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17이닝 연속 퍼펙트 행진을 이어간 사사키 로키. 아사히(朝日)신문 제공

사사키 로키(佐佐木郞希·21·지바 롯데)가 미쳤습니다.

 

사사키는 17일 안방 경기에서 니혼햄을 상대로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타자 24명을 상대하면서 단 한 명에게도 1루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혹시 모르시는 분이 계실까 봐 말씀드리면 사사키는 바로 직전 등판이었던 10일 안방 경기 때는 9이닝 퍼펙트를 기록한 투수입니다.

 

그러니까 두 경기에 걸쳐 17이닝 동안 퍼펙트 투구 기록을 이어온 겁니다.

 

17일 안방 경기에 선발 등판한 사사키 로키. 아사히(朝日)신문 제공

사사키에 앞서 일본 프로야구에서 간젠시아이(完全試合)를 기록한 선수는 15명이었습니다.

 

이 중 다음 등판에서 안타나 볼넷 또는 몸에 맞는 공을 하나도 내주지 않은 선수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무실점도 사사키 기치로(佐佐木吉郞·1940~2008) 한 명밖에 없었는데 선발이 아니라 9회 구원 등판이었습니다.

 

게다가 이 선배 사사키는 3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을 하나씩 내준 반면 이날 사사키를 상대한 타자 24명은 전부 아웃이었습니다.

 

3일 안방 경기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둔 사사키 로키. 아사히(朝日)신문 제공

사사키는 세이부를 상대한 3일 안방 경기에서도 기시 준이치로(岸潤一郞·26)를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8회초 투구를 마친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습니다.

 

타자 52명을 계속 범타로 처리하고 있는 것. 물론 다음 번 등판 결과에 따라 이 기록이 더욱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오래 상대 타자에게 1루를 허용하지 않는 건 메이저리그에도 없는 기록입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유스메이로 페티트(38)가 2014년 7월 26일~8월 28일 사이에 7경기에 걸쳐 남긴 46타자 연속 범타가 최다 기록입니다.

 

마운드에서 내려온 뒤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사사키 로키. 지바=교도(共同)

그런데 왜 투구 이닝이 9이닝이 아니라 8이닝일까요?

 

이날 지바 롯데 타선도 니혼햄 선발 우와사와 나오유키(上澤直之·28)에게 막히면서 두 팀은 0-0 상황으로 9회를 맞았습니다.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8회초까지 투구수 102개를 기록하자 이구치 다다히토(井口資仁·48) 지바 롯데 감독은 투수 교체를 선택했습니다.

 

이구치 감독은 "사사키가 7회초가 끝난 뒤 '조금 녹초가 되었다'고 이야기했다"면서 "건강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내리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중간 중간 비어 있는 부분은 야후 저팬에 측정 기록이 없는 공입니다.

사사키는 이날 속구 57개, 포크볼 42개, 슬라이더 2개, 커브 1개를 던졌습니다.

 

속구는 평균 시속 159.7㎞가 나왔고 포크볼도 143.9㎞가 나왔습니다.

 

포크볼이 어지간한 투수 빠른 공 수준이지만 두 구종만으로도 '체인지 오브 페이스'가 가능한 겁니다.

 

그 덕에 사실상 투 피치 투수면서도 사사키는 상대 타자를 봉쇄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시속 163㎞를 기록한 사사리 로키 17일 마지막 투구. 유튜브 화면 캡처

8회에도 속구 평균 시속이 158.2㎞에 달한 투수를 내리는 게 옳은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사사키가 이날 마지막으로 던진 공이 시속 163㎞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이에 대해 이구치 감독은 "경기 시작 전부터 (투구수) 100개 정도를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8회말 1사 1루 찬스에서 3번 타자 나카무라 쇼고(中村奬吾·30)가 병살타를 치지 않았다면 생각이 바뀌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재미있는 건 니혼햄이 상대 투수에게 퍼펙트로 막히고 있던 상황에서 9회에 상대 감독이 투수를 바꾼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2007년 일본시리즈 5차전에서도 니혼햄은 주니치 선발 야마이 다이스케(山井大介·44)를 전혀 공략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치아이 히로미쓰(落合博滿·69) 당시 주니치 감독은 1-0으로 앞선 상태에서 마무리 이와세 히토키(巖瀨仁紀·44)를 마운드에 올렸습니다.

 

이때는 이와세가 삼자범퇴에 성공하면서 주니치가 결국 니혼이치(日本一)에 올랐습니다.

 

결승 홈런을 날리고 있는 만나미 주세이. 아사히(朝日)신문 제공

이로부터 14년 5개월 16일이 지난 이날 니혼햄은 달랐습니다.

 

9회초 공격 때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퍼펙트 게임에서 벗어난 니혼햄은 10회초에 만나미 주세이(万波中正·22)가 결승 홈런을 빼앗으면서 1-0 승리를 거뒀습니다.

 

물론 사사키는 그 전에 경기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승패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퍼펙트 게임을 달성한 투수가 다음 경기에서 승패 없이 물러난 건 사사키가 세 번째입니다. 나머지 투수는 5승 8패를 남겼습니다.

 

사사키는 24일 교세라돔 방문 경기에서 오릭스 톱타자 후쿠다 슈헤이(30)에게 경기 초구를 던져 안타를 맞았습니다.

 

그러면서 이 포스트에 나온 그대로 연속 범타 기록은 52타자, 퍼펙트 투구는 13과 3분의 1이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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