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송지만은 올 겨울 최종 마감 시한이 되어서야 FA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3년간 최대 18억짜리 계약이었다. 이 소식을 듣고 고개가 갸우뚱했다. 정말 이 팀에 송지만이 필요할까? 그러니까 송지만의 실력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팀이 리빌딩으로 나아가려면 굳이 함께 갈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작년 송지만은 .271/.366/.488을 쳤다. GPA .286의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타점도 74타점으로 뛰어난 편이었다. 하지만 7월부터 GPA가 .321-.272-.250으로 계속해서 하락세였다. 이 점이 마음에 걸렸다. 게다가 득점권 타율이 .202밖에 되지 않았다. 득점권에서의 전체 기록은 출루율 .321/장타율 .426이었다. GPA .251로 평소보다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팬들은 그의 이런 모습을 '스텔스 모드'라 조롱하기도 했다.

세이버메트릭스적인 관점에서 득점권 기록은 타자의 능력에 속하는 영역이 아니다. 해마다 유동적이며 변화의 폭 또한 큰 게 사실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타자의 커리어 평균과 결국 그 궤를 같이 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 송지만 선수 역시 득점권에서 약한 모습은 사라져 버렸다. 사실 득점권에서 더 높은 기록을 올리고 있다. 그의 득점권 GPA는 .228로 전체 평균에 비해 1포인트 높다. 그러니까 올해는 타격 라인 자체가 아예 붕괴해 버렸다는 뜻이다.

송지만은 4월에 .271/.363/.357을 때렸다. 파워가 확연히 줄어들긴 했지만 출루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어제 경기까지 5월에는 .211/.282/.296에 머물고 있다. 컨택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청주 경기를 거치며 꽤 물이 올랐던 타격감이 최근 갑작스레 떨어진 결과다. 이러니 득점권이든 그렇지 않든 무엇인가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그럼 아무런 해법도 남아 있지 않은 걸까?

이상의 기록에서 보듯 송지만은 확실히 클린업에 어울리는 모습이 아니다. 하지만 현재 이택근-유한준으로 이뤄진 코너 외야 라인을 볼 때 중견수로서 그는 꼭 필요하다. 송지만의 타격 라인이 제 아무리 무너졌다 해도 정수성(.167/.220/.167)보다는 훨씬 낫기 때문이다. 이 정도 차이는 수비력으로 상쇄될 수준이 아니다. 여기서 한번 그의 타격 기록을 쪼개서 살펴보기로 하자.

송지만은 1회에 .313/.353/.375의 타격라인을 기록 중이다. 무사에서는 .293/.383/.463이다. 선두 타자로 나온 경우에도 .250/.375/.450을 기록했다. 모두가 매력적인 출루율이다. 게다가 최근 이택근마저 잠잠한 상태다. 1회 그의 출루율은 .320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김재박 감독님은 누구보다 선취점을 좋아하는 감독이다.

이렇다면 한번 둘의 타순 교환을 고려해 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까 송지만-이숭용/강귀태로 테이블 세터진을 짜보자는 소리다. 이것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이젠 어떤 식으로든 한번 움직일 때가 됐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은 것이다. 서튼-이택근-유한준이 포진된 클린업 트리오도 상대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기 충분해 보인다. 뒤에 정성훈이 받치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3연패 자체가 아니라 어이없게 찬스를 놓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게다가 제대로 된 찬스도 몇 번 만들지 못하고 있다. 감독님의 판단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이대로 계속 클린업에 송지만을 가만히 지켜보는 건 확실히 납득하기가 어렵다. 오늘 경기마저 패하면 정말 분위기 반전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송지만 선수의 분발을 촉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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