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 차전은 한번씩 양 팀의 타선이 폭발하며 손쉽게 나눠가졌다. 3차전에서는 9회초까지 한 점 차 리드를 지키던 현대에서 마무리 박준수를 올렸지만, 결과적으로 박준수는 패전 투수가 되고야 말았다. 박준수의 시즌 두 번째 블론 세이브였다. 9회초가 시작될 때, 현대의 WP는 .822였다. 달리 말해, 이 경기에서 승리를 거둘 확률이 82.2%였다는 뜻이다. 정수근의 안타가 터졌을 때, 이 확률은 71.7%로 줄어들었다. 불안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승리에 훨씬 가까운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만약 상대에게 번트를 혀용하면, 이 확률은 .772로 오히려 높아진다. 하지만 볼넷의 경우엔 .561로 급속하게 낮아진다. 굳이 피해갈 일이 없었다는 뜻이다. 볼을 인플레이지 시키지 않을 정도의 충분한 탈삼진 능력, 그리고 BABIP가 낮은데도 손쉬운 아웃 카운트 하나를 늘이지 못했는지 정말 아쉽다. 대타 추경식을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물론 호세를 앞에 두고 1사 주자 2, 3루의 위기에 맞딱뜨리고 싶은 투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무사만루에 상대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낫다. 이미 핀치에 몰릴 만큼 몰린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도 대주는 편이 나았다. 희생번트가 성공했을 땐 .552의 WP지만 볼넷으로 만루에 몰리면 .371이다. 이길 확률보다 질 확률이 높아지게 만드는 볼넷이었다는 얘기다. 아웃 카운트 하나를 늘일 수 있는 기회가 두 번이나 있었음에도 단 하나의 아웃 카운트도 채우지 못한 것이다. 결국 호세의 안타로 동점이 터졌고, 박준수는 신철인에게 마운드를 넘겨야 했다. 사실 이때 분위기는 이미 롯데 쪽으로 기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 타자 이대호가 때린 타구는 방망이와 함께 유격수 서한규 앞으로 날아갔고, 서한규가 볼을 흘린 사이 주자 두 명이 홈으로 쇄도했다. 이걸로 승부는 사실상 끝이었다. 이후에 전진 수비를 펼치며 롯데 타자들을 압박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화근이 돼 더 많은 실점을 하고야 말았다. 박준수가 너무도 자신감이 없는 피칭을 보인 결과였다. 자기 자신이 결국 책임을 져야 할 문제였기에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완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