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각각 두 경기를 치르면서 LG, 롯데와의 모든 일정이 마무리 됐다. 두 팀을 상대로 23승 1무 12패, 승률 .657의 준수한 기록을 거뒀으니 무척이나 ‘고마운' 상대였다. 그러나 한참 분위기가 다운돼 있을 때 사직에서 스윕을 당했고, 마지막 경기에서 LG의 고춧가루에 톡톡히 당했으니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LG와의 경기에서 거둔 이번 시즌 유일한 1무 역시 만루 상황에서 유한준의 잘 맞은 타구가 우규민의 몸에 맞아 병살로 연결된 안타까운 경기였다.
이택근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준 타자는 서튼과 정성훈이다. 서튼은 롯데 투수들을 상대로 타석에 나섰을 때 .273/.347/.682를 기록했다. 홈런 네 방이 든든한 장타율의 원동력이다. 그 결과 타점도 12점이나 됐다. 10 득점 역시 이택근에 이어 팀내 2위 기록이다. 정성훈 역시 이에 뒤지지 않는다. 장타율 .447 역시 만족스런 기록이지만 찬스에서 더더욱 집중력을 보인 게 더 좋았다. 그 결과 10명의 타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롯데 투수들을 괴롭혔다. 전체적으로 봐도 .277/.404/.447의 타격라인으로 흠잡을 데 없는 모습이었다.
그밖에 김동수와 전준호 두 노장 선수 역시 롯데를 상대로 3할 이상의 GPA를 기록했다. 김동수의 기록은 .385/.418/.500, 전준호는 .375/.435/.446이었다. 강병식은 GPA .281에 그쳤지만 이왕기를 무너뜨린 역전 싹쓸이 2루타에 이어 동점 주자를 홈에서 잡아내는 멋진 송구를 보여주며 롯데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수비에서는 유한준이 연거푸 이대호의 펜스 직격 타구를 잡아낸 데 이어, 지난 주에는 차화준이 멋진 다이빙캐치로 김승관의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잡아내기도 했다. 공수 모두에 걸쳐 야수들이 멋진 활약을 보여줬다는 뜻이다.
한편 롯데와의 경기에서 가장 강한 면모를 보인 투수는 김수경이었다. 김수경은 4번의 선발 등판에서 3번의 QS를 기록하며 2승 무패, 방어율 1.50의 안정적인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홈런 한 방을 허용하긴 했지만, 삼진 18개에 볼넷 6개의 K/BB는 이번 시즌 김수경의 제구력을 생각할 때 확실히 인상적인 모습이다. 한편 캘러웨이는 롯데를 상대로 방어율 2.19의 준수한 모습이었지만 1패를 안는 데 만족해야 했고, 박준수 역시 4.50으로 불안했다. 시즌 두 번째 블론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너무 실점이 많았던 탓이다.
한편 타자 가운데서는 유한준의 활약에 주목할 만하다. 비록 36타석은 그리 신뢰할 만한 표본은 못 되지만 그래도 .367/.400/.500을 때려냈다. 5 득점과 7 타점 역시 쏠쏠한 기록이다. 아울러 광활한 잠실의 외야 수비에 있어서도 유한준은 손색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물론 두산과의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규정 타석(55)을 채운 타자 가운데서는 정성훈, 이숭용, 송지만의 활약이 빛이 난다. 정성훈에 대한 칭찬은 롯데와의 경기에서 이미 했으니 넘어가자면, 이숭용은 .437의 출루율이 증명하듯 어지간해서는 LG 투수들에게 쉽사리 아웃 카운트를 헌납하지 않았다. 17개의 안타도 안타지만, 14개의 볼넷은 확실히 위압감이 드는 수치다. 비록 후속 타자들의 공격이 원활하지 못해 득점은 6점에 그쳤지만, 본인은 10 타점을 기록하며 송지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타점을 올렸다.
송지만의 기록은 .274/.408/.419다. 비록 장타율에 있어선 이택근(.455)에 밀리지만 만루홈런 한방을 포함해 11타점을 올렸다. 득점 역시 13점으로 팀 내에서 가장 높다. 물론 타점과 득점은 본인의 능력이라기보다 맥락적인 측면이 강한 게 사실이지만, 공격의 물꼬를 트거나 매조지한 팀 공헌도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보자면 확실히 송지만은 제 몫을 다한 셈이다. 적어도 LG를 상대할 때의 송지만은 '먹튀'라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너무 1위 욕심을 낼 필요는 없다. 물론 한국 시리즈 직행이야말로 우승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하지만 과유불급, 언제 어느 때든 오버 페이스는 금물이다. 김재박 감독님 말씀대로 꾸준히 우리 길을 가다 보면, 기회도 오지 않을까? 남은 경기에서도 페이스를 잃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