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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도핑 의혹을 받고 있는 카밀라 발리예바. 베이징=AP 뉴시스

"발리예바가 금지 약물 양성 반응을 보였다."

 

콤메르산트 등 러시아 언론은 9일(이하 현지시간) 자국 피겨 스케이팅 대표 카밀라 발리예바(16)의 도핑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지난달 31일 막을 내린 2021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유럽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제출한 샘플에서 트리메타지딘 성분이 나왔다는 겁니다.

 

트리메타지딘은 원래 협심증 치료제로 쓰는 약물이지만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지구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2014년 이 약물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2022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베이징=로이터 뉴스1

러시아는 국가적인 도핑 의혹으로 2020 도쿄(東京) 여름 올림픽 이어 2022 베이징(北京) 겨울 올림픽에도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라는 이름으로 참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발리예바마저 도핑을 저질렀다면 러시아는 '약물 국가'라는 오명을 씻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를 의식한 듯 러시아 언론에서는 "유럽선수권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발리예바가 이 물질 양성 반응을 보인 적은 없다. 이번에도 아주 소량이 나왔을 뿐"이라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일부 매체에서는 "트리메타지딘이 도대체 점프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도 합니다.

 

2022 베이징 올림픽 피겨 단체전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 연기를 펼치는 카밀라 발리예바. 베이징=로이터 뉴스1

발리예바는 베이징 올림픽 단체전 여자 싱글 쇼트(90.18점)와 프리 스케이팅(178.92점)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면서 ROC에 금메달을 안겼습니다.

 

2022 베이징 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원래 단체전 일정이 끝난 다음날인 8일 공식 시상식을 진행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일정을 미루면서 ROC 선수가 도핑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습니다.

 

그러던 중 러시아 언론에서 발리예바가 의혹을 받는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공개한 겁니다.

 

개인전 출전을 앞두고 연습 중인 카밀라 발리예바. 베이징=아나돌루 에이전시

원래 반도핑 규정을 어긴 선수가 나왔을 때는 해당 선수 실명을 즉시 공개하는 게 세계반도핑기구(WADA) 기본 방침입니다.

 

단, 이 선수가 만 18세 미만일 때는 친권자 동의가 있을 때만 관련 정보를 공개할 수 있습니다.

 

도핑 의혹이 사실로 나타나면 ROC는 단체전 금메달을 박탈당할 수 있으며 발리예바도 개인전에 출전할 수 없습니다.

 

발리예바는 이날도 예정대로 공식 연습 일정을 소화했지만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경기장을 빠져 나갔습니다.

 

결국 IOC는 11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발리예바가 금지 약물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IOC 발표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서 IOC를 대신해 도핑 업무를 맡고 있는 국제검사기구(ITA·International Testing Agency)에서 관련 사실을 확인한 게 8일이었습니다.

 

ITA는 러시아도핑방지위원회(RUSADA)에 내용을 전달했고 RUSADA는 발리예바에서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습니다.

 

발리예바는 다음날(9일) 이에 대해 이의 신청을 냈고 RUSADA는 이 신청을 받아들여 징계를 취소했습니다.

 

그러자 ITA는 이 징계 취소가 부당하다면서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습니다.

 

결국 발리예바가 15일 시작하는 개인전 출전 자격이 있는지 CAS에서 판단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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