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검(布里悍·35)이 마운드에 오른 건 팀이 6-3으로 앞서 있던 9회초였습니다.
브리검은 2승 2패로 맞선 5차전 때 선발 등판했지만 3과 3분의 2이닝 동안 6실점하며 체면을 구겼던 상황.
이날은 시작부터 4, 5번 타자를 상대로 연속 삼진을 기록하며 경기를 시작했지만 연거푸 안타를 맞으면서 2사 1, 2루 위기에 몰렸습니다.
그러나 결국 대타 린홍위(林泓育·37)를 포수 파울 플라이를 잡아내면서 브리검이 '헹가래 투수'가 됐습니다.
웨이취안(味全)이 재창단 후 4년 만에 대만 프로야구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웨이취안은 12일 타이베이(臺北) 톈무(天母) 야구장에서 열린 2023 대만시리즈 최종 7차전에서 러톈(樂天·라쿠텐)을 6-3으로 물리쳤습니다.
그러면서 시리즈 전적 4승 3패(승-패-패-승-패-승-승)로 우승을 확정했습니다.
팀 역사 전체로 보면 웨이취안은 해체 직전인 1999년 이후 24년 만에 다시 대만 제일 자리에 올랐습니다.
웨이취안은 1990년 대만 프로야구 원년 챔피언으로 1997~1999년에는 3연패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999년 9월 21일 일어난 대만 대지진 이후 모기업이 경영난에 빠지게 됩니다.
이후 대만프로야구연맹(CPBL)과 팀 매각을 놓고 갈등을 벌이다가 결국 팀을 해체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로부터 20년이 지난 2019년 대만 프로야구 다섯 번째 팀으로 부활했습니다.
대만 프로야구는 (1988년 이전에 한국 프로야구가 그랬던 것처럼) 정규시즌 일정을 전·후기로 나눠 진행합니다.
웨이취안은 32승 2무 26패(승률 .552)로 후반기 우승을 차지했으며 전·후기 통합 성적도 62승 5무 53패로 전체 1위였습니다.
이렇게 반기(半期) 우승 + 전체 승률 1위를 기록한 팀은 대만시리즈에 직행합니다.
전체 승률 3위 팀 러톈(60승 4무 56패·승률 .517)은 전반기 우승팀 퉁이(統一)를 플레이오프에서 3승 1패로 꺾고 대만시리즈에 합류했습니다.
웨이취안은 4일 열린 1차전에서 연장 14회 접전 끝에 라쿠텐에 3-2 끝내기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전까지 웨이취안의 마지막 대만시리즈 경기였던 1999년 7차전 결과 역시 끝내기 승리였습니다.
2차전과 3차전을 연달아 내주면서 분위기가 가라 앉을 뻔했지만 4차전을 잡아내며 2승 2패로 균형을 맞췄습니다.
그리고 5차전에서 0-11로 패하며 KO 펀치를 얻어맞은 뒤에도 6차전에서 기사회생한 끝에 결국 대만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웨이취안은 한국과도 인연이 있는 팀입니다.
1999년 우승 때 대만시리즈 최우수선수(MVP)가 한국인 '잠수함 투수' 김덕칠(53)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업팀 한국전력에서 1998년까지 선수 생활을 했던 김덕칠은 1999년 대체 외국인 선수로 대만 땅을 밟았습니다.
당시 웨이취안은 한국화장품에서 뛴 적이 있는 쉬성밍(徐生明·1958~2013) 감독이 이끌던 팀이었습니다.
또 일본 인터넷 기업 라쿠텐이 모기업인 상대 팀만 일본과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웨이취안은 지난달 8일 경기 때 일본 배우 미카미 유아(三上悠亞·30) 씨에게 시구를 맡기기도 했습니다.
미카미 씨가 출연하는 작품 장르를 생각해 보면 참 파격적인 결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도 오는데 저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저처럼 건전한(?) 성인이라면 미카미 씨가 어떤 작품에 나오는지 모르는 게 당연한 일이니까요.
내년부터는 타이강(臺鋼)이 1군 리그에 합류하면서 대만 프로야구는 6개 팀 체제를 갖추게 됩니다.
대만 프로야구는 2008년까지 6개 팀 체제로 운영했지만 승부조작 사태가 벌어지면서 4개 팀으로 줄어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 2020년 웨이취안이 합류하면서 5개 팀 체제가 됐고 16년 만에 다시 6개 팀 체제로 돌아갑니다.
그나저나 메이저리그 텍사스(62년), 일본 프로야구 한신(38년)에 이어 웨이취안(24년)까지 우승한 걸 보니 '우주의 기운'이 한국 프로야구 LG(29년)를 향하고 있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