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VS  
 
NL에서도 LCS(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한 팀이 나왔습니다. 그 주인공은 이번 시즌 MLB에서 유일하게 세자릿수 승수를 달성한 세인트루이스. 이로써 세인트루이스는 2년 연속 월드 시리즈 진출을 위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실 승수가 말해주듯, 세인트루이스는 이번 시즌 MLB 최고의 강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가장 먼저 디비전 우승을 결정지으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은 팀입니다. 그런 팀이 승률 5할에서 딱 2경기 앞선 샌디에이고와 맞붙었으니 사실 시리즈의 향방은 세인트루이스의 우세가 점쳐졌던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전망은 실제 결과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양 팀의 에이스, 크리스 카펜터 선수와 제이크 피비가 맞붙은 1차전 8대 5로 승리. 오클랜드에서 건너온 마크 멀더 투수가 등판한 2차전 6대 2로 승리, 그리고 샌디에이고의 홈 구장 펫코 파크로 장소를 옮겨 지러진 3차전 역시 맷 모리스 투수가 4회까지 상대 타선을 무안타로 틀어막으며 7대 4로 승리. 시리즈 전적 3승 무패로 스윕하며 NLCS에 선착했습니다.
 
세인트 루이스는 이번 시즌 팀 방어율 1위팀입니다. 그만큼 탄탄한 투수력을 기본으로 하는 팀입니다. 크리스 카펜터는 비록 시즌 막판 부진하기는 했지만, 8월만 하더라도 NL 싸이영상 수상이 유력시 될 만큼, 이번 시즌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 오프시즌 오클랜드에서 건너온 마크 멀더 선수 역시, 16승 8패 방어율 3.64의 좋은 기록을 남겼습니다. 그 뒤를 받친 맷 모리스 선수, 14승 10패, 방어율 4.11. 역시 준수한 성적입니다. 뒷문을 지킨 제이슨 이스링하우젠 선수의 세이브는 39개, 성공률은 91%였습니다.
 
그렇다고 공격이 뒤쳐지는 것도 아닙니다. NL 16개 팀 가운데 OPS 5위, 득점 3위를 기록할 만큼 공격에서의 생산력 또한 뛰어났습니다. 카디널스의 주포 앨버트 푸홀스 선수, 이번 시즌 OPS 1.039의 기록으로 시카고 컵스의 데릭 리에 이어 2위, 선수 1인이 팀의 승리에 얼마나 공헌했는지를 알아보는 지표인 WS(Win Shares)에서는 38.3으로 MLB 전체 1위를 차지하는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짐 에드몬즈 선수 역시 WS 부분에서 28.5로 NL 9위, 오프시즌 동안 애너하임(현재 LA 에인절스)에서 건너온 유격수 데이빗 엑스타인 선수 역시 WS 27.6로 전체 13위에 올라 있습니다. 그만큼 공격진의 활약 역시 뛰어나다고 하겠습니다.
 
이렇듯, 투수력과 수비력 모두 안정적인 팀이 바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였습니다. 따라서 82승 80패라는 그저 그런 성적에도 지구 우승을 차지한 샌디에이고는 전력상 뒤처지는 게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단기전이라는 특성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참을성 많은 라인업, 그리고 막강한 불펜을 자랑하는 샌디에이고가 단기전에서는 의외의 승부를 연출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코리안리거 박찬호 선수의 커리어 첫 번째 플레이오프 경기 출전 여부도 관계된 시리즈였기에, 국내 팬들의 이목을 끌 만한 여러 소지를 갖추고 있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박찬호 선수는 최종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는 데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도 설명드렸다시피 3연패를 당하며, 샌디에이고는 그대로 시리즈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샌디에이고 쪽에서 무엇보다 아쉬운 건, 언제나 선취점을 허용한 채 끌려가는 경기를 치러야 했다는 점입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샌디에이고의 강점 가운데 하나는 바로 강력한 불펜입니다. 하지만 뒤지는 경기에서 불펜진들이 해줄 수 있는 역할이란 그리 의미심장한 게 못 됩니다. 따라서 초반 득점을 통해 분위기를 이끌어 오는 작업이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단 한번도 이러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1차전 제이크 피비 선수 짐 에드먼즈 선수에게 좌중간을 넘어가는 홈런을 맞으며 선취점을 허용합니다. 게다가 4회엔 폭투로 실점을 허용하며 흔들리기 시작, 결국 레지 샌더스 선수에게 2타점 적시타를 엊어 맞으며, 3회까지 총 4실점. 타선이 터지지 않고서는 불펜진만으로 어찌할 수 없는 지점에까지 다다르게 됩니다. 5회에 4실점을 기록한 건 사실이지만, 이미 3회에 승부는 기울었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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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3회 선두 타자 누네스에게 볼넷 허용, 후속 타자 야디 몰리나 선수는 유격수 실책으로 진루, 9번 타자 투수 마크 멀더 선수 희생번트. 야수 선택으로 2루 주자만 잡고 실점 허용, 볼넷으로 다시 만루, 그리고 푸홀스 선수에게 밀어내기 볼넷 허용. 스스로 무너지며 2실점을 허용합니다. 상대 타격에 의한 실점보다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이 결국 패배를 부른 셈이라고 하겠습니다. 그 결과 이어진 4회 다시 2실점, 무너집니다. 엑스타인 선수의 기막힌 스퀴즈를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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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치러진 최종 3차전 역시 1회초 수비에서부터 실점을 허용하며 시작, 2회 엑스타인 선수에게 투런 홈런 허용, 이어서 레지 샌더스 선수에게 2타점 2루타를 얻어 맞으며 급격하게 무너집니다. 시리즈 전적 2대 0으로 몰려 있는 상황에서, 초반 실점을 당연히 팀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장소를 홈으로 옮겨 치른 경기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결국 시리즈 업셋은 벌어지지 않았고, 샌디에이고는 이번 시즌을 마감하게 됩니다. 더불어 박찬호 선수의 이번 시즌도 완벽히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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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선수 올해 두자릿수 승수를 올리긴 했습니다만, 승수를 제외한 여타 영역에서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방어율부터 결코 좋은 성적이라 할 수가 없고, 제구력 문제는 여전히 불안했습니다. 그래도 다소 고무적인 건 투심의 장착을 통해 땅볼/뜬공 수치가 향상됐다는 점입니다. 그 결과 피홈런 숫자도 줄었습니다. 이제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NL, 그리고 그 가운데서도 투수들의 구장으로 손꼽히는 펫코 파크를 홈으로 쓰게 됐으니, 내년 시즌에는 올해보다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투수들의 구장에서도 부진하다면, 정말 더 이상 박찬호 선수를 받아주는 곳이 없다는 점을 본인도 잘 알고 있기에, 오픈 시즌 내 더욱 성실한 몸 관리를 해주길 바랍니다.
 
세인트루이스는 지난 해 월드 시리즈 스윕의 아픔을 딛고, 다시 한번 월드 시리즈 무대를 꿈꿀 수 있게 됐습니다. 마크 멀더, 데이빗 엑스타인 등 이적 선수들이 이번 시즌 팀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은 희망적이라고 하겠습니다. 게다가 명장 토니 라 루사 감독이 팀을 맡고 있는 만큼 감독 싸움에서도 뒤지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현재 NLCS 진출을 놓고 벌이는 또 다른 시리즈에서는 2승 1패로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에 앞서 있습니다.
 
p.s) 레지 샌더스 선수는 오늘도 2타점을 추가하며 10타점, NL 디비전 시리즈 최다 타점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축하합니다. 샌더스 선수의 기록 경신 장면을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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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수비의 귀재, 짐 에드먼즈 선수의 기 막힌 수비 장면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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