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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용달 매직'은 실존하는가?

물론 반 시즌의 성적만을 가지고 이를 논하기는 다소 무리인지도 모를 일. 하지만 김용달 코치의 명성을 생각해 보면, 그리 섣부른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한번 지난해 78 경기에서 LG 타자들이 거둔 성적과 이번 시즌의 성적을 비교해 보자.




'슈퍼소닉' 이대형의 가장 큰 변화는 삼진 대비 볼넷수의 변화다. 지난 해 이대형은 볼넷 하나를 얻어낼 때마다 삼진은 5개나 당하는 타자였다. 하지만 올해는 볼넷 하나 당 삼진은 1.28개밖에 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볼 카운트 승부를 할 줄 아는 능력이 늘어난 셈. 물론 이는 선구안이 좋아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실 공을 방망이에 맞췄을 때 안타로 연결되는 비율(BABIP)은 지난 시즌과 거의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3할에 육박하는 타율(.299)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삼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타자들의 참을성을 길러 출루율을 끌어 올려주는 '용달' 매직이 발휘된 셈이다.




'LG의 싸이' 이종열의 경우는 선구안의 향상과 함께 컨택 능력까지 좋아졌다. 지난 시즌 이맘때는 볼넷(7)보다 거의 4배 많은 삼진(26)을 당했지만 올해는 볼넷(24)이 삼진(16)보다 더 많다. 그리고 타석에서의 이런 여유는 BABIP를 50 포인트 가까이 끌어올리는 결과로 나타났다. 파워가 줄어든 게 흠이지만, 그걸 원망하는 팬이 있을까?

사실 이종열 선수는 김용달 코치가 현대에 있을 때도 계속해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격 슬럼프에 빠지면 서로 다른 팀에 소속임에도 '원 포인트 레슨'을 주고 받았다는 소문. 하지만 곁에서 늘 함께 하는 것과는 역시 차이가 나는 모양이다.




최동수의 경우 2006 시즌 타석(44)이 워낙 적어 직접 비교는 곤란한 게 사실. 하지만 기록의 향상이라는 측면만 놓고 보자면 확실히 드라마틱한 변화다. 삼진이 절반 정도로 줄면서 볼넷은 2배가 더 늘었다. 그 결과 파워와 컨택 모두 90 포인트 이상 증가하는 엄청난 상승세.

기록만 놓고 보자면 똑같은 선수의 기록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달라졌다. 물론 여러 가지 사정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종합적으로 볼 때 용달 매직 최고의 수혜자는 '최동수‘인지도 모르겠다.




한편, 조인성은 이들과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타격 성적을 끌어 올렸다. 다른 선수들이 침착함을 무기로 삼았다면, 조인성은 오히려 적극적인 공격 어프로치를 통해 성적을 끌어 올린 케이스. 삼진이 81% 늘어났지만 컨택 능력이 100 포인트 향상됐고, 파워 역시 소폭 상승했다.

그러니까 조인성의 경우 확실한 자기 스윙을 가져가며 타구의 질 자체가 좋아졌다는 뜻이다. 달리 말해, 삼진 역시 다른 종류의 아웃과 마찬가지로 아웃 카운트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해야 할까? 'FA로이드'와 '용달 매직'의 결합, 조인성은 분명 생애 최고의 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모든 규칙에도 예외는 있는 법. 안타깝게도 '메트로 박'은 용달 매직의 수혜를 거부한 성적을 내고 있다. 가장 큰 장기라고 할 수 있는 컨택 능력이 감소된 것이 가장 큰 문제. 여기에 삼진이 줄긴 했지만 볼넷 역시 줄었다.

사실 LG 팬들은 박용택에게 이병규의 빈자리를 채워주길 기대했던 게 사실. 하지만 그 놈의 포텐셜은 도대체 언제 터질지 알 수가 없다. 성장이 그만큼 더디다는 이야기. 대단한 반전이 없다면 제 2의 이병규가 아닌 제 2의 심재학으로 자라는 건 아닌지 걱정되는 박용택이다.



물론 어떤 코치가 좋은 지도자라는 명성을 얻게 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코치도 선수를 대신해 땀을 흘려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천하의 '용달 매직'이라 해도 맞는 선수가 있고 그렇지 않은 선수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

과연 시즌이 끝난 후에는 어떤 성적이 기록돼 있을까? 정답을 알고 있는 것은 시간뿐. 지금은 열심히 믿고 응원할 때가 아닐까?



+

권용관은 분명 중반까지는 꽤 좋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냥 그렇네요. 그리고 투수 쪽은 아무리 봐도 '상문 매직' or ‘용수 매직'이 발휘됐다고 할 만한 선수가 '김민기'밖에 없어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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