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Joey ; All right, let's get down to the serious stuff. Who would win in a fight between Dracula and the Wolfman?


조이 ; 자 그럼 이제 심각한 얘기를 해봅시다. 드라큘라랑 늑대인간이랑 싸우면 누가 이길 것 같나요?


Glen ; Definitely the Wolfman.


글렌 ; 당연히 늑대인간이죠.


Joey ; What? No way. How?


조이 ; 뭐라구요? 말도 안 돼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Glen ; Because he'd fight Dracula to a draw until dawn, and then... and then Dracula would turn to dust, and the Wolfman would just turn into a normal dude.


글렌 ; 왜냐면 새벽까지 싸움을 끌고 갈 수만 있으면 돼요. 그럼 드라큘라는 먼지가 되어 버리지만, 늑대인간은 그냥 보통 사람이 되니까요.


- Joey, Episode #15


위 대화는 시트콤 '조이' 한 대목. 드라큘라와 늑대인간이 맞붙으면 늑대인간이 수월하게 이길 거라고 글렌이 매우 논리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보름달이 뜨면 온 몸에서 털이 돋아 야성을 드러내고야 마는 무시무시한 괴물, 늑대인간.



보름달은 보통 사람을 늑대 인간으로 변모시킬 뿐만 아니라, 타자들 타격 성적에도 큰 영향을 끼칩니다. 이는 야구 통계를 부지런히 파는 집단에선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일반 야구팬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번 시즌 보름달이 뜬 날짜는 4월 23일부터 한가위였던 9월 18일까지 모두 6번이 있었습니다. 달랑 6경기는 너무 표본이 적죠. 때문에 보름달을 전후한 두 경기까지 포함 6×3=18경기를 놓고 데이터를 돌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보름달 영향을 이미 잘 알고 있던 KBO에서 경기 일정을 교묘하게 뒤틀어 버렸습니다. 때문에 5월 23일, 6월 20일, 8월 19일, 9월 19일에는 경기를 치르지 않는 놀라운 스케줄을 작성했습니다. 특히 8월 19일은 그 가운데서도 보름달 영향력이 극에 달한다는 음력 7월 15일이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이번에 9연전이 열리게 된 것이 한화 측 로비에 의한 결과였다고 알고 계시지만, 사실은 이런 달 영향을 어떻게든 최소화 해보려는 KBO의 노력이었습니다. 이를 밝힘으로 인해 제 생명에 위협이 오지 않을까 두렵기까지 합니다. 제가 이제야 이 사실을 밝히게 된 건 KBO 시선이 FA 시장을 향해 있을 때를 노렸기 때문입니다.


왜 보름달이 뜨는 날 어떤 선수들은 갑자기 잘 치게 되고 다른 선수들은 반대가 되는 걸까요?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론이 존재합니다. 여전히 논란거리인 만큼 확실한 공신력을 가진 의견은 존재하지 않는 게 사실. 그래도 그 중 가장 설득력이 있는 건, 사실 야구가 너무 하고 싶어서 보통 인간인 척 하는 늑대인간들이 제법 된다는 제이슨 키스 박사 이론입니다. 키스 박사는 미국 남가주에 위치한 USDC 대학에서 심리 통계학을 강의하시는 분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저는 이러일이 원래 불가사의한 일이 많이 벌어지는 미국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 왔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잔 형님께서 구축해 주신 데이터를 가지고 확인해 본 결과 KBO에서도 마찬가지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혹시라도 헛다리를 짚어 이 선수들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 게 사실이지만, 사실임에도 이를 영원히 묻어두면 나중에 리그 운영 전체에 좀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감히 조심스레 진상을 밝혀내는 바입니다.


다음 선수들은 늑대 인간으로 가장 강력히 의심이 가는 선수들이며, 심증이 가는 순서대로 써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1. 박연수(롯데) .529/ .556/ .941, HR 2, RBI 9


그는 사실 이 조건에서 6경기밖에 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67경기를 다 합쳐봤자 홈런 세 개, 타점 14개를 추가했을 뿐입니다. 시즌 전체 기록은 .281/ .354/ .421. RC/25는 4.73입니다. 그러니까 그가 1번부터 9번까지 타석에 들어섰을 때 1경기에 약 4.73점을 뽑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보름달이 떴을 땐? 28.23으로 급속도로 성적을 끌어올립니다. 정말 강력한 심증이 갑니다만, 안타깝게도 증거 사진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2. 김동수(현대) .317/ .417/ .750, HR 4, RBI 8


그렇습니다. 그는 11경기, 38타석에서 홈런 4개를 쏘아올렸습니다. 9.5 타석당 한 개. 나머지 경기에서는 홈런 하나를 치려면 거의 47타석이 필요했습니다. 보름달을 전후로 어디서 이런 괴력이 나왔던 걸까요? 그의 이번 시즌 XR은 30.54인데 이 11경기에서 9.07을 기록했습니다. 전체 XR 가운데 29.65%를 이 11경기(출장 경기의 11.46%)에서 기록했습니다. 고령에도 여전히 마스크를 써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의 이면에는, 사실 이런 점도 자리 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3. 김대익(삼성) .667/ .667/ 1.000, 2B 3, RBI 4


9타수 6안타. 그 가운데 2루타가 3개였습니다. 이번 시즌 전체 2루타는 4개였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타수가 극히 적어서 하마터면 그냥 넘어갈 뻔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제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풍경이 하나 있었습니다. 10월 16일 중계 카메라에 들어오던 보름달이었습니다. 한국 시리즈 2차전. 더 이상은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날은 음력 9월 14일, 보름을 하루 앞둔 상황이었습니다. 그에게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가격을 제시한 삼성 프런트진, 확실히 이 사실을 알고 있으리라고 봅니다.



심증은 가지만 ; 최익성 선수도 사실 굉장히 심증이 가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타석에 두 번밖에 들어서지 않은지라 선택이 망설여졌습니다. 2타수 2안타, 1홈런 3타점. 저 홈런이 철가면 오승환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면, 확실히 의심이 가지 않습니까?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보름달이 뜬 날짜는 시즌 초반이나 후반, 어느 특정한 시기에 집중돼 있는 게 아닙니다. 매달 중반 거의 일정한 시기에 규칙적, 주기적으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럴 때만 유독 성적이 올라가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정체가 늑대 인간인지 무엇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현재 제이슨 키스 박사의 이론이 가장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기에 이렇게 소개했을 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들의 실체를 철저하게 밝히는 작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구단의 이해관계와 KBO의 의지 부족이 맞물려 결코 실현되지 않으리라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럴 때 야구계의 정화를 위해 가장 나서야 하는 존재는 바로 우리 팬들이라고 생각하시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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