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KIA는 시즌 초반부터 충격적인 몰락에 빠졌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최희섭을 영입하는 강수를 뒀지만, 최희섭은 부상으로 장기간 전력에서 이탈하고 말았다. 결국 최희섭의 든 자리보다 서튼의 난 자리가 더 아쉬운 반(半) 시즌이었던 셈이다.
나머지 6개 팀은 치열한 순위 다툼을 거듭했다. 시즌이 중반에 이르러 3~4위 간의 격차가 벌어진 건 사실. 하지만 여전히 7위 롯데까지는 '가을 야구'를 사정권에 두고 있는 상태다. 확실히 2007 프로야구는 여느 해보다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한번 각 팀의 능력치 그래프를 토대로 8개 구단 각각의 장단점은 무엇이며, 그것이 후반기 판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아보도록 하자.
압도적인 1위 팀답게 공수 모두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선보인 SK 와이번스.
이 팀이 최다 득점을 올릴 수 있던 원동력은 바로 장타력이었다. 77개의 홈런은 '다이너마이트 타선' 한화보다 3개 많은 리그 1위 기록. 2루타와 3루타를 포함한 전체 장타수(228)에 있어서도 이 팀은 2위 두산보다 무려 25개가 많다.
여기에 도루 10개 이상을 기록한 타자가 4명이나 될 정도로 기동력 역시 뛰어났다. 득점권 팀타율이 .299에 달할 정도로 타자들이 찬스에서 집중력을 선보인 것 역시 이 팀의 자랑거리. 이렇다 보니, 리그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이 팀이 공격만으로 리그 선두를 지킨 것은 아니다. 경기당 3.79점을 내준 두산보다 점수를 적게 허용한 팀은 두산(3.76)뿐. 그 차이도 무시할 만한 수준이다. 홈구장의 차이를 감안하자면 오히려 SK의 수비력이 더 좋았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잔루 처리 비율(76.5%)이 상당히 높다는 것. SK를 상대로 출루에 성공한 주자 가운데 겨우 23.5%만이 득점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다. SK 선수들은 공격에서 찬스에 강했을뿐더러 수비에서는 위기에 당했다는 방증이다.
전체적인 전력의 안정도를 고려할 때, 나머지 7개 팀이 SK를 무너뜨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의 집중력을 시즌 끝까지 줄곧 유지할 수 있느냐가 1위 수성의 관건이라면 관건이 될 것이다.
전반기에 두산을 2위로 이끈 힘은 단연 투수력이라고 볼 수 있다.
94개의 팀 도루는 물론 리그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하지만 그 점을 제외하면 두산의 공격력은 전체적으로 리그 평균 수준. 실제로 4.28점의 평균 득점은 리그 평균(4.27점)과 거의 일치한다.
반면 선발 리오스, 구원 임태훈을 축으로 한 투수력은 8개 구단 어느 팀과 견줘도 뒤지 않는다. 팀 방어율은 SK에 이어 2위지만, 실점은 가장 적다. 실책으로 인한 실점으로 인해 방어율 순위가 달렸다는 뜻이다.
사실 두산은 시즌 초반 손시헌의 빈자리 때문에 골머리를 알았다. 하지만 SK에서 이대수를 트레이드 해오면서 수비력이 전체적으로 안정되기 시작했다. 한편 마무리 정재훈이 불안한 모습을 보인 건 맞지만, 실제로 그가 승리를 날린 건 2번밖에 되지 않는다.
두산은 언제든 그 성적을 예측하기 쉬운 팀이 아니다. 하지만 타선에서 김동주가 폭발하고, 고영민 역시 계속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마무리 임태훈이 어떤 결과를 낳느냐, 랜들이 어떤 모습으로 돌아오느냐가 이 팀의 최종 운명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역시 공격력은 여전했다. 하지만 공격력에 가려 이 팀 선발 투수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건 아닐지?
한화 선발 투수들의 평균 자책점은 3.43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리그에서 가장 낮은 기록. 대전 한밭 야구장이 타자 친화적인 구장임을 고려할 때 굉장한 성과라 할 수 있다. 문동환이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여전히 공략하기 쉽지 않은 선발진을 구축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반면 구대성의 부진, 그리고 안영명의 혹사 논쟁와 맞물려 불펜은 그리 대단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선발의 이닝 소화 능력이 적으면 불펜에 부하가 걸리는 게 당연한 일이듯, 불펜이 못 미더우면 선발의 혹사가 우려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한편 가장 문제인 중견수 수비를 비롯해 전체적인 수비력 역시 다소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김동영의 등장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아직 보여준 게 너무 적다.
결국 믿음직한 공격력을 수비에서 어떻게 뒷받침할 수 있느냐, 특히 불펜이 어느 정도 회복하느냐에 따라 후반기 성패가 갈릴 것 같다. 그러니까 문동환이 돌아오기 전까지 꾸준한 성적을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는 뜻이다.
이번 시즌 LG는 참으로 미스터리한 성적을 내고 있다.
피타고라스 승률은 팀의 득실점을 토대로 승률을 예측하도록 도와주는 도구다. 그런데 이 피타고라스 승률과 실제 승률 사이의 차이가 가장 큰 팀이 바로 LG 트윈스. 그것도 시즌 내 계속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능력치 그래프 또한 마찬가지 사실을 보여준다. 기동력을 제외하자면 이 팀은 뚜렷한 강점이 보이지 않는다. 야수들의 수비력은 처참한 수준이고, 롯데를 제외하자면 이 팀보다 장타력이 떨어지는 팀은 없다. 타자들은 찬스에 약하고, 투수들은 주자를 불러들이기 바빴다.
이 정도면 이 팀의 성적에 거품이 끼어 있다고 해도 틀린 소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LG는 결국 치열한 타툼 속에도 전반기를 4위로 마쳤다. 이런 현상이 단순한 행운인지, 아니면 김재박 감독의 능력인지는 현재까지 모를 일. 결국 시즌 말미에 가서야 정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옥스프링 영입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능력치야 어찌됐든 이미 이긴 경기는 어차피 이긴 경기다. 그리고 하리칼라는 확실히 2선발을 맡기엔 역부족이었던 게 사실. 옥스프링이 박명환의 뒤에서 든든한 2선발 역할을 책임져 준다면, 이 미스터리는 김재박 감독의 능력 쪽으로 결론이 날 확률이 높다.
옛시절의 영화(榮華)를 그리워하는 삼성 팬들은 말한다. "8점을 내고 9점을 줬어도 나는 그때가 그립다." 확실히 전반기의 삼성 야구는 이와는 정반대 패턴이었다.
삼성이 공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것은 장타력이 아닌 기동력이다. 72개의 도루는 리그 4위 기록. 61개의 팀 홈런 역시 마찬가지로 리그 4위 수준이지만 삼성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사실 삼성에는 양준혁(홈런 20)과 심정수(홈런 17)를 제외하면 상대 투수에게 공포감을 심어줄 타자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 내 홈런 3위 박진만의 홈런은 겨우 5개. 덕분에 리그에서 두 번째로 적은 평균 3.90 득점에 만족해야 했다.
물론 '지키는 야구'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게 사실이다. 삼성 구원 투수들의 평균 자책점 2.57로 리그에서 가장 낮다. 하지만 타선이 점수를 뽑아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키는 야구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현재와 같은 공격력으로는 전세를 뒤집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래도 삼성 선수들에게는 '저력'이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시즌이 진행될수록 팀 타선 역시 점차 짜임새를 갖춰가는 모양새. 사실 팀타율은 4월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그리며 7월에는 .269까지 올랐다. 디펜딩 챔피언을 쉽사리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사실 노쇠한 삼성 타선에서 유일한 젊은 피는 조동찬. 과연 후반기에 조동찬은 어떤 성적을 낼 수 있을까? 그리고 그의 활약이 팀 타선 전체의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을까? 후반기 삼성의 키워드는 조동찬이 될 것 같다. 외국인 타자를 영입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다. 그리고 선발 투수는 경기의 주인공. 그런데 '투수 왕국'이던 현대의 선발진은 완전히 몰락한 상태다.
선발이 무너지고 나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현대의 경기당 평균 실점(5.06)은 유일하게 5점대. 구원 투수와 야수들이 도와주려 애써도 상대 주자들은 부지런히 득점에 성공하고 있다. 이미 출루한 주자들에게 실점을 허용하는 비율(31.7%) 역시 유일하게 30%가 넘어가는 팀이 현대다.
이러니 공격에서 어느 정도 만회를 한다고 해도 좋은 성적을 내기가 어려웠다. 김용달 코치는 떠났지만 옛 명성 그대로 현대 타자들은 여전히 '출루 머신'. 찬스에서의 집중력은 리그 상위권이고 브룸바를 위시해 장타력 역시 그렇게 떨어지는 편은 아니다. 기동력이 문제이긴 하지만 전준호를 제외하면 사실 뛸 만한 선수도 없는 형편이다.
결국 선발 투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후반기 성패를 판가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캘러웨이의 부상 회복 여부가 최대 관건. 팀의 에이스라면 선발진 몰락의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밖에 제대 이후 1군 무대로 돌아온 이상열이 어떤 역할을 해줄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명 투수코치 출신 감독의 팀이 이런 투수력 불안에 시달린다는 건 확실히 아이러니. 그러나 이 문제를 풀지 못한다면 현대의 후반기 전망 역시 어두울 공산이 크다.
시즌 초반의 상승세가 시즌 진행과 함께 한풀 꺾이는 건 어느 덧 이 팀의 고정 패턴이 된 듯한 느낌이다. 올해 역시 롯데는 5월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하위권으로 쳐지고 말았다.
공격 쪽 그래프를 보면 이 팀의 문제가 무엇인지 한 번에 드러난다. 이대호를 제외하자면 장타력을 선보일 만한 타자가 없다는 것이 이 팀의 최고 숙제다. 그래서 노쇠한 호세를 대신해 에두아르도 리오스를 영입했지만 결과는 대실패.
그런데도 롯데 프런트는 페레즈를 재영입하는 선에선 문제를 매듭지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뛰던 당시에도, 페레즈는 3할 타율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장타력을 기대하기는 곤란했던 타자였다. 게다가 이제 페레즈는 우리 나이로 어느덧 마흔이다.
야수들의 수비가 안정되지 못한 것 역시 불안요소다. 사실 박현승을 제외하면 내야진은 대개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로 꾸려져 있고, 박현승 역시 아주 뛰어난 수비수라 보기는 어렵다. 외야 수비 역시 이승화의 부상과 함께 구멍이 생긴 상태.
여기에 4번 타자 이대호 역시 습관성 탈구로 고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이런 악재를 모두 딛고 '가을 야구'의 숙원을 이뤄낼 수 있을까? 타자들이 장타 없이도 대량 득점을 얻어내는 방법을 깨닫지 않는 이상, 올해도 조금 어려운 지경에 다다른 것 같다.
KIA 팬들에게 이번 전반기는 악몽과도 같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 악몽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도 아마 계속될 것만 같다.
기본적인 그래프 모양이 그려지지 않을 정도로 공격력이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서튼 대신 최희섭을 영입하며 반전을 꾀했지만, 서튼의 문제는 공격이 아닌 수비였다. 게다가 최희섭은 몇 경기 뛰지도 못한 채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버렸다.
이재주는 작년이 그의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으며, 이용규의 전반기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종범은 도저히 그의 기록이라도 믿기 싫은 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홍세완 역시 라인업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장성호 혼자 고군분투했지만 돌아오는 건 씁쓸한 분노뿐이었다.
그렇다고 투수 쪽 사정이 좋은 것도 아니다. 타자들이 승수를 챙겨주지 못하니 윤석민이라고 신이 날 리 없었다. 이대진은 복귀 후 몇 경기에서 대단한 활약을 펼쳤지만 거기까지였다. 한기주는 얻어맞으며 시즌을 시작했고, 이대호의 만루 홈런에 휘청이고 말았다. F-Rod는 꼴찌 팀이 쓰기엔 너무 사치스러운 불펜 투수가 되어가고 있다.
물론 아직 산술적으로 승률 5할이 불가능한 상태는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13번만 더 패하면 5할의 꿈은 자동으로 물거품이 된다. 기적이 없는 한, 올해 KIA의 성적은 2년 전과 같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