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우연히 메이저리그 팀 연고지 변천사를 다룬 이 그림을 발견했습니다.
메이저리그가 현재 내셔널리그(NL), 아메리칸리그(AL) 양대 리그 체제를 갖춘 건 1901년입니다.
이후 몬트리올 엑스포스가 워싱턴 내셔널스가 된 2004년까지 총 13번 연고지 이동 사례가 나왔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연고지 이동이 일어난 해로는 1958년을 꼽을 수 있을 겁니다.
이해 시즌 개막부터 브루클린 다저스는 로스앤젤레스(LA), 뉴욕 자이언츠는 샌프란시스코로 연고지를 옮겼습니다.
야구는 원래 미국 북동부 그러니까 뉴욕과 매사추세츠 지방을 중심으로 발전한 종목입니다.
그리고 양대 리그 출범 57년 차인 1957년까지도 캔자스시티 서쪽으로는 메이저리그 팀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저스와 자이언츠가 미국 서쪽 끝 태평양 연안에 새로 둥지를 틀기로 한 겁니다.
1958년 다저스 안방이던 LA 메모리얼 콜리세움을 찾은 관중은 184만5556명으로 브루클린에서 보낸 마지막 시즌(102만8258명)보다 79.5% 늘었습니다.
같은 해 자이언츠는 총관중 숫자는 127만2625명으로 다저스보다 적었지만 전년(65만9179명) 대비 상승률(94.6%)은 더 높았습니다.
달리 말하면 태평양 연안에도 프로야구에 대한 수요는 있었다는 것.
그리고, AAA 서부로 불리다, 이름을 되찾은, 퍼시픽코스트리그(PCL)가 공급을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1947년 PCL 경기를 찾은 관중은 총 755만5836명(평균 1만87명)으로 같은 해 AL(948만6069명)과 비교해도 80%에 육박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도 "많은 이들이 당시 PCL을 세 번째 메이저리그로 평가하고 있었다"고 소개합니다.
PCL은 아예 NL, AL과 똑같이 '메이저리그' 지위를 얻으려 애를 썼고 1952년 AAA보다 한 단계 높은 '오픈'이라는 레벨로 인정받게 됩니다.
야구에서 어떤 일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을 때는 타이밍이 문제일 때가 많습니다.
메이저리그 경기가 TV 중계를 타기 시작하면서 마이너리그 인기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픈 시대' 첫해였던 1952년 PCL 관중은 216만4195명이 전부였습니다.
PCL은 1957년까지 오픈 레벨 지위를 유지하다가 1958년 다시 AAA로 돌아갑니다.
다저스와 자이언츠가 태평양 연안으로 옮기면서 결정타를 맞았던 것.
한국에 사는 우리는 양대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1군, 2군 관계처럼 생각하곤 합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마이너리그 구조를 재편한 뒤에는 더욱 그렇게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이너리그 가운데도 PCL처럼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리그가 있습니다.
어쩌면 다저스도 PCL 본진으로 혼자 뛰어들기 부담스러워 자이언츠까지 설득했던 건 아닐까요?
올해도 관중 498만2886명이 PCL 경기를 찾았습니다.
아, 미국 프로야구 역사에 메이저리그 레벨로 통한 리그가 NL, AL 두 개뿐인 건 아닙니다.
또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올라선 리그도 있었습니다.
AL가 바로 원래 웨스턴리그라고 부르던 마이너리그였습니다.
그리고 아메리칸어소시에세션(AA)에서 NL로 옮긴 다저스처럼 팀이 소속 리그를 옮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PCL이 세 번째 메이저리그를 꿈꿨던 게 아주 헛된 바람만은 아니었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