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베이징 올림픽 남녀 핸드볼 아시아 지역 예선전이 다시 열리게 됐다.

지난번에 언급했던 것처럼 우리 대표팀은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이고도 중동 지역을 의식한 편파 판정 때문에 올림픽 직행 티켓을 놓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압박을 국제핸드볼연맹(IHF) 측에서 무시하기 어려웠다는 평이 중론이다.

그 동안 아시아 지역 예선은 아시아핸드볼연맹(AHF)의 주관 하에 이뤄졌다. 하지만 쿠웨이트 왕자인 아메드 알파하드 알사바 씨가 회장을 맡으면서 편파판정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중동 출신 심판들이 노골적으로 승부에 개입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줬기 때문이다.

문제는 IHF 회장인 하산 무스타파 역시 이집트 출신이라는 점이다. 결국 중동세에 밀려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우리 남녀 대표팀은 각각 쿠웨이트와 카자흐스탄에 직행 티켓을 내주는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우리 대표팀을 비롯한 비중동권 아시아 국가들이 힘을 모아 항의했지만 오일 파워를 이기기는 역부족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IOC측에서 "편파 판정이 계속된다면 핸드볼을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제외하겠다"며 압박을 시작하자 IHF 역시 한발 물러서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열리게 될 지역 예선은 모두 AHF가 아닌 IHF의 주관 아래 치러진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서다. IHF측은 경기 장소와 진행 방식 등 세부 사항에 대해 사흘 안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재개최 결정은 핸드볼 팬의 한 사람으로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중동의 핸드볼 열기가 부러운 것 역시 사실이다. 편파판정을 저질러서라도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루고 말겠다는 그 전폭적인 지원과 인기 말이다.

사실 스포츠에서 실력과 인기가 꼭 비례할 필요는 없다. 구기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배구를 제외하자면 사실 실력과 인기가 반비례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 대회 실력을 국내 리그 인기로 전환시키지 못하는 건 확실히 안타까운 일이다.

아니, 핸드볼 연맹이 자기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언젠가 ‘핸드볼 대잔치’ 개막식에 유명 연예인을 초청하는 등 핸드볼 붐 조성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도 안다. 태릉에 핸드볼 전용 체육관을 건설한 것 역시 칭찬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핸드볼이 진정 인기를 얻기 위한 마케팅이라는 측면에서는 이래저래 아쉬운 게 사실이다.

아직 중학생이던 어느 날, 처음으로 핸드볼 경기장을 찾아 두 가지에 놀랐다. 하나는 핸드볼 경기가 너무 재미있다는 점이었고, 다른 하나는 선수들의 목소리가 너무 또렷하게 잘 들린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관중석에 사람이 없었다.
사실 핸드볼이 재미있다는 데에는 많은 스포츠 팬이 동의한다. 문제는 그 재미가 일반 국민들에게 전달될 기회가 올림픽뿐이라는 데 있다. 처음으로 핸드볼 경기장을 찾은 이후 올림픽이 4번이나 더 열렸지만 여전히 핸드볼은 올림픽용 경기일 뿐이다.

다른 방식의 홍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1월에 개봉되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기대된다. 하지만 기왕이면 안방에 깊숙이 침투할 수 있는 드라마로 제작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마지막 승부>가 농구의 인기를 한층 더 끌어올린 것처럼 핸드볼 드라마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적극적인 스타 발굴 역시 중요하다. 윤경신, 최현호 이후 일반 국민들의 머릿속에 각인될 만한 스타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배구가 새로운 꽃미남 스타 김요한, 문성민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처럼 핸드볼 역시 새로운 얼굴을 키워 각종 방송 등에 활발히 내보낼 필요가 있다.

유명 연예인이 참석하는 개막식은 스타가 빠지면 관중도 빠지기 일쑤다. 하지만 핸드볼 스타를 보러 온 관중은 계속해서 경기장을 찾을 것이다. 드라마를 통해 얻은 관심을 그렇게 계속 종목 자체에 대한 인기로 이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굳이 픽션을 빌지 않더라도 우리 핸드볼 역사는 충분히 드라마틱하니까 말이다.

방송국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국민 전체를 설득하는 것보단 그 쪽이 빠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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