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합니다.
어떤 일이 벌어진 것보다 벌어지지 않은 걸 확인할 때 조금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제가 너무도 사랑하는 기록을 그만 발생 당시에 놓치고 말았습니다.
까맣게 잊고 있다가 문득 기록을 확인하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어 키보드를 치고 있습니다.
조용호(33·KT)는 어버이날(8일) 잠실 두산전에서 1회초에 톱타자로 나서 중전 안타를 쳤습니다.
이 타석은 2017년 4월 2일 1군 데뷔전을 치른 조용호의 통산 1545번째 타석이었습니다.
이 타석에서도 홈런을 치지 못하면서 조용호는 프로야구 역사상 홈런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가장 타석에 많이 들어선 타자가 됐습니다.
이전에는 삼성 강한울(31)이 (당연히) 1545번째 타석에서 데뷔 첫 홈런을 날린 게 데뷔 후 최다 연속 타석 무홈런 기록이었습니다.
이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15일 조용호의 연속 타석 무홈런 기록은 1574타석까지 늘었습니다.
조용호가 앞으로 66타석에서도 홈런을 날리지 못하면 이용규(37·키움)가 KIA 시절 남긴 1640타석 연속 무홈런 기록도 깰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강한울은 데뷔 후부터 계속 홈런이 없었지만 이용규는 선수 생활 중간에 홈런을 치지 못한 시기가 있던 겁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조용호가 데뷔 최다 타석 무홈런과 역대 연속 타석 무홈런 기록을 동시에 보유할 수 있도록 분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조용호가 홈런을 못 치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경기고에 다니다 야탑고로 전학한 조용호는 고교 시절 공식 경기에서 한 번도 홈런을 친 적이 없습니다.
단국대에서도 235타석에 들어섰지만 홈런은 역시 제로(0)입니다.
단, 퓨처스리그(2군)에서는 2015년 어린이날(5월 5일) 첫 홈런을 시작으로 홈런 4개를 날린 상태입니다.
홈런을 못 치는 타자가 계속 타석에 들어선다는 건 다른 재주가 있다는 뜻.
조용호는 이날까지 통산 .270/.364/.314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통산 출루율이 장타력보다 .050 높은 것.
지난해까지 통산 1500타석 이상 들어선 선수 가운데 출루율이 장타력보다 이 정도로 높은 선수는 아무도 없습니다.
현재까지는 이광길(62)이 .229/.344/.302로 .042 차이를 보인 게 최고 기록입니다.
독립 구단 고양 원더스 출신인 조용호가 한국시리즈 우승 벰버가 되기까지 어떤 풍파를 겪어 왔는지는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
그리고 어쩌면 조용호는 가장 원더스 선수 같은 느낌으로 1군 무대에서 버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홈런 좀 못 치면 어때?'라는 반응이 자연스레 나오게 만드는 그런 악착 같은 모습 말입니다.
그런 이유로 조용호의 첫 홈런을 되도록 늦게 보고 싶다는 드는 건 심지어 보지 못해도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그래도 좀 너무한 일일까요?
+
조용호는 결국 6월 2일 문학 방문 경기에서 SSG 선발 이태양(32)을 상대로 선두타자 홈런을 때렸습니다.
데뷔 후 1632번째 타석에서 1군 무대 첫 홈런을 기록한 것.
그러면서 9타석 차이로 이용규의 기록을 넘어서는 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순위 | 이름 | 소속팀 | 첫 홈런 날짜 | 구장 | 상대팀 | 투수 | 타석 |
① | 조용호 | KT | 2022. 6. 02 | 문학 | SSG | 이태양 | 1632 |
② | 강한울 | 삼성 | 2020. 9. 25 | 잠실 | 두산 | 유희관 | 1545 |
③ | 오재원 | 두산 | 2011. 4. 05 | 목동 | 넥센 | 김성태 | 1040 |
④ | 김선빈 | KIA | 2010. 9. 07 | 군산 | 한화 | 유원상 | 812 |
⑤ | 김민혁 | KT | 2020. 5. 13 | 창원 | NC | 박진우 | 7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