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센테니얼 야구팀에서 대외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은 단연 박노준 단장.

박 단장은 취임과 함께 "메이저리그식(式) 팀 운영을 선보이겠다"며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여기서 박 단장이 이야기하는 메이저리그식 운영이란 감독(Field Manager)에게 경기 운영 전권을 위임하되 그 밖의 문제에 대해서는 단장(General Manager)이 책임지는 형태를 뜻한다.

신임 이광환 감독 역시 “단장이 경기에는 개입하지 않기로 이미 약속을 받았다. 선수 스카우트와 트레이드는 감독과 단장이 상의할 수 있도록 했다"며 "진짜 메이저리그 야구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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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센테니얼의 최근 행보는 '메이저리그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아니, 도대체 메이저리그식이라는 게 무엇일까? 혹시 우리가 흔히 "와, 쟤네는 저렇게도 하네."하면서 부러워했던 모든 것들이 '메이저리그식'이 아닐까?

그러니까 최신식 구장, 숨소리까지 들리는 가까운 그라운드, 안락한 의자, 방수포(防水布), 피규어, 버블헤드, 구장마다 특색있는 다양한 먹을 거리, 경기 중간의 이벤트, 공격 중심의 전술, 토플리스 여자 관중 등이 바로 메이저리그식은 아닐까?

한 마디로 메이저리그식이라면 관중 중심, 팬 중심이라는 얘기다. 기본적으로 스포츠 마케팅은 고객, 즉 팬들의 충성심(loyalty)에 호소해야 한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은 바로 이 점을 활용 팬들의 기대 욕구를 충족시켜 준 뒤 충성심을 높여 매출로 연결짓고 있는 것이다.

지금껏 유니콘스 팬들을 자처하는 팬덤은 어떤가? 연고지 이전, 이대로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한 운명에 아랑곳하지 않고 줄곧 선수가 좋고, 코칭 스탭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굳건히 버텨온 사람들이다. 체에 거르고 또 걸러 진정 충성심이 굳건한 이들만 따로 고른다고 해도 이만큼 검증이 가능할까.

그런데 지금 박 단장의 팀 운영 방식은 이 사람들 버리고 가겠다는 태도다. 흑자구조를 운운하면서 가장 충성심이 높은 고객은 일단 버리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이제는 상식이 돼 버린 이야기지만 전체 고객의 20%가 전체 매출의 80%를 올려준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야 말로 바로 골수 2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도대체 이런 최우량 고객을 버리고 어디 가서 신규 고객을 끌어올 수 있을까?

그렇다고 조직 내부 문제가 원만히 해결된 것도 아니다. 선수단이 불안감에 동요하기 시작했고, 제대로 된 직원 한 명 없어 감독이 직접 비행기 표를 알아보고 있다. 이런 게 메이저리그식이라면 차라리 한국식 야구가 계속되는 편이 낫다.

팬들은 침묵하는 구경꾼이 아니다. 고객 행복 추구에 실패하는 기업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메이저리그는 이것을 알고 행동으로 옮겼다. 하지만 현재까지 박 단장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는 흔적인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실 정말 메이저리그식 경영을 도입하기에 박 단장만한 적임자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만큼은 분명하다. 실체가 불분명한 구단 살림살이를 꾸려가며 실험에 성공할 수 있을지 박 단장의 향후 행보에 주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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