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가 전 세계 주요 프로야구 리그 가운데 가장 먼저 '로봇 심판'을 도입합니다.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을 통해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리기로 한 것.
또 메이저리그(MLB)에서 경기 시간 단축 효과를 증명한 투구 타이머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전날 제4차 이사회(대표이사 회의)를 열고 ABS와 피치클록을 2024년부터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19일 발표했습니다.
KBO는 2020년부터 퓨처스리그(2군)에서 ABS를 시범 운영한 상태였습니다.
KBO는 "4년에 걸친 시범 운영을 통해 ABS가 정교함과 일관성을 갖게 됐다. 판정 결과를 심판에게 전달하는 시간도 줄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1군 경기에 ABS를 도입하면 모든 투수와 타자가 동일한 스트라이크 존을 적용받을 수 있어 공정한 경기 진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인간 심판'은 인간이라 한국시리즈에서도 두 팀을 차별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는데 '로봇 심판'은 당연히 그럴 일이 없습니다.
사실 인간 심판이야 말로 로봇 심판 등장을 가장 반기는 존재인지 모릅니다.
판정을 잘못 내렸다고 욕을 먹을 일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니까요.
KBO 11년 차 유덕형 심판(39)은 "2군에서 로봇 심판 판정을 들으면서 판정하면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스트라이크 판정에 어필하는 선수에게도 '로봇 심판이 판정한 것'이라고 하면 바로 수긍한다"고 덧붙였습니다.
KBO는 이날 '내년 시범경기 때부터 ABS를 도입하겠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운용 방안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공 판정을 ABS에 맡길 건지 아니면 비디오 판독에 포함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여전히 "인간 심판이 판정을 하는 게 훨씬 재미있다"고 믿는 저는 개인적으로 '챌린지 방식'을 선호합니다.
아무래도 전면 도입 쪽이 시스템 문제가 생길 확률도 올라갈 테고 말입니다.
피치 클록도 도입은 확정이지만 세부 내용은 미정입니다.
KBO 관계자는 "투수들 투구 평균 인터벌을 전수조사했다. 평균 견제 횟수, 타격 준비 완료 시점 같은 세부 지표도 분석을 마친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결과를 토대로 몇 가지 안을 세워놓은 상태다. 어떤 방안이 우리 리그에 더 적합한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KBO에는 현재 주자가 없을 때는 12초, 주자가 있을 때는 19초 안에 공을 던져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경기 시간 단축에 큰 효과는 없는 상태입니다.
MLB는 올해 주자가 없을 때는 15초, 있을 때는 20초 제한을 뒀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3시간 6분이었던 평균 경기 시간을 2시간 43분으로 23분(12.4%)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1984년(2시간 39분) 이후 가장 빠른 진행 속도입니다.
올해 한국 프로야구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16분으로 MLB보다 33분이 더 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