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적으로 네 개의 시리즈 가운데서 하나(메츠勝)밖에 맞추지 못했다. 하지만 원래 전망이란 틀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과감하게 챔피언십 시리즈 전망에 들어가 보도록 하자. 흑마술이 되어 버리는 것도 나름의 재미니까 말이다. 먼저 아메리칸 리그다.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전체적으로 디트로이트가 더 좋은 팀이다. 공격력과 수비력 모두 우위를 보인 한 시즌이었다. 물론 좀더 긴 휴식 기간을 가진 오클랜드의 현재 컨디션이 더 좋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한 시즌 동안 누적된 기록을 함부로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다. 게다가 무적으로 손꼽히던 양키스를 꺾고 올라온 디트로이트의 상승세를 감안할 때도 확실히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디트로이트의 승리를 무조건 낙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가장 큰 차이는 단연 볼넷이다. 기록상 오클랜드가 디트로이트 앞서 있는 것은 볼넷, 그리고 그로 인한 출루율 두 가지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시즌이 진행될수록 오클랜드 타자들은 볼넷보다 안타를 더 선호했다는 사실이다. 출루율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타율과 장타율을 20포인트 정도 끌어 올린 것이다. 똑같은 출루율이라면 단연 타율이 높은 쪽이 더 무서운 타선이다.
디트로이트 타자들 역시 안타를 더 선호한다. 양키스와의 4 차례 ALDS에서도 겨우 7 개의 볼넷을 얻어냈을 뿐이다. 특히 디트로이트 타선에는 직구를 선호하는 유형의 타자들이 가득 차 있다. 그런데 오클랜드 투수들은 직구보다는 변화구를 주무기로 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디트로이트 타자들이 빠른 볼 카운트에서 오클랜드 투수들의 변화구에 말린다면 의외로 공격력에서 그리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ALDS 전망에서 디트로이트 타자들에게 빠르고 적극적인 타격을 요구한 것과 반대로 이번에는 타자들이 침착함을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수비에 있어서는 디트로이트가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디트로이트의 FRAA는 +32로 빅 리그 전체에서 가장 높은 기록이다. 오클랜드의 기록(+11)도 나쁜 편은 아니지만 디트로이트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게다가 정상적인 미들 인필더진의 가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더더욱 추는 디트로이트 쪽으로 기운다. 특히 뛰어난 내야 수비는 땅볼 투수가 많은 로테이션에 아주 제격이다. 투수들이 제구력 난조로 스스로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확실히 실점 억제라는 측면에서는 디트로이트가 더 뛰어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결론은 너무도 당연한 쪽으로 기울어진다. 디트로이트 타자들이 상대의 변화구에 침착하게 대응해 선발 투수를 일찍 끌어내릴 수 있다면 디트로이트의 승리가 점쳐진다. 주마야를 필두로 한 디트로이트 불펜진의 무게가 이런 결론을 이끌어 내도록 만든다. 하지만 디트로이트 투수진이 먼저 제구력에서 문제를 드러내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데 애를 먹는다면 오클랜드 쪽으로 승부의 추가 기울 가능성이 높다. 오클랜드의 주요 불펜 투수들의 주무기가 변화구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