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들은 곧잘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이 왜 있는지 궁금해 하고는 한다. 분명 세 번째 스트라이크가 선언되었다면 타자는 삼진으로 아웃이 되는 게 마땅해 보인다.
하지만 사실 낫아웃을 나중에 만든 게 아니라 삼진을 나중에 만들었다.
18세기 야구에는 루킹 스트라이크(혹은 called strike)라는 개념이 없었다. 대신 타자는 세 차례 스윙 기회(try)를 가지고 타석에 들어섰다. 만약 세 번째 기회까지 공을 때리지 못하면 타자는 1루로 뛰어가야 할 의무가 있었다. 자동으로 '페어 볼'을 때린 것으로 간주했던 것.
이렇게 '헛스윙 3회 제한' 규칙이 존재했던 건 당시에는 스트라이크는 물론 볼이라는 개념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제한 규칙을 도입하기 전에는 경기 진행 자체가 어려울 때도 있었다. 투수가 타자가 도저히 공을 때릴 수 없는 엉뚱한 위치로 공을 띄운다고(당시에는 투수가 언더핸드로 공을 토스하는 형태만 허용했다) 손해를 볼 것도 없었고, 타자가 한복판으로 들어 온 공을 수 백 번 놓쳐도 문제될 게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타자가 공을 때리기 전까지는 아무 플레이도 벌어지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영점을 못 잡는 투수는 다른 선수로 교체하는 방법이 있었지만 공을 맞추지도 못하는 타자는 답이 없었다. 그래서 헛스윙 세 번이면 공을 때린 것으로 치는 규칙을 만들었던 것이다.
세 번째 시도까지 공을 때리지 못한 타자를 잡아 내려면 투수를 비롯한 야수는 다른 땅볼이 나왔을 때처럼 바닥에 떨어진 공을 주워 1루로 던져야 했다. 모든 세 번째 헛스윙이 '낫아웃'이었던 것이다. 단, 이 때는 아직 포수라는 포지션도 등장하기 전이라 '세 번째 스트라이크를 놓친다'는 표현은 100% 정확하지는 않다. 대신 투수가 지금(18.44m)보다 훨씬 가까운 곳(타자로부터 5, 6걸음 앞)에서 공을 띄웠기 때문에 이런 '물방망이' 타자를 잡아내는 게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이상은 '근대 체육의 아버지'로 불리는 독일 출신 교육자 구츠 무츠(1759~1839)가 1793년 펴낸 '청소년의 체육(Gymnastik für die Jugend)'을 3년 뒤 개정하면서 소개한 '영국 야구(Englische Base-ball)' 규칙에서 따온 내용이다. 미국에서 처음 야구 규칙을 명문화한 건 이로부터 거의 50년이 지난 1845년이었다. 그 게 바로 그 유명한 '니커보커스 규칙'이다.
이 규칙 역시 투수는 공을 던지면 안 되고 '말발굽 모양으로 띄워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지만 영국 야구 시절보다는 확실히 빠른 공이 대세였다. 당시 야구를 즐기던 사람들은 타자 뒤에서 공을 '막아줄' 포지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자연스레 포수가 야구 경기에 등장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니커보커스 규칙은 '헛스윙 3회 제한'보다 (포수가) 공을 잡았을 때를 앞세웠다.
"Three balls being struck at and missed and the last one caught, is a hand out; if not caught is considered fair, and the striker bound to run."
이때도 여전히 루킹 스트라이크는 없었다. (이 개념을 도입한 건 1858년이다.) 대신 다른 포지션에서 뛰는 야수가 타구를 잡으면 아웃을 기록하는 것처럼 포수에게도 마찬가지 내용을 요구했던 것이다. 거꾸로 포수가 공을 잡지 못했다면 아직 아웃이 아니니까 포수(를 비롯한 야수)는 타자 주자가 1루에 도달하기 전에 공을 1루수에게 전달해야 아웃 카운트를 늘릴 수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이때는 루킹 스트라이크가 없었기 때문에 이 규칙은 낫아웃만 규정하고 있는 게 아니다. 결과적으로 삼진도 바로 이 규칙에 뿌리를 두고 있다. 만약 영국 야구 등 이전에 존재했던 야구 규칙은 논외로 하고 니커보커스 규칙부터 야구 역사가 시작됐다고 믿는다면 낫아웃과 삼진은 '쌍둥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현대 야구 관점에서 니커보커스 규칙은 삼진과 낫아웃을 구분하지 못한다고도 볼 수 있다. 니커보커스 규칙은 '원 바운드 공' 역시 포구로 친다. 그러니까 타자가 때린 공이 두 번째로 바닥에 닿기 전까지 수비수가 잡으면 아웃이었다. 포수가 원바운드 된 공을 잡아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이라면 이런 공은 낫아웃 상태다.
1865년 페어 볼이 '원 바운드 룰'에서 빠졌지만 파울 볼이나 세 번째 스트라이크는 여전히 바닥에 한번 튄 이후에 잡아도 직접 잡은 것과 차이가 없었다. 원 바운드 룰이 모두 사라진 건 1879년 아래 규칙 맨 끝에 있던 "or after touching the ground but once"를 제외한 이후다.
“The batsman shall be declared out by the umpire…if after three strikes have been called, the ball be caught before touching the ground."
그렇다고 세 번째 스트라이크를 페어 볼로 간주하던 전통이 모두 사라진 건 아니다. 1880년 야구 규칙은 "when three strikes have been declared by the Umpire"일 때 타자가 주자가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물론 예외가 있는데 "if, when the Umpire has declared three strikes on him while Batsman, the third strike be momentarily held by a Fielder before it touch the ground"일 때는 아웃이다.
그러니까 낫아웃이 삼진의 예외가 아니라 낫아웃의 예외가 삼진이다. 정리하자면 이런 것이다. 투수는 스트라이크 세 개를 던졌다. 스트라이크 세 개는 삼진이다. 그래서 낫아웃도 무조건 투수에게 삼진이다. 그러나 아웃은 별개의 문제다. 삼진이 100% 아웃이 아닌 건 그런 까닭이다.
낫아웃 규칙은 1887년 한번 더 손질을 거쳤다. 이 이후로 1사 이전에 1루 주자가 있을 때는 스트라이크 낫아웃 규칙을 적용하지 않는다. 어느 베이스에서든 '포스 아웃'으로 병살을 기록할 수 있는 상황이면 '낫 아웃'은 없다. 인필드플라이 규칙(1895년 제정)과 마찬가지로 수비 측이 부당한 방법으로 병살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무사 만루 상황을 생각해 보자. 삼진이면 1사 만루 찬스가 계속되지만 포수가 일부러 공을 떨어뜨린 다음 공을 주워 홈 베이스를 밟고 2루 송구, 2루 지키고 있던 내야수가 다시 1루에 공을 던지면 손쉽게 삼중살을 기록할 수 있다. 이 경우 타자는 자동 아웃이 선언된다.
거꾸로 2사 1루에서는 병살 혹은 삼중살이 나올 수 없다. 2아웃 이후에는 그대로 낫 아웃 규칙이 적용된다. 포수가 타자 주자를 태그하거나 1루에 공을 던지지 않고서는 이닝을 끝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