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역시나 KBO 관계자로부터 메일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사실을 확인해 드리자면, 제가 늑대인간이라고 의심을 했던 선수 네 명 가운데 두 명은 늑대인간이 맞았고, 두 명은 그저 우연의 일치였습니다. 어느 누가 누구였는지 밝히는 건 정말 그 선수들의 명예와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정말 늑대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만으로도 개인적으로 제법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에 용기를 얻어 이번에는 드라큘라가 우리 프로야구판에 존재하지는 않을까, 하는 점을 알아보게 됐습니다. 이미 KBO측으로부터 도착한 메일에 이 작업은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던 내용이 포함돼 있던 게 사실입니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는 하나도 공개해 주지 않아 한잔 형님 고생하게 만들면서 또 이런 정보는 철저하게 숨기려고 하는 그네들의 작태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는 법. 다시 한번 죽임의 위협을 무릅쓰고,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리마리오가 아닙니다. -_-;


드라큘라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바로 십자가와 마늘을 무서워한다는 점입니다. 그럼 십자가와 마늘을 무서워하는 선수를 골라낸다면 바로 드라큘라 선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각팀 팬들께 부탁, 선수들 눈앞에 십자가를 들이밀고 마늘 냄새를 맡게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많은 논문에서 보고되고 있듯, 진화를 거듭한 드라큘라 집단은 놀라운 연기로 공포감을 숨겨내는 데 일가견이 있습니다. (kini 註 - 이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영국 맨체스터 토튼햄 대학의 서먼 찰슨 3세 박사가 쓴 논문 『the contemporary draculas』 을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하지만 서먼 찰슨 3세가 작성한 논문을 읽어 보면, 남들에게는 철저히 이런 공포감을 숨길 수는 있지만 신진대사는 확연히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들 종족 내부 유전자는 어쩔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실험에 자원한 드라큘라 100여 명을 표본으로 검증된 자료인 만큼 매우 신뢰할 만한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namssi 형님, 낚인 척 하지 마세요. -_-)


따라서 우리는 드라큘라와 연관된 특정한 순간 특정 선수 기록이 급감한다면 그 선수 신진대사 저하를 예측할 수 있고, 또한 그 선수가 드라큘라 무리에 속한다고 가정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이런 순간은 주기적이고 반복적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어느 하루, 어느 한 순간을 기준으로 삼는 게 문제가 된다는 사실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제가 주목해 보고 싶은 건 바로 일요일 기록이었습니다. 교회나 성당에 다니시는 분들은 일요일을 '주일'라고 부르십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셔서 인류를 악에서 구하신 그리스도를 찬양하며 주님께 자기 죄를 용서받길 기도하는 날입니다. 역시나 십자가 아래서 말입니다. 따라서 드라큘라족(族)에게는 일요일이야 말로 가장 힘이 빠지는 날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럼 마늘은 어떤가? 이런, 일요일은 짜파게티 먹는 날이라는 걸 잊으신 겁니까? 그 속에 함유된 마늘 함량을 감안하신다면 제가 드리는 말씀이 무엇인지 아시리라 믿습니다. 게다가 일요일은 식구들이 모여서 삽겹살을 구워 먹을 확률이 가장 높은 날이라는 것까지 감안하자면, 드라큘라들에게는 정말 끔찍할 겁니다. 게다가 일요일은 주로 낮경기가 벌어집니다. 거의 확실한 조건인 셈입니다.


어제에 이어 다시 한번 신변의 위협을 느끼면서, 드라큘라로 강력히 의심이 되는 선수들의 명단을 공개토록 하겠습니다.


1. 박진만 .122/ .234/ .171


.231/ .328/ .346, 그의 토요일 기록은 이랬습니다. 월요일은? .667/ .750/ 1.667 하지만 월요일은 어쩌다 한 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화요일을 보시면? .250/ .345/ .479 왜 유독 일요일에만 이렇게 고립된 기록을 찍는 걸까요? 예전에 보물섬이었는지 IQ점프였는지에 피를 먹지 않는 꼬마 드라큐라가 등장했던 것 기억하십니까? 어쩐지 그 모델이 박진만 선수 같지 않으신가요?



2. 손인호 .161/ .254/ .177 


아마 시절 명성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아마도 아마에서 프로로 넘어 오는 어느 시점인가에 드라큘라에게 물려 감염된 걸로 보입니다. 역시 토요일은 .246/ .303/ .295로 시즌 전체와 유사한 기록을 보입니다. 화요일엔 .257/ .288/ .386. 일요일 GPA .143은 전체 .221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수치입니다. 안타깝습니다. 드라큘라에게 물리지만 않았더라도.



3. 김인철 .240/ .291/ .320


이번 시즌 김인철 선수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깡패 집단의 일원으로 멋지게 거듭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요일 김인철 선수의 모습은 예전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실망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ISO는 고작 .080 깡패와 너무도 거리가 먼 모습입니다. 시즌 전체 ISO가 .175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말 안타까운 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드라큘라가 있으면, 픽션에 대개 목사나 신부님으로 등장하는 퇴마사가 있습니다. 드라큘라 앞에서 더더욱 힘을 발휘하는 정의의 사도. 파울볼에서 정의의 사도는 낙서 님이십니다. 왜냐? 이 선수 성적을 보세요. .389/ .450/ .800, HR 9, RBI 31. 참고로 홈런 2위의 기록은 5개, 타점 2위 기록은 17개입니다. 얼마나 굉장했는지 아시겠죠? (정말 눈치 못채실 분들을 위해 밝히자면, 김태균(한화) 선수 기록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주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을 일컬어 <괴물>이라는 표현을 쓰고는 합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는 비유가 아닌 사실입니다. 아니, 우리가 우리와 함께 살아 숨쉬고 있는 늑대인간, 드라큘라 같은 무리들을 괴물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영역에서든 소수자의 견해와 의견, 삶의 방식 역시 존중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선구자로 야구팬, 아니 우리 파울볼러가 자리잡길 바라겠습니다. 이상으로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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