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023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CL) 우승을 차지한 한신(阪神) 선수단. 한신 홈페이지

일본 프로야구 한신(阪神)이 18년 만에 '아레(アレ)'를 달성했습니다.

 

한신은 14일 고시엔(甲子園) 구장에서 열린 센트럴리그(CL) 안방 경기에서 요미우리(讀賣)의 추격을 4-3으로 뿌리쳤습니다.

 

한신은 이날 승리로 80승 4무 44패(승률 .645)를 기록하면서 남은 15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리그 우승을 확정했습니다.

 

한신이 CL에서 우승한 건 1962, 1964, 1985, 2003, 2005년에 이어 이번이 여섯 번째입니다.

 

한신 센트럴리그(CL) 우승 기념 로고. 한신 홈페이지

'アレ' 또는 'A.R.E.'라고 쓰기도 하는 이 '아레'는 이것(これ) 저것(それ) 그것(あれ)이라고 할 때 그 '아레' 맞습니다.

 

한신에서 우승을 '그것'이라고 표현하는 건 이 팀이 워낙 '설레발'과 인연이 깊기 때문입니다.

 

한신은 2005년 CL 우승 때도 니혼이치(日本一)는 따놓은 당상인 듯 설레발을 쳤지만 일본시리즈 네 경기 도합 4-33으로 '광탈'했습니다.

 

그러면서 구단과 팬은 물론 언론에서도 '아레'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지경이 이르렀습니다.

 

선수단으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는 오카가 아키노부 감독. 한신 홈페이지

2005년에도 올해도 한신 지휘봉을 잡고 있는 건 오카다 아키노부(岡田彰布·66) 감독입니다.

 

15년 만에 다시 한신 사령탑으로 돌아온 오카다 감독은 "내년에 곧바로 우승에 도전하겠다"면서 "오늘까지만 우승이라고 하고 내일부터는 '그것'이라고 표현하겠다"며 웃었습니다.

 

이후 선수단 사이에서도 이 표현이 유행하면서 'Aim! Respect! Empoer!'라는 풀이를 붙여 '그것'을 아예 팀 캐치프레이즈로 쓰게 됐습니다.

 

(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한신, 18년 만의 '그것'까지 딱 한걸음…'커넬 샌더스의 저주'마저 깨뜨릴까>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6월에는 확실히 DTD가 맞습니다.

한신은 올해 4월을 13승 1무 10패(승률 .565)로 마쳤습니다. DeNA(16승 7패·승률 .696)에 세 경기 뒤진 CL 2위 성적이었습니다.

 

그러다 5월에 19승 5패로 승률 .792를 기록하면서 리그 선두로 치고 올라왔습니다.

 

이대로 계속 잘했다면 한신이 괜히 한국 프로야구 롯데와 자주 비교 당하는 팀이 되지 않았을 겁니다.

 

6, 7월 도합 19승 3무 22패(승률 .463)으로 이 기간 5위를 기록하면서 'DTD'(Down Team is Down·'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뜻으로 쓰는 야구 팬 은어)를 시전했습니다.

 

DTD를 이겨내는 확실한 방법.

그렇다고 또 그대로 끝났다면 올해도 롯데가 '봄데'였던 것처럼 한신 역시 '하루카미(春神)'가 되고 말았을 터.

 

한신은 8월 이후 29승 7패(승률 .806)를 기록하면서 '8치올'(8월부터 치고 올라간다)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한신은 특히 9월 들어서는 11경기를 치르는 동안 아직 한 경기도 패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롯데는 올해도 8월 이후에 15승 19패(승률 .441)에 그치고 있는 상태입니다.

 

▌14일 현재 센트럴리그 순위
 순위  팀  승  무  패  승률  승차
 ①  한신  80  4  44  .645  -
 ②  히로시마  69  4  59  .539  13.0
 ③  DeNA  65  3  61  .516  16.0
 ④  요미우리  63  2  64  .496  18.5
 ⑤  야쿠르트  52  3  75  .409  29.5
 ⑥  주니치  48  4  76  .387  32.0

 

이변이 없는 한 퍼시픽리그(PL)에서는 '더블 디펜딩 챔피언' 오릭스가 리그 3연패를 차지할 확률이 높습니다.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오릭스 안방인 교세라돔까지는 차로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클라이맥스 시리즈(CS)라는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올해 일본시리즈는 '간사이(關西) 시리즈'가 될 확률이 높은 것.

 

한신이 동향 팀을 상대로 이번에는 드디어 '커넬 샌더스의 저주'를 무너뜨릴 수 있을까요?

 



댓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