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그가 돌아왔다. 그는 레드삭스의 외야수다. 아킬레스건 부상에서 돌아온 '근육맨' 게이브 케플러? 물론 케플러 역시 로스터에 합류하게 된 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돌아왔다고 표현된 선수는 바로 트롯 닉슨이다.
닉슨은 오늘 현재 .311의 GPA를 기록하며 팀에서 세 번째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보다 앞선 선수는 전통의 강호 매니 라미레즈(.321)와 '슈퍼 참을성' 케빈 유킬리스(.312)뿐이다. 데이빗 오티스(.295)마저 그보다 뒤진 기록에 머물러 있다. 6월 기록만 놓고 보자면 .422/.500/.609, GPA .366의 뜨거운 수치다.
지난 두 시즌 동안 닉슨은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하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부상이었다. 허리, 사근(斜筋), 사타구니를 연속해서 다쳤다. 덕분에 '04-'05 두 시즌에 걸쳐 557타수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경기에 나올 수 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다. 좌투수의 공을 제대로 때려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팀은 항상 그의 플래툰 파트너를 염두에 두고 있어야 했다.
이번 스프링 캠프 때만 해도 사실 닉슨의 재기여부는 불투명했다. 그래서 팀은 브론손 아로요를 내주는 대신 윌리 모 페냐를 받아왔다. 일부에서는 팀이 닉슨과의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사실 닉슨이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인저리 프론 때문에 빅 리그 최고의 파워 포텐션을 갖춘 선수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위에서도 봤던 것처럼 닉슨은 연일 불방망이를 자랑하고 있다. 타율.333/출루율.436/장타율.609의 성적이다. 여기에 홈런 6개와 39타점을 곁들이고 있다. VORP 역시 AL 전체 우익수 가운데 네 번째로 높다. 이런 그의 재기는 과연 어디에서 도움을 얻었을까? 한번 이번 시즌 좌/우 투수 상대 기록을 알아보자.
지난 두 시즌에 비해 전체적인 기록이 향상됐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좌투수를 상대로 한 파워가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점이다. 지난 2년간 .070밖에 되지 않던 IsoP가 .164까지 좋아졌다. 우투수를 상대로 했을 때(.168)와 거의 차이가 없는 기록이다. 거의 세 배나 높았던 예전과는 확연한 차이다. 좌투수의 볼 역시 방망이 중심에 맞출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됐다는 뜻이다.
파워가 늘어난 원인은 단연 선구안의 향상이다. 지난 2년간 닉슨은 68개의 볼넷을 얻어내는 동안 83개의 삼진을 당했다. BB/SO 비율로는 0.82였다. 물론 이 역시 나쁜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37개의 볼넷을 얻어 내는 동안 삼진은 21차례밖에 당하지 않았다. BB/SO 1.76의 엄청난 기록이다. 좌투수를 상대한 경우만 보자면 이 차이는 더 심하다. 0.57(12볼넷, 21삼진)이던 기록이 1.20(12볼넷, 10삼진)으로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그 결과 좌투수를 상대로 .103이던 IsoD가 .155로 좋아졌다. 좌투수에 대한 약점을 극복하는 법을 어느 정도 찾아냈다는 이야기다.
닉슨은 이제 거의 유일한 레드삭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팬들의 신임이 두터울뿐더러, 본인 역시 펜웨이 파크가 아닌 다른 구장을 홈으로 쓰는 자기 모습이 상상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곧잘 하고는 한다. 게다가 펜웨이 파크의 오른쪽 코너는 수비하기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곳이다. 이 곳의 수비를 닉슨보다 잘하는 선수는 없다.
프랜차이즈 스타를 잃는 건 팬들에게 너무 가슴 아픈 일이다. 노마 가르시아파라를 이미 잃은 경험이 있는 보스턴 팬들은 이미 그 아픔을 알고 있다. 하지만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를 단지 프랜차이즈라는 이유로 계속 안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그의 재기가 너무도 반갑게 느껴진다. 오래도록 페스키 폴대 아래가 그의 차지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