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사실 야구 규칙 어디에도 방망이가 어느 정도 돌아야 체크 스윙(or 하프 스윙)인지 규정한 내용은 없다. 심지어 스윙이 무엇인지 규정한 내용도 없다. 체크스윙 여부는 어디까지나 '심판 재량'이다.

 

인터넷에 보면 방망이 헤드가 파울라인을 통과했느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체크 스윙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이미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파울라인을 기준으로 삼을 수는 있지만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표현 가운데는 "팔목이 돌아갔어요"도 있다. 야구 해설자들이 곧잘 이 표현을 사용해 체크 스윙 여부에 대한 코멘트를 해온 까닭. 물론 이 또한 틀린 말이 아니다. 타자가 팔목을 현저하게 돌렸다면 방망이 끝도 완전히 돌아갔기 때문.

 

그런데 도대체 팔목이 어느 정도 돌아 가야 스윙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하지만 야구 규칙에는 스윙이 무엇인지 정의한 내용이 아예 없다. 그래도 돌아간 건 돌아간 거고 아닌 건 아닌 거다.

 

그나마 1루심(좌타자는 3루심)은 타자를 옆에서 타자를 지켜볼 수 있기에 방망이가 돌았는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주심이나 포수가 선심을 애매한 상황에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럼 심수창을 상대로 김태균이 2-2에서 시도한 스윙은 어땠을까? 김풍기 1루심의 판단대로 방망이가 돌지 않았을까? 아니면 오심의 소지가 있다고 말해야 할까? 한번 천천히 살펴보자.

 

일단 '팔목이 돌았다'는 표현을 쓰기는 곤란해 보인다. 그리고 얼핏 봐도 방망이가 홈플레이트를 완전히 통과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방망이가 가장 앞으로 나온 시점을 끊어봐도 마찬가지 결과다.

 

중계를 보면 체크 스윙 여부를 따질 때 "팔목이 돌아갔다"는 사실에 너무 집착하는 해설자들이 있다. 혹은 이렇게 옆에서 본 화면을 가지고 홈플레이트와 방망이 헤드만 따져서 결론을 내는 이들도 있다.

 

정답은 어느 쪽도 아니다. 야구 규칙에서 스윙이 무엇인지, 체크 스윙이 무엇인지 정의하지 않고 있는 이상 어차피 답을 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병훈이 "앞에서 봤다면 방망이가 돌았다고 판정 내렸을 것"이라고 말한 건 정답도 아니도 오답도 아니다. '김태균의 방망이는 돌지 않았다'는 주장 역시 마찬가지다.

 

체크 스윙 여부는 설명이 아니라 주장만 가능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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