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별자리 [constellation]
하늘의 별들을 찾아내기 쉽게 몇개씩 이어서 그 형태에 동물, 물건, 신화 속의 인물 등의 이름을 붙여 놓은 것.

돌고래 자리

황도 12궁에 따른 별자리는 해당 시기에 지구에서 보기에 각 별자리들이 태양과 같은 위치에 놓이는 때를 기준으로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별이 뜨고 지는 시각이 태양과 같아서 지구에서는 그 별자리를 볼 수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배운 지 오래되어서 불안하지만 -_-) 그리고 이런 별자리, 즉 어떤 별이 사라지느냐에 따라 각종 변화가 일어난다는 건, 점성술을 시초로 하여 이미 너무도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히틀러 역시 점정술을 신봉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별자리에 따른 만물의 변화는 여전히 인류의 역사를 뒤흔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하여 이번에는, 외계인들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사실 주성치 님께서 지적해 주셨지만, 이미 그 전에 20C 최고의 걸작 다큐멘터리 MIB는 우리 가운데 외계인이 상당수 섞여있음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저를 외계인으로 오해하고 계신 분들도 가끔 보이는데, 저는 이런 외계인들의 정체를 밝히고자 치열하게 매진했을 뿐, 저 자신은 순수한 지구인입니다. 때로 외계인들은 <화성에서 온 여자, 금성에서 온 남자> 등의 표현을 통해 우회적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감추려 하고 있지만, 이는 어설픈 노력에 불과합니다. 그들 역시 저의 눈을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물론, 외계인의 존재는 이미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라, 국내 야구판에서도 이런 존재들은 손쉽게 발견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늑대인간, 드라큘라 등과 함께 평범한 지구인인 체 행세하며 살고 있지만, 고향별이 사라지는 순간 극심한 향수병(鄕愁病)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 결과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게 일반적입니다.그래서 한번 각 선수들이 떠나온 별들을 차근차근 밝혀 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듯, 별자리 주기에 따라 우주만물의 운행이 달라지게 되니, 각 시기별 득점 상황을 평균치로 잡았음을 일러두는 바입니다. (늘 말씀드렸듯,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 사실 -_-)

- Hamal ; 라이온 RCAA -6 GPA .154 HR 0 RBI 3 그거 2


(앞으로 별다른 설명이 없다면 α가 붙은 별이 해당 별입니다.)

이미 떠나신 분이라 함부로 말하기는 곤란하다. 하지만 언제 짐을 싸야할지 모르는 외국인 선수라는 점을 감안하자면, 시즌 초 성적 치고는 너무 불안했다. 향수병이 사라진 직후인 황소자리 기간(4/20~5/20)엔 RCAA +2, GPA .309, HR 2!!, RBI 14로 국내 무대에 남겨도 좋을 만한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향수병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는지 그거 2개는 피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이제 자기 별로 돌아갈 수 있을 터이니, LG는 그만 그리워하길.


- Aldebaran ; 홍성흔 RCAA -5 GPA .199 HR 2 RBI 19 그거 5



홈런 2개에 19 타점이나 올렸는데 무슨 소리냐고 말씀하실 분들, 그거 숫자는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이런 분들은 홍성흔 선수의 성격을 잘 몰라서 하시는 말씀.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억지로라도 더더욱 힘을 내어 밝고 희망차게 살고자 애쓰는 게 바로 홍성흔 선수다. 하지만 줄기차게, 계속해서 그런 감정의 상태를 유지하기란 힘든 노릇. 애써 숨기려 했지만, 들키고야 만 것이다. 재채기, 주접, 그리고 향수병은 숨길 수 없다.


- Castor ; 김재걸 RCAA -5 GPA .164 HR 0 RBI 4 그거 3



혹시 김재걸 선수가 한국 시리즈 끝나고 소위 속옷 세레머니를 하면서 보여준 문장을 기억하시는지? 돔 구장 지어주세요. 이유가 뭘까? MIB를 보신 분이라면 아실 걸로 믿는다. 그는 현재의 여러 여건상 국내에 돔 구장을 신속한 시일 내에 건설할 수 없다는 것쯤 알고 있었다. 이 기회를 포착, 자신의 별에서 좀더 많은 친구들을 불러 오려는 계획이었다. 덕분에, 어쩌면 우리는, 좀더 많은 외계인들과 함께 살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 Al Tarf ; 이숭용 RCAA -6 GPA .141 HR 0 RBI 3 그거 2


β입니다.

3 - 7 - 4 - 0 - 0 - 0 - 0, 이번 시즌 별자리별 이숭용 선수의 홈런 기록 추이. 사실 우리 캡틴은 이번 시즌 놀라운 스타트를 보이며 많은 팬들을 설레기 했다. 하지만 끝끝내 향수병을 이겨내지 못했다. 구단에서 엄청나게 많은 랍스터로 기를 북돋우려 했지만, 다 죽어가던 캡틴의 목소리, 이건 가재잖아요. 이 소식을 듣고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힘내요, 캡틴, 가재가 게 편이듯, 저희는 당신 편입니다.


- Regulus ; 진갑용 RCAA -5 GPA .163 HR 0 RBI 4 그거 5



사자자리에서 라이온즈 선수가 선출된 건 사실 너무도 자연스런 일이다. 이번 시즌 진갑용 선수는 수비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RCAA +3을 기록, 1위 팀의 주전 포수로서 확실히 솔리드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 그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라이온즈에 정착한 이후 자신의 포텐셔을 완전히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조차 고향별이 사라지는 아픔은 견디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 Spica ; 이진영 RCAA -3 GPA .190 HR 6 RBI 2 그거 2



이번 시즌 가장 득점을 뽑아 내기 힘든 구장은 문학이었다. 이 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이진영 선수는 +18의 RCAA를 기록하는 멋진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처녀자리엔 그조차 어쩔 수 없었다. 이진영 선수, 지구인들도 그대를 너무 좋아합니다. 얼른 결혼해서 더더욱 멋진 모습 보여주세요. 대한한국에서 장인/장모의 믿음을 얻으려면 기본적으로 군필자 혹은 면제자이어야 한다는 건 이미 잘 아시리라 믿겠습니다.


- Zubenelgenub ; 김태균



기록은 오히려 낙서 누님의 마음을 아프게 할 것 같아 생략. 그저 아주 유사해 보이는 두 낱말만 쓰겠습니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MIB를 보신 분이면 아시겠지만, 이들 외계인은 우리에게 그 어떤 피해도 끼치지 않고, 이렇게 우리들의 선망을 받으며 우리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안겨주는 멋진 존재들입니다. 21C는 지구의 시대를 넘은 우주의 시대가 될 것입니다. 열린 마음으로 외계인들 또한 우리와 다르지 않은 존재임을 받아들이고, 그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선구자로서 우리 파울볼러들이 자리매김하기를 빌어 봅니다.


댓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