성을 열어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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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늘상 늘어오던 말,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 브래드 어스무스 선수 중월 솔로 홈런을 날리며 승부를 6:6 원점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야구계 최고의 명언이 떠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야구, 몰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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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경기는 연장전으로 돌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애틀랜타에게는 11회, 14회, 그리고 휴스턴에게는 10회 찬스가 찾아왔지만 모두 무산,  무득점 행진이 이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맞이한 15회말. 이제 휴스턴 로스터에 남아 있는 투수는 단 2명. 5차전을 염두에 두자면 앤디 페팃 선수는 아껴두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순간 필 가너 감독 로저 클레멘스 선수를 투입하는 강수를 둡니다. 재미있는 건 투수가 아닌, 핀치 히터로 먼저 경기에 나와 희생번트를 성공했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15회에도 휴스턴은 경기를 끝내지 못합니다.
 
이후 마운드에 올라 3이닝 동안 삼진 4개를 솎아 내며 1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습니다. 40세가 넘은 나이에, 단 이틀간의 휴식밖에 취하지 않았다고는 볼 수 없는, 우리가 기대하던 로켓맨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18회말, 로저 클레멘스 선수 팀의 선두 타자로 나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습니다. 이 장면이 2005 NLDS에서 보는 로저 클레멘스 선수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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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 크리스 버크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초구, 2구 모두 볼. 그리고 3구째를 통타 좌월 홈런을 날리며, 양팀 도합 42명 출전, 35 1/3 이닝, 338분에 걸친 대장정이 마무리 됩니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승리를 거둠으로써 휴스턴은 2년 연속 NLCS에 진출하게 됩니다. 정말 꿈처럼 멋진 명승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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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NLCS에서는 2년 연속 세인트루이스와 휴스턴이 맞대결을 벌이게 됐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세인트루이스가 휴스턴을 최종 7차전 끝에 4승 3패로 꺾고 월드 시리즈에 진출한 바 있습니다. NLCS 1차전은 세인트루인스의 홈 구장, 부쉬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며 양 팀 선발로는 크리스 카펜터(세인트루이스)와 앤디 페팃(휴스턴)이 내정됐습니다. 양 팀 모두 NLCS에서도 잊을 수 없는 명승부를 펼쳐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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