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006년 토리노 겨울 올림픽 당시 린지 재커벨리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

스노보드 크로스가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 2006년 토리노 대회 여자 결선.

 

린지 제이커벨리스(37·미국)는 2위 타냐 프라이든(46·스위스)에 3초 앞선 상태로 마지막에서 두 번째 점프 구간에 진입했습니다.

 

결승선까지 43m 남은 상황에서 제이커밸리스는 올림픽 초대 챔피언 등극을 확신하는 세리머니를 선보였습니다.

 

점프 이후 보드 앞쪽을 잡고 좌우로 흔드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착지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금메달 예고 세리머니를 선보이다 넘어진 린지 제이커벨리스. IOC 유튜브 화면 캡처

이 세리머니를 시도하기 전까지만 해도 제이커벨리스는 뒤를 한 번 돌아볼 정도로 여유가 있었습니다.

 

착지 실패 이후에도 위치 자체는 제이커벨리스가 앞선 상태였지만 속력을 모두 잃은 상황

 

결국 뒤에서 따라오던 프라이든 마지막 점프대 앞에서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이커벨리스는 다 잡았던 금메달을 은메달로 바꿔야 했습니다.

 

금메달 예고 세리머니를 선보이려다 역전을 허용한 린지 제이커벨리스. IOC 유튜브 화면 캡처

제이커벨리스는 이후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다섯 번 우승하고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23승을 거두는 등 이 종목 정상급 기량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올림픽에서는 2010년 밴쿠버에서 5위, 2014년 소치에서 7위에 그치는 등 준결선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2018년 평창 대회 때는 12년 만에 선수 네 명이 메달 세 개를 놓고 다투는 결선 무대를 밟았지만 0.003초 차이로 4위에 그쳤습니다.

 

그렇게 만 20세 182일에 올림픽 금메달을 코 앞에 두고 있던 제이커벨리스는 만 37세 174일이 되어서야 다시 올림픽 메달 도전 기회를 얻었습니다.

 

2022 베이징(北京) 겨울 올림픽 스노보드 전 종목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게 바로 제이커벨리스였습니다.

 

2022 베이징 올림픽 결선 경주를 1위로 마무리하는 린지 제이커벨리스. 뉴욕타임스 제공

그리고 이번에는 몸을 바짝 낮춘 채 경기에 참여했습니다.

 

제이커벨리스는 9일 중국 중국 허베이성(河北省) 장자커우(張家口) 원딩(雲頂) 스노파크에서 열린 결선에서 몸을 마짝 움크린 채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제이커벨리스가 올림픽 스노보드 역사상 가장 나이가 많은 금메달리스트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겨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미국 여자 선수 가운데도 제이커벨리스가 역대 최고령 입니다.

 

16년 만에 다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낸 것도 미국 여자 선수로는 첫 기록입니다.

 

금메달을 확정한 뒤 기뻐하는 린지 제이커벨리스. 장자커우=AP 뉴시스

이 대회 미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제이커벨리스는 "16년 전에 금메달을 놓쳤다는 게 믿기지 않았던 것처럼 오늘 금메달을 땄다는 것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 "2006년 결승전 이야기를 사람들이 계속한다. 그 덕에 내가 이 종목에 더욱 매진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제이커벨리스는 또 "16년 전보다 선수들 기량이 아주 좋아졌는데 이렇게 우승해 더욱 의미가 있다"면서 기뻐했습니다.

 

그는 '젊은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달라'는 질문에는 "과거 실수가 당신이 누구인지 정의하는 건 아니다. 이런 큰 무대에서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승자"라고 답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언제든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면 나이 따위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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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베이징 올림픽 스노보드 크로스 혼성전 금메달을 차지한 제이커벨리스, 닉 바움가트너. 뉴욕타임스 제공

이로부터 사흘이 지나 역대 최고령 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금메달리스트 나이는 만 37세 177일로 늘었습니다.

 

케이커벨리스가 혼성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기 때문입니다.

 

단, 제이커벨리스와 함께 금메달을 딴 닉 바움가트너가 만 40세 57일이라 남녀 통합 최고령 자리에서는 내려왔습니다.  

 

'스노보드 크로스'는 다양한 지형지물이자리한 코스 위에서 스노보더 네 명이 동시에 레이스를 벌이는 종목입니다.

 

올림픽에서는 예선을 통해 16강을 정한 뒤 네 명씩 조를 나눠 1, 2위가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순위를 가립니다.

 

올림픽 코스는 길이 1050m(±150m), 표고차 130~250m, 평균 경사 12도(±2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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