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1. 천원의 쓰임

야구팬 A 씨는 야구장 앞 편의점에 들러 <야구 토토>에 1000원을 썼다. 결과는 꽝! A씨는 1000원을 그냥 날린 셈이 됐다. 이 1000 원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1000원 가운데 500원은 <토토> 당첨금으로 사용한다. 250원은 <토토>를 발행하는 스포츠토토(주)의 수익금. 이제 250원이 남았다. 물론 나머지 250원 역시 스포츠 분야 발전을 위해 쓴다. 그게 스포츠진흥투표권, 즉 <스포츠 토토>를 발행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250원 가운데 절반인 125원은 월드컵경기장 건립비 지원에 쓴다. 사실 체육진흥투표권 발행을 시작한 이유가 바로 이것. 남은 125원 가운데 75원은 국민체육진흥기금에 적립한다. 이제 50원이 남았다.

여기까지 오면 궁금증이 생긴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명색이 <야구 토토>인데 아직 야구계에서 챙긴 수입이 없으니 말이다. 걱정 마시라. 이 50원을 반으로 나눈 25원이 바로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돌아간다. 그리고 나머지 25원은 문화관광부 장관이 정하는 문화·체육 산업 지원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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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KBO가 <야구 토토>를 통해 벌어들인 수입은 25원보다 어마어마하게 많다. 지난해까지 KBO가 <스포츠 토토>로부터 배분받은 금액은 총 47억9300만 원이었다. 이 금액은 KBO총재배 전국 초등학교 야구선수권 대회 지원 등 유소년 야구 발전 기금으로 활용했다.

야구만 이런 게 아니다. 농구팬 B 씨가 <농구 토토>에 1000원을 써도 사정은 마찬가지. KBO 대신 한국농구연맹(KBL)에 25원을 분배한다는 것만 다르다. 역시 월드컵구장 건립비 지원에 125원을 쓴다는 뜻이다. 종목을 막론하고 <스포츠 토토>에 사용한 1000원 가운데 125원은 반드시 월드컵구장 건립비 지원에 쓴다.

하지만 KBL은 KBO보다 사정이 나은 편이다. KBL은 지난해까지 총 62억7400만 원을 배분 받았다. 그밖에 남녀 골프협회 및 한국씨름연맹이 총 6800만 원을 배분받았다. 그럼 월드컵구장 건립비 지원에는 <스포츠 토토> 자금을 얼마나 썼을까.


2. 125원의 쓰임

월드컵 구장 건립과 관련해 <스포츠 토토>가 지원하기로 한 재원은 총 2103억 원이다. 지난해까지 이 가운데 1964억을 지원했다. 확실히 25원보다는 125원이 크다. 그것도 아주 큰 차이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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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미상환분 139억은 올해 수익금을 배분하는 내년 3월에 전액 상환할 전망이다. 이제 더 이상 125원을 월드컵구장 건립비 지원 쓸 일이 없어졌다는 뜻이다. 월드컵구장 건립비 상환이 끝나면 125원은 국민체육진흥 기금에 배분하도록 명문화된 상태. 과연 앞으로 이 125원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가.


3. 35원이 된다면?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나진균 사무총장은 이에 관해 의미 있는 의견을 내놓는다. 각 종목을 통해 마련된 재원은 해당 종목의 낙후된 인프라 개선에 투자하자는 것. <스포츠 토토> 기금을 통해 축구 인프라를 개선하면서 축구 팬이 늘었듯 다른 종목 역시 25원보다는 더 많은 지원을 받아야 팬들이 쾌적환 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 건립비 지원액 1964억 이외에도 <축구 토토>를 통해 50억8300만 원을 더 분배 받았다. 하지만 다른 종목은 발행 대상 경기 주최 단체에 주는 2.5%, 즉 25원이 수익의 전부였다. 불공평 아닌 불공평을 이제 개선해야 될 때가 됐다는 이야기다.

야구의 경우 가장 단연 지방 구장 환경 개선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 대구구장은 붕괴 직전이라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광주 구장의 열악함 역시 이미 여러 언론이 다뤘다. 수원 구장 역시 쾌적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해당 지방자지단체에서는 '나 몰라라'하는 태도로 야구장 문제를 대한다. 법적으로 야구장 소유를 제한받고 있는 모 기업 역시 섣불리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기가 쉽지 않다. 여러 가지로 야구장 환경 개선이 요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하지만 결국 문제는 '자금'이다.

그래서 25원을 과연 얼마로 늘릴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원만 더 늘어도 약 20억 원이 더 생긴다. 광주구장에 최고급 천연 잔디를 깔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그래도 여전히 국민 체육 진흥기금에는 115원을 더 적립하게 된다.

야구만 특혜를 달라는 건 아니다. 농구나 배구 체육관 역시 이미 수십 년의 수명을 자랑하는 곳이 많다. 잠실체육관만 해도 1979년에 지었다. 역시 10원을 더 배분받을 수 있다면 지금하고는 다른 환경에서 쾌적한 관람이 가능하지 않을까.


4. 야구의 것은 야구에게

미국 속담에 "부활절 때문에 큰 교회를 짓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월드컵은 전세계 사람들이 함께하는 부활절이었고 우리는 '월드컵 경기장'이라는 큰 교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그 때문에 우리가 책임져야 했던 '빚'이 모두 사라지기 직전이다.

이 '빚'을 갚으려고 <스포츠 토토>를 만들었다. <스포츠 토토>는 매년 성장해 왔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정할 것이다. 축구뿐 아니라 다른 종목 <토토> 역시 월드컵구장 건립비를 지원했다. 그런데도 다른 종목이 이를 통해 얻은 것은 상대적으로 너무 적다.

이제는 마가복음 12장 17절을 한번 되새겨볼 때가 된 것 같다. '시저의 것은 시저에게 돌리고,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돌리라'던 구절 말이다. <야구 토토> 자금은 분명 야구팬 주머니에서 나왔다. 이제 야구의 것은 야구에게, 다른 종목의 것은 다른 종목에 돌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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