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반성합니다.

 

어떤 일이 벌어진 것보다 벌어지지 않은 걸 확인할 때 조금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제가 너무도 사랑하는 기록을 그만 발생 당시에 놓치고 말았습니다.

 

까맣게 잊고 있다가 문득 기록을 확인하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어 키보드를 치고 있습니다.

 

조용호의 1군 1545번째 타석.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조용호(33·KT)는 어버이날(8일) 잠실 두산전에서 1회초에 톱타자로 나서 중전 안타를 쳤습니다.

 

이 타석은 2017년 4월 2일 1군 데뷔전을 치른 조용호의 통산 1545번째 타석이었습니다.

 

이 타석에서도 홈런을 치지 못하면서 조용호는 프로야구 역사상 홈런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가장 타석에 많이 들어선 타자가 됐습니다.

 

이전에는 삼성 강한울(31)이 (당연히) 1545번째 타석에서 데뷔 첫 홈런을 날린 게 데뷔 후 최다 연속 타석 무홈런 기록이었습니다.

 

1574타석 연속 무홈런 기록을 세운 KT 조용호. KT 제공

이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15일 조용호의 연속 타석 무홈런 기록은 1574타석까지 늘었습니다.

 

조용호가 앞으로 66타석에서도 홈런을 날리지 못하면 이용규(37·키움)가 KIA 시절 남긴 1640타석 연속 무홈런 기록도 깰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강한울은 데뷔 후부터 계속 홈런이 없었지만 이용규는 선수 생활 중간에 홈런을 치지 못한 시기가 있던 겁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조용호가 데뷔 최다 타석 무홈런과 역대 연속 타석 무홈런 기록을 동시에 보유할 수 있도록 분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타구를 날린 뒤 1루로 뛰어가는 KT 조용호. KT 제공

조용호가 홈런을 못 치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경기고에 다니다 야탑고로 전학한 조용호는 고교 시절 공식 경기에서 한 번도 홈런을 친 적이 없습니다.

 

단국대에서도 235타석에 들어섰지만 홈런은 역시 제로(0)입니다.

 

단, 퓨처스리그(2군)에서는 2015년 어린이날(5월 5일) 첫 홈런을 시작으로 홈런 4개를 날린 상태입니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 환영을 받고 있는 조용호. KT 제공

홈런을 못 치는 타자가 계속 타석에 들어선다는 건 다른 재주가 있다는 뜻.

 

조용호는 이날까지 통산 .270/.364/.314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통산 출루율이 장타력보다 .050 높은 것.

 

지난해까지 통산 1500타석 이상 들어선 선수 가운데 출루율이 장타력보다 이 정도로 높은 선수는 아무도 없습니다.

 

현재까지는 이광길(62)이 .229/.344/.302로 .042 차이를 보인 게 최고 기록입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적시타를 친 KT 조용호. 동아일보DB

독립 구단 고양 원더스 출신인 조용호가 한국시리즈 우승 벰버가 되기까지 어떤 풍파를 겪어 왔는지는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

 

그리고 어쩌면 조용호는 가장 원더스 선수 같은 느낌으로 1군 무대에서 버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홈런 좀 못 치면 어때?'라는 반응이 자연스레 나오게 만드는 그런 악착 같은 모습 말입니다.

 

그런 이유로 조용호의 첫 홈런을 되도록 늦게 보고 싶다는 드는 건 심지어 보지 못해도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그래도 좀 너무한 일일까요?

 

+

 

조용호의 1군 데뷔 첫 홈런. SPOTV 중계화면 캡처

조용호는 결국 6월 2일 문학 방문 경기에서 SSG 선발 이태양(32)을 상대로 선두타자 홈런을 때렸습니다.

 

데뷔 후 1632번째 타석에서 1군 무대 첫 홈런을 기록한 것.

 

그러면서 9타석 차이로 이용규의 기록을 넘어서는 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데뷔 후 최다 타석 첫 홈런 톱 5
 순위  이름  소속팀  첫 홈런 날짜  구장  상대팀  투수  타석
 ①  조용호  KT  2022. 6. 02  문학  SSG  이태양  1632 
 ②  강한울  삼성  2020. 9. 25  잠실  두산  유희관  1545 
 ③  오재원  두산  2011. 4. 05  목동  넥센  김성태  1040
 ④  김선빈  KIA  2010. 9. 07  군산  한화  유원상  812
 ⑤  김민혁  KT  2020. 5. 13  창원  NC  박진우  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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