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원정 2연승!

상대전적에서 가장 열세인 SK를 상대로 원정 2연승을 거뒀다. 그 결과 3위 한화와 3경기 차이로 벌리면서 2위 굳히기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남은 경기수가 적어서 여전히 요원해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현재 분위기대로라면 1위도 넘볼 수 있는 수준이다. 1위 삼성과는 4.5 게임차.

1차전에서는 장원삼의 호투가 빛이 났다. 비록 최정에게 솔로포 한방을 허용하긴 했지만 그것을 제외하자면 전체적으로 깔끔했다. 홈런은 높은 직구에 제대로 힘이 실리지 않아서 허용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후로 장원삼은 다시 본래의 페이스를 되찾았고, 신철인-박준수로 이어지는 계투진의 투구도 깔끔했다. 타자 가운데서는 0-1에서 2점 역점 홈런을 때린 송지만이 칭찬받을 만하다. 송지만은 수비에서도 깔끔한 다이빙 캐치로 장원삼의 어깨에 힘을 실어줬다.

장원삼의 폼을 놓고 이야기하자면, 오른 다리를 리프팅하는 과정이 자연스럽다는 건 제구력 위주의 피칭을 하는 데 있어 장점이 분명하다. 전체적인 밸런스 유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강한 동력을 주기에는 무리다. 상대를 윽박지르는 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직구를 노리고 들어오는 파워 히터에게 곧잘 홈런을 허용하는 문제점을 지니게 된다. 이 점을 보완해야지만 장원삼은 더더욱 대투수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2차전은 12회까지 가는 혈투였다. 양 팀 모두 기록되지 않은 결정적 실책을 하나씩 기록하며 승부를 어렵게 끌고 갔다. 현대로서는 5-5 동점을 허용하는 과정이 아쉬웠다. 1사후에 출루에 성공한 정근우를 런다운까지 몰고 갔지만, 결국 2루에 안착시켜줬기 때문이다. 2사에 주자없는 상황이 됐어야 했을 분위기가 1사 2루로 뒤바뀌면서 위기에 몰렸고, 2루타와 희생 플라이로 각각 한점씩을 허용하며 동점을 내주고 말았다. 선발 캘러웨이로서는 '몽니'를 부릴 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SK의 12회초 상황은 이보다 더했다. 비록 타구 자체에 스핀이 많이 걸린 상태이긴 했지만 잡지 못할 타구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숭용이 때린 파울 타구는 3루수 최정과 포수 이재원의 사이에 떨어졌고 결국 싹쓸이 2루타를 내주는 빌미가 되고 말았다. 득점 찬스를 꽤 많이 잡아 놓고도 결국 결정타를 터뜨리지 못했던 현대 타선을 도와준, 현대 관점에서는 참으로 고마운 수비였다. 찬스를 만들어 준 이택근의 2루타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자신의 첫 번째 장타였다.

이번 주 일정은 사실 현대에게 그리 유리한 상황이 아니었다. SK와 두산은 현대에 상대전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유이한 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홈에서 SK에게 연승을 거두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은 건 확실히 현대에게는 고무적이다. 이제 맞붙게 될 두산은 LG와 더블헤더를 한 경기씩 나누며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은 상태다. 만약 준플레이오프에서 업셋이 일어난다면 현대에게 가장 두려운 상대는 두산이 될 것이다. 승부는 피한다고만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현대 선수들이 직접 두산을 꺾어 전체적인 포스트 시즌 윤곽을 현대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